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육아 참여, 대통령이 풀어줘야"
"남성의 육아 참여, 대통령이 풀어줘야"
  • 기고 = 김서룡
  • 승인 2013.03.27 13: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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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육아에 동참하고 싶은 아빠가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특별기획]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젊은 사람들이 아기 낳기를 거부하는 사회. 이른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올라 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을 끝낼 수 있을까? 베이비뉴스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맞아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소망하는 마음으로 보내온 독자들의 편지를 연재한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

 

이는 제가 저희 딸에게 읽어주던 책의 구절입니다. 네, 물론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요. 하지만 요즘은 엄마 혼자 아이 키우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입니다. 과거에는 대가족 시대라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여럿이 함께 아이를 키웠지만 지금은 여자 혼자 키워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뛰는 물가에 맞벌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여자는 일과 양육을 양립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를 낳고 10달을 배에 품고 있고, 낳고, 젖을 먹이는 일은 엄마인 여자만이 할 수 있지만 아이를 돌보는 일은 남자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는 엄마만이 아이를 키우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저는 남자입니다. 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남자이면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을 때 사회의 냉담한 반응 때문에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결혼 후 제 아내는 아이를 낳기 싫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혼했으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지.”라고 이야기하는 저에게 그녀는 “아이를 낳으면 여자가 희생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 나도 직장도 계속 다니고 싶고, 커리어도 쌓아 승진도 하고 싶고, 자기 계발도 계속하고 싶어. 하지만 아이를 낳으면….”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말은 구구절절 맞았기 때문에 저는 반론을 펼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제가 최대한 양육을 부담하겠다는 다짐을 하고는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힘들게 가진 아이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아내와의 약속 때문일까요. 저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아이를 돌본다고 생각합니다.

 

육아는 여성의 몫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함께해야 하는 것입니다. 남성도 내 아이를 키우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김서룡
육아는 여성의 몫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함께해야 하는 것입니다. 남성도 내 아이를 키우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김서룡

 

예를 들면 주말에 회사 거래처의 결혼식이 있으면 저는 혼자 아이를 데리고 결혼식에 갑니다. 아이를 안고 인사를 하면서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죠. 그때 아이가 울면 직장 상사 및 동료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니 부인은 집에서 뭐하고 자네가 아이를 데리고 왔나?”라고 묻습니다. “아내도 주말엔 집에서 쉬어야죠.”라고 이야기하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다음부터는 데리고 오지 말고 아내에게 맡기라는 것이죠.

 

또 “오늘은 제가 아이를 씻겨야 해서 일찍 집에 들어가야 합니다.”라고 회식을 거절하는 말을 하면 뒤에서 수근 거립니다. 팔불출이라고 표현을 대놓고 하는 사람도 있죠.

 

‘수요일은 가족 사랑의 날’이라고 집에 일찍 가서 가족과 함께하라는 뜻의 캠페인을 여성가족부에서 펼쳐왔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직장에 하자 “그게 다 지키라고 있는 건가. 그냥 좋은 게 좋다고 캠페인 펼치는 거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실제 이 캠페인이 남자 사원이 많은 일반 회사에 실행되는 경우가 몇이나 있을까요?

 

남자도 육아에 동참하게 하는 법안은 꽤 있습니다. 출산 시 주어지는 휴가도 있고, 남성의 육아휴직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반 공무원 및 특정 기업 외의 대부분 기업에서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내가 아이를 낳는 날도 진통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출근을 해서 일 처리를 하고 낳기 직전에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던 현실. “아이는 아내가 낳지 자네가 낳나?”라면서 일주일은커녕 딱 하루의 휴가를 간신히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육아휴직을 이야기하자 퇴사를 권하는 회사 분위기 등 이는 저희 회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대한민국 많은 회사들의 실상은 당연히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전제하에 남자 사원을 대합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살아온 남성들은 당연히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 느끼고, 가정에서 아내와 아이를 대하기 때문에 종종 트러블도 생기는 것입니다.

 

육아의 동등한 책임자 또는 1차 책임자가 되고 싶어도 ‘도와주는 보조자’가 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 기업에 아빠 육아의 효과 등에 대한 교육자를 파견하고, 남성의 육아 참여를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남성도 육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홍보와 교육, 구체적인 법안을 통해 남성, 여성 모두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해 주세요.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에는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바라는 소망을 담아서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된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된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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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2013-03-28 13:14:00

“그게 다 지키라고 있는 건가. 그냥 좋은 게 좋다고 캠페인 펼치는 거지.”
이런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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