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는 게 두려워' 결혼·출산·육아 닮음꼴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지 오래다. 고도성장기였던 1980년대에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산아제한 정책과 구호들을 정부 차원에서 권장했지만, 2000년대를 넘어선 지금은 아이를 많이 낳지 않거나 아예 갖지 않는 경우가 늘어 오히려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일찍부터 일본도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고 그 원인과 대처법에 대해 고심해왔다. 일본은 한국이 겪어온 사회적 문제들을 비슷하게 미리 겪어온 경우가 많고, 저출산의 경우도 유사한 원인과 처방전을 갖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사회 대책 백서'를 살펴봄으로써 타산지석으로 삼기로 하자.
지난 5월 어린이의 날에 총무성이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15세 미만 어린이 수는 1982년 이후 32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이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9%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저출산 사회 대책 백서'에 따르면 고용환경 악화로 인해 아기를 낳고 키워야 할 세대의 소득이 낮은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이로 인해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게 된다고 분석된다. 따라서 젋은 세대에게 고용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보고하고 있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평균 초혼 연령은 작년 기준으로 남성 30.7세, 여성 29.0세로 30년간 평균 2.9세, 남성 3.8세가 증가했다고 한다. 초산 평균 연령은 2011년 30.1세로 처음 30세를 넘은 이래, 30년간 3.7세가 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올해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1세, 여성 29.4세였다. 또한 평균 초산 연령은 2010년에 이미 30세를 넘겨 저출산 문제가 이미 일본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출산은 곧 저소득이 원인이기도 하다. 2007년의 통계에 따르면 20대 연수입은 200만엔, 30대는 300만엔이 가장 많았고, 파트 타임으로 일하거나 파견 근무를 하는 등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0, 30대 남성은 정규직 남성의 결혼 비율의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또한 주 6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는 남성 비율은 30대가 5명중 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6세 미만의 자녀를 가진 부부 중 남편이 가사 육아에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1시간 정도라고 한다. 남성의 육아 참여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도 저출산의 원인이 된다고 백서는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대 평균 연봉은 남성 약 2500만원, 여성은 2250만원 정도이며 30대는 남성 3700만원, 여성은 2700만원이다. 환율과 물가 등을 고려하면 역시 일본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그 외에도 남성의 군복무로 사회 진출이 그만큼 늦어진다는 점, 특유의 결혼, 혼수 문화로 인해 돈 문제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남녀간의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점(주요 20대 기업에서 남성은 여성의 약 1.7배의 급여를 받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개선되지 않은 수치이다) 등 저출산에 더욱 불리한 요소들이 많고, 그것이 급격한 저출산의 원인이기도 하다고 지적된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올해 2월 공청회를 열어 출산, 양육에 유리한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고 육아휴직급여 개선이나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화 등의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 정책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적 열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