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첫날, 꼭 신생아실로 가야될까요
출생 첫날, 꼭 신생아실로 가야될까요
  • 칼럼니스트 정환욱
  • 승인 2011.01.07 14:0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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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마리아의 출산으로 살펴본 자연출산

[연재] 정환욱 원장과 함께 하는 자연출산 이야기

 

성모마리아의 출산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성탄예배를 드리면서 마구간에서 예수님의 탄생을 맞는 요셉과 마리아의 출산과정을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마리아의 출산 진통은 아마도 며칠 걸렸을 겁니다. 출산할 곳을 찾아 다니면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진행이 잘 됐을 것입니다. 요셉의 보살핌과 음식과 물이면 충분했을 것입니다. 힘들게 찾은 곳 마구간은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출산을 하기엔 오히려 좋은 장소입니다. 출산은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가족과 함께 산모 스스로의 생리적 본능에 따라 낳을 수 있는 장소가 가장 좋습니다. 마구간을 내어 준 집주인은 박한 사람이 아니라 출산에 대해서 알고 배려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모든 포유류가 그러하듯 대부분의 사람도 그렇게 어떠한 약물이나 기술 없이도 안전하게 자연스럽게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 차례의 진통 이후에 마침내 조용한 마구간에 울려 퍼진 아기 예수님의 첫 호흡…. 오랜 기다림 끝에 아기예수님을 가슴으로 안은 마리아와 요셉의 눈가에 고인 감동의 눈물이 보입니다. 곧 젖을 물리셨을 것입니다. 마리아와 아기 예수님 그리고 요셉은 그렇게 온전한 관계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어떠한 두려움이나 고통 없는 사랑의 첫 만남입니다.

 

평화로우며 사랑이 넘치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야 말로 완전한 ‘자연출산(Natural Birth)’입니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과제라면,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부터 닮아야 할 것입니다. 이 땅의 모든 산모와 아기가 고통과 두려움보다는 사랑과 축복이 가득한 탄생을 맞이해야 합니다. 출산의 과정은 엄마 아기에게 모두 힘들고 지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때로 연약한 아기와 산모는 건강을 보장받지 못하는 순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강한 산모와 아기는 의학적인 기술 없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낳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안정된 마음과 인내를 바탕으로 호흡과 이완을 잘 함으로써 힘든 과정의 출산을 건강하게 마칠 수 있습니다.

 

태어난 후 엄마 품에 안겨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 ⓒ정환욱
태어난 후 엄마 품에 안겨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 ⓒ정환욱

 

우리가 알고 있는 출산은 어떻습니까? 물론 출산 과정에 필연적으로 오는 산모의 진통은 참아 내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여성이 자신의 출산이 너무 편안하고 쉬웠다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방송과 드라마에서도 출산이라는 표현을 하기 위해서 극적인 장면만을 부각시킵니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는 여성의 출산에 대해 아담과 이브의 불순종에 대한 징벌로 ‘산통’이라는 고통(Pain)으로 단정하기도 합니다. 과연 출산이 단순한 징벌의 차원에 머물러도 되는지 생각해봅시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출산이 어떠해야 한다는 개념과 생각들은 사회의 필요에 따라 규정되어 왔습니다. 실제 여성 개인의 입장에서 출산은 그 의미가 다릅니다. 출산을 잘 하는 여성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면 출산이 지속적인 고통과 울부짖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의 출산도 다른 포유류의 출산과 다를 바 없이 본능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되며, 출산을 통한 엄마와의 결속(Bonding)으로 소중한 삶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탄생이라는 것을 정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출산은 사회적인 개념과 산업화에 따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1920년대 이후 발전한 의학에 의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출산은 여성 개인이나 가족 그리고 사회적으로 여러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출산을 통한 아이와 엄마와 아빠와의 결속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결속이란 다른 사람과 감정적 밀착을 가질 수 있는 능력입니다. 결속의 완성도는 얼마나 밀착을 완벽하게 경험했느냐에 따라 달라 질 수 있습니다. 출산직후 엄마와 아기는 다소 지치더라도 방해받지 않고 엄마 품에 오래 안겨 젖을 빨거나 엄마의 심장소리와 체온, 친숙한 냄새를 느끼면서 같이 밀착되어 있는 시간은 너무 중요합니다. 서로를 알아보는 최적의 거리에서 눈을 맞추어 서로의 사랑을 감정의 기억 속에 저장합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엄마로부터 나오는 치유와 안정의 호르몬인 ‘엔도르핀’과 성관계 시에 분비되는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유두의 자극은 옥시토신 분비를 더욱 촉진시키고 이는 모성을 자극할 뿐 아니라 자궁 수축을 도와 출혈을 적게 하고 태반 만출을 돕습니다. 아기는 초유로 허기를 달래고 균으로부터 감염을 이겨 낼 수 있는 면역을 받습니다. 이러한 상호 공생의 관계는 호르몬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조절되며, 비록 짦은 순간이지만 엄청난 양이며, 서로 밀착하고 젖을 물리는 과정에서 더욱 강화됩니다. 만일 이러한 출산 직후 시기에 여러 이유로 엄마와 아기를 분리된다면, 서로를 치유해주면서 사랑의 밀착으로 결속을 하는 강력한 힘을 빼앗기게 됩니다. 출산의 과정은 생물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사랑에 대한 강력한 내면 기억을 저장하게 하고, 이 때 축적된 사랑의 저장은 향후 분리가 일어나더라도 혼자서 살아갈 힘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결속의 결핍은 성장의 과정이나 그 이후에 정신적 문제로 나타납니다. 얼마 전 일간지의 사설에 우리나라 9세에서 17세 청소년의 사망 이유 중에서 자살이 첫 번째라는 통계청 발표를 인용하였습니다. 무엇이 사랑받아야하고 행복한 미래를 계획해야할 아이들이 생을 포기하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했을까요. 대부분의 자살의 원인은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은 심리적으로 ‘고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신의 자아와도 연결성이 없는 상태로 고립되어 죽음을 택한다는 것입니다.

