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많이 낳고 싶은데, 우리 현실은?
아이 많이 낳고 싶은데, 우리 현실은?
  • 기고 = 송재연
  • 승인 2013.03.2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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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키우는 직장맘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특별기획]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젊은 사람들이 아기 낳기를 거부하는 사회. 이른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올라 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을 끝낼 수 있을까? 베이비뉴스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맞아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소망하는 마음으로 보내온 독자들의 편지를 연재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만 3세의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어릴 적 저는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습니다. 가족이 많아야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좋다는 걸 많이 보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막상 제가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낳고 나니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어떤 건지 피부로 와 닿았습니다.

 

혹시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첫돌까지 한 가정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얼마인줄 아시나요? 물론 집집마다,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는지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점은 어느 집에서든 아이를 갖았다는 행복함과 동시에 그 비용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출산 준비는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에서 저를 주춤하게 했던 건 사실입니다. 유모차 한대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고, 아이에게 꼭 필요한 카시트 역시 수십만 원에 이르는 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은 후에 들어가는 산후조리원은 임신 사실을 알고 바로 예약을 해야 가능하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고, 좋은 곳은 예약이 다 차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곳 역시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이 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산후조리원은 출산을 한 엄마들에게는 꼭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산 직후 아픈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면 아무리 주위사람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엄마는 제대로 된 산후조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꼭 필요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때 문에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산후조리원 이후에는 산후도우미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산후도우미는 산후조리원보다는 가격적인 면에서는 조금 저렴하지만, 그 역시 부담이 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렇게 해서 아이가 집으로 오면 그 때부터 엄마는 다시 고군분투 합니다.

 

딸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 송재연 씨는 “아이를 키우는 게 혼자라고 느껴지지 않게 좀 더 세심한 복지가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며
딸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 송재연 씨는 “아이를 키우는 게 혼자라고 느껴지지 않게 좀 더 세심한 복지가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며 "우리 아이가 대한민국에서 호기심 많고 씩씩하게 지금 이대로 자랄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고 말했다. 또 송 씨는 “대통령님께서 이 편지를 보시고 조금이나마 같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송재연

 

저 같은 경우에는 주변에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엄마들이 없어서 모유수유부터 아이에 대한 모든 것까지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스스로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친정어머니께서 산후조리를 도와주시고 많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셨습니다만 이렇게 양가의 부모님, 혹은 신랑의 도움이 없다면 아이의 양육은 온전히 엄마 혼자의 몫이 됩니다.

 

그리고 양육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라면 아이가 끊임없이 울 때, 아이가 평소보다 다를 때 어떻게 해야할 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를 출산하고 100일까지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전 이런 부분을 지역 주민센터에서 보완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시기와 비슷한 지역에서 출산한 엄마들끼리의 커뮤니티를 형성해주시는 것도 한 방법이고, 아이를 출산하고 지속적으로 아이와 엄마에 대해 관리를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육아휴직 기간을 지내고, 이제 복직을 해야할 때 더 큰 문제에 봉착했어요. 복직할 시기가 다가오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려는데 맡길 만한 곳이 없었어요. 저희 지역이 특히 심한 곳이긴 했지만, 국공립어린이집은 천명이상의 대기가 있었고, 정원 9명의 가정어린이집 역시 대기 20~30명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가정어린이집은 아이들이 빠지는 경우가 거의 드물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다시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 자체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데, 그 마저도 엄마의 선택이 아니더라고요.

 

요즘에는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아이 태어나자마자 대기에 올려놓는 분도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유치원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엄마는 유치원 3곳을 다 떨어져서 그냥 어린이집에 계속 보낼 수밖에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유치원에 보내는 게 하늘의 별따기란 말이 있는데, 아이가 자랄수록 그 말이 실감됩니다.

 

아이를 마음놓고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좀 더 많이 늘려주세요. 그리고 시간제 보육시설도 더 많이 늘려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좋은 제도가 있긴 한데, 많은 분들이 모르시기도 하고 저도 막상 보내려고 하니까 어떤 곳인지 검증이 돼 있지도 않고, 인터넷으로 보니 다녀오신 분들의 이야기도 없다 보니까 보낼 수가 없겠더라고요.

 

정말 마음 편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그런 곳이 우리나라에는 너무 부족합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본인의 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게 약자가 돼 살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이런 전체적인 구조의 문제점을 충분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점은 그 문제를 인식하는 게 시작인거 같습니다. 이런 엄마들의 힘든 점을 알아주시고,  엄마들이 마음 편히 양육할 수 있고 엄마들이 원하는 만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예전에 어느 글을 보니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한 가정의 일이 아니라 국가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그게 복지의 기본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게 혼자라고 느껴지지 않게 좀 더 세심한 복지가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에는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바라는 소망을 담아서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된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된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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