[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아기가 누워만 있을 때 남편과 나는 침대에서 아기를 사이에 두고 잤다. 새벽에 아기가 깨면 누운 채로 젖을 물리면 그대로 잠이 들었다. 조리원에 있을 때는 누워서 젖먹이는 자세가 불편해서 온갖 수건, 베개가 동원되었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누운 채로 젖먹이는게 얼마나 편하던지, 하루 종일 피곤했던 나는 낮에도 누워서 젖을 물리고 부족한 잠을 채웠다. 허리가 좋지 않아서 바닥에서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에 침대에서 잠을 잤고 밤에 혹시나 아기를 깔아뭉갤까 봐 항상 조심하며 푹 자지 못했다.
그래도 뒤집기 전까지는 남편과 함께 잠이 들고 함께 생활했다. 하지만, 백일 즈음에 아기가 뒤집기를 시작했다. 뒤집기 시작했어도 몇달 간은 한방향으로만 뒤집어서 침대에서 잘 수 있었지만 양방향으로 뒤집기 시작하면서 남편과 나는 본의아니게 별거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결혼 전 높은 침대를 선호했던 나는 허리까지 오는 침대를 구입했다. 만일 아기를 미리 키워봤더라면 이렇게 높고 무거운 원목침대를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일 큰 사이즈의 침대를 샀더니 바닥에 이불 깔 자리도 협소하고, 높아서 아기 떨어지는 것도 걱정되고, 걸음마 시작하면서부터는 넘어질 때 부딪힐까봐 걱정되고…. 인생 경험 많으신 어른들의 조언은 틀린 말씀이 거의 없다. 신혼 때 엔틱가구 사지 말라고 주위에서 많이들 조언해주었지만 나는 내 고집대로 구입해서 아직까지도 후회하고 있다. 다시 침대를 산다면 낮고 프레임도 엠보싱 가죽으로 되어있는 제품을 구입할 것이다. 아기가 잡고 일어서거나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때도 부담 없는 제품으로….
아기가 그 높은 침대에서 낙마하면 큰일이기 때문에 양방향으로 뒤집기 시작할 무렵 나는 아기와 함께 밑으로 이사갔다. 좁디좁은 침대 밑에 이불을 깔고 아기와 함께 누우면 허리도 아프고 밤새 움직이지 못해서 온몸이 쑤셨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니 바닥 생활도 적응이 되었다. 절대 바닥에서 잠을 자지 못하던 나였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새벽에 한 번씩 깨면 내가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자기 때문에 남편과 나는 그렇게 떨어져서 잘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지안이가 잠들면 슬그머니 위로 올라간다. 돌이 지나니 아침까지 푹 자기 때문에 가끔 침대에서 자도 날 찾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침대에서 자다가도 딸이 보고 싶어서 새벽에 또 슬그머니 내려가게 된다. 남편과 딸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
아무도 날 찾지 않는데 혼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난다. 이제는 아기 키우기도 수월하고 한결 편해졌는데 동생을 낳아줄 생각을 하면 겁이 덜컥난다. 이 모든 것을 다시 반복하고, 시작하기도 무섭고….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에서 아기 한명을 키우는데 2억6천만원이 든다고 한다. 아기 낳기 두려운 세상. 외벌이인 우리는 아기 한명을 키우는 것도 빠듯하다. 대출 낀 작은 집 하나, 차 한대 있다고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다. 양육비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괜히 무리해서 집을 산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쓸데없는 정책에는 몇조원씩 예산을 투입하면서 양육비관련 예산에는 짜디짠 우리나라. 육아 휴직과 출산축하금 등 좋은 정책은 공무원들만 혜택 받는 우리나라. 일반 작은 중소기업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정부는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하여 정책을 적용시킨다고는 하지만 그 반대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밑에 있는 기관부터, 일용직이나 중소기업부터 혜택을 적용시켜야 되지 않을까. 2011년에는 정부에서 보다 현실적인 양육방안이 나와서 아기낳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이런 행동들과 주의사항을 알면서도 저는
잘하지 못했네요.
침대위에서 떨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