 

신앙심이 깊은 기독교 신자이면서 심리학자인 헨리 클라우드는 그의 저서 ‘변화와 치유’에서 인간이 성장하면서 완성해야 할 발달과제 즉 하나님을 닮아가는 과정을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하였습니다.

 

첫째, 타인과의 연합(Bond with others)

 

둘째, 타인과의 분리(Separate from with others)

 

셋째,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분(Sort out issues of good and bad)

 

넷째, 성인으로써의 책임(Take charge as an adult)

 

이 네 과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간이 중요합니다. 즉, 그 것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시기를 놓치게 되면, 성인이 되고 난 후 여러 심리적이고 사회생활에 힘든 과정을 보내게 됩니다. 출생의 순간은 바로 타인과의 ‘결속’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시기입니다.

 

한 해에 우리나라는 45만명의 새로운 탄생을 맞습니다. 그 중에서 99.7%의 산모가 병원에서 아기를 낳습니다. 100명미만 아이가 가정에서 태어납니다. 어디서 출산을 하든지 지금은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태어나는 아이는 거의 없습니다. 적어도 세 명 중 하나는 제왕절개 분만으로 태어납니다. 출산 후 엄마와 접촉하는 과정이 다릅니다. 자연분만(질식분만)했다 하여도 대부분은 태어나서 엄마의 품에서 사랑과 모성을 완전히 느껴보기도 전에 신생아실로 이동하여 하룻밤을 보내고 세 명 중에 하나는 수술실에서 태어나 엄마 아빠 품에 안겨보지도 못하고 신생아실로 바로 이동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교해 볼 때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출산 문화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우리의 출산이 모두 다릅니다. 현재 우리의 출산 과정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지 않는 지 점검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가족의 축복을 받으며 행복하게 태어나 부모와 강한 결속을 경험하고 있는 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과연 우리의 출산 문화와 우리 청소년의 심리적 문제에 어떤 인과 관계가 있는 지 연구해야 할 시기입니다. 만일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미셀오당 박사의 지적대로 가야 할 곳에 대해 방향을 잃어버렸다면 가장 빠른 방법은 처음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미셸오당 : 프랑스의 산과의사 <농부와 산과의사>의 저자

 

*칼럼니스트 정환욱은 현재메디플라워여성의원 자연출산센터(www.mediflower.co.kr) 원장과 순천향대학병원 외부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 박사과정을 밟고, 미국국립보건원 암센터 연수를 마쳤으며, 삼성제일병원 부인종양학 교수, 미래와희망병원 원장을 역임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부인종양학회, 대한의사협회 정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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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 2011-04-24 15:10:00
우리 아기
태어나자마자 얼굴만 보여주고, 정상이라는 소리만 하더라구요.
그러곤,,,,

no**** 2011-04-23 15:23:00
30분 정도 함께 할 수 있었음
저도 출산을 하고, 아이가 나오는 순간 제 배위에 잠시 있다가 탯줄을 자르고는 바로
아이를 데려가더라구요. 그리고는 저도 나름 정신차리고, 이것 저것 준비(?)를 하고나서
다시 아이를 만났어요. 3분 정도? 5분 정도 안아보고는 다시 신생아실로 보내야하는데..
그때는 내 아이? 내

brose**** 2011-04-15 00:27:00
아.. 꼭 그래야만 하는것은 아니군요..
출산후 신생아실로 꼭 가야만하는줄 알았는데..
그런것이 아니군요..
언제부터 우리나라 출산문화가

qer**** 2011-02-28 04:48:00
글게여...
꼭신생아실가야

qer**** 2011-02-28 04:48:00
글게여...
꼭신생아실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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