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혼직장인은 어버이날에 식사와 용돈으로 평균 28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기혼직장인 열 명 중 여덟 명은 5월 가정의 달 기념일 중 어버이날이 가장 부담된다고 밝혔다. 어버이날, 부모님 용돈 문제로 스트레스를 겪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3가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사무실에서 만난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양가에 드리는 경조사비용은 각 가정의 문화와 개념에 따라 액수도, 형식도 차이가 있다. 맞벌이와 홑벌이가 다르고, 부모의 경제능력에 따라 또 다르다. 변수가 많다. 가장 보편적인 기준을 따르되 가정 경제가 휘청거리지 않는 선에서 액수를 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양가 부모님 경조사비 액수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평등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맞벌이든, 홑벌이든 마찬가지다. “홑벌이라 해도 가사노동을 하는 배우자는 수입의 반에 대한 권리가 있다. 부부의 수입은 많고 적고를 떠나 공동소유다. 사용에서도 공동으로 공평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형제가 있다면 용돈 액수를 놓고 경쟁이 붙을 수도 있다. 이때에는 형제가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김 소장이 조언이다. “형제 중 어느 한 쪽 경제력이 치우칠 수 있다. 여유가 있다고 부모님께 잘 해드리겠다고 여유가 없는 형제를 생각하지 않으면 우애 있기 어렵다.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해야 한다. 아예 처음부터 툭 터놓고 논의해 용돈을 맞추는 것이 좋다. 조율이 필요하다.”
더러 부모님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자식에게 매달 고정적인 지원을 요구되는 때도 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이는 부부간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소장은 지속적인 지원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면 부모님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부모가 정말 못 먹고 산다면 도와야지 어쩌겠나. 가정 경제에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하되, 부모님께 경제활동을 할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70세까지 노동할 수 있다. 지자체에서 베이비시터 교육도 하고, 찾아보면 노년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김 소장은 자식들에게 너무 바라지 않는 부모들의 자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모 세대도 너무 자식한테 때마다 바라는 것은 좋지 않다. 경제력이 있고, 살만하다면 자식들이 알뜰살뜰 모아서 얼른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자세다. 60~70대 여성들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던 세대라 힘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어른이라면 자기가 살아가는 동안 자기 삶을 책임져야 한다. 내가 노력하면 내 자식이 좀 더 빨리 집을 장만할 수 있고, 좀 더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자녀의 행복을 위해 조금만 더 노력해 보자.”
끝으로 김 소장은 각종 기념일이 부모만 행복하고, 자식들은 부담스러운 날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행복한 기념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어버이날이라고 부모만 좋고, 자식들은 부담된다면 차라리 그날을 없애야 한다. 가족이 행복하게 얼굴을 보려고 모인 자리다. 돈이 아니라 음식 두어 가지씩 각자 요리해 와서 나눠 먹고, 가족 모두가 행복한 5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