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의 혈액만으로 임산부 3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임신중독증(임신성고혈압)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제일병원 주산기센터(안현경, 류현미, 정진훈, 한정열 교수)와 유전학연구실(박소연 박사, 김신영, 김현진, 이봄이 연구원)은 태아 DNA와 태반형성에 관여하는 생화학적 표지물질들의 농도변화가 임신중독증 발병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임신중독증은 임신으로 인해 신장이나 순환기 기관에 생기는 이상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임신부의 약 5%에서 발생하며 전 세계적으로 매년 5만 명의 산모가 이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임신중독증은 임신 초·중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임신 28주 이후에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어서 조기 선별검사의 필요성이 요구돼 왔다.
연구진은 임신부 혈장 내의 태아 DNA 농도를 확인하기 위해 태아 특이적인 'RASSF1A 유전자'(과메틸화된 후성유전인자)의 발현량을 분석한 결과, 임신이 진행될수록 증가했으며 임신 15~28주에는 정상임신부에 비해 임신중독증이 발병한 임신부의 경우 약 4배, 태아성장제한의 경우 2배, 전치태반의 경우 3배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임신중독증과의 연관성이 밝혀진 태아 특이적 'RASSF1A 유전자'와 함께 기존 입증된 혈장 내 생화학적 표지물질들을 조합한다면 임상적용 가능한 효과적인 임신중독증 선별검사 바이오마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일병원 연구팀은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의 연구를 통해 임신중독증 환자와 정상 임신부를 대상으로 혈장 내의 임신중독증 관련 다양한 생화학적 표지물질들(INHA, sFlt-1, sEng, sMet, HGF, PlGF, TGF-β1)의 농도변화와 임신중독증의 연관성을 밝힌 바 있으며, 최근 국내 특허등록(특허 제 10-1075100호)도 완료했다.
안현경 주산기센터 교수는 “최근 만 35세 이상 고령 임산부의 증가와 맞물려 임신중독증 환자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이번 연구결과로 임신중독증의 조기예측 가능성을 확인함에 따라 고위험 임산부에 대한 산전관리가 보다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 하에 수행됐으며 연구결과와 관련된 약 20편의 논문이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SCI 저널 Placenta를 비롯한 국내 학회지 J Genet Med 등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