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시행착오 딱 한 달 걸렸어요
모유수유 시행착오 딱 한 달 걸렸어요
  • 정리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3.08.09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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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수기공모전 동상 박주향 씨 작품

[연재] 나의 모유수유 성공기 공모전 수상작 

 

국내 유일의 임신출산육아 전문방송 육아방송(회장 신경식)과 국내 최초 육아신문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세계모유수유주간(8월 1~7일)을 기념해 최근 ‘나의 모유수유 성공기’ 모유수유 체험 수기공모전(http://mother.ibabynews.com)을 진행했다.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의 눈물겨운 사연들이 올라왔다. 그중 공정한 심사를 거쳐 당선된 우수작품 12편을 차례차례 공개한다.

 

Chapter 1.

 

과감히 일을 그만두고 임신준비를 한 이유는 주변인들의 잇따른 임신과 출산소식이 왠지 모를 불안감과 부

러움을 나에게 안겨줬기 때문이었다. 준비하는 두 달 동안 그들을 부러워하며 임신만 하면 모든 게 행복해

질 것 같았다.

 

임신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아주 당연하게도 준비하고 2개월 만에 찾아온 까꿍이는 나에게 어마어마한 입

덧을 안겨주었고, 막달엔 어마어마한 발차기와 함께 치골통을 선물해 주었다. 이맘때쯤 모든 엄마들이 공

통으로 생각하는 것이 출산만 하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내 아기와 행복할 일만 남았을 것이라는 착각이다.

작게 낳아 크게 키우자던 나의 목표에 부합하여 37주 6일 2.8kg로 태어난 까꿍이는 간호사가 엄마 배 위에

올려주자 가르쳐준 이 하나 없는데 엄마의 젖을 찾아 물었다. 본능이란 무서운 것.

 

Chapter 2.

 

1. 계획과는 다른 아기

 

나의 계획 속에서 까꿍이는 엄마 젖을 힘차게 쪽쪽 빨고 무한 행복을 안겨 줄 수 있는 건강한 아기였다.

또한 모든 엄마들의 로망, 완전모유수유도 나의 계획의 일부였다. 하지만 출산 이틀 만에 찾아온 황달. 광

선치료를 받아야 하는 높은 수치의 황달이 찾아왔고, 다른 엄마들이 열심히 초유를 위해 젖을 물리는 동안

신생아실 밖에서 치료받는 아기만 멍하니 보다 입원실로 와서 유축기로 유축하는 것은 내 완모 계획에서

한참 빗나가는 일이었다.

 

첫 사흘 동안은 젖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아기가 엄마 젖을 힘껏 빨아주어 젖을 자극하게 되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아기가 먹고 살만큼의 그러나 아주 중요한 초유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물

리지를 못하니 젖양은 터무니없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2. 유두혼동

 

흔히 말하는 유두혼동은 입만 대도 먹을 것이 나오는 젖병에 길들어져 죽을힘을 다해 빨아서 겨우 한 모금

얻어먹는 엄마 젖을 거부하는 것. 출생 4일 만에 다시 안아본 까꿍이에게 찾아온 그것이었다. 아직 아기가

작아서 빠는 힘이 없어 그런 거니 분유보충을 하자는 간호사의 말을 뒤로한 채 수유실에서 쭉쭉 잘도 먹는

다른 아가들을 보며 그사이에 앉아 얼굴까지 시뻘개져서 젖을 거부하는 애 입에 억지로 유두를 구겨 넣으

며 속으로 얼마나 애를 태웠던지 모른다. 출산 후 일주일만 나온다는 바나나우유 색의 초유는 결국 유축해

서 얼리기로 하고 분유보충을 할 수밖에 없었다.

 

3. 조리원에서의 짱은 젖 많은 엄마

 

산후조리가 매우 중요한 우리나라 엄마들. 각양각색의 엄마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조리원에서 내 귀는 얼

마나 팔랑귀였던지. 내 몸조리가 우선이니 조리원에 있는 동안은 아침 한번, 저녁 한번 빼고는 분유만 먹

여도 된다는 방임주의 엄마, 적당히 하루 서너 번 먹이고 나머지는 분유보충해주는 타협주의 엄마, 어찌

되었건 내 젖만 먹일 테니 밤이고 새벽이고 애가 젖 찾으면 무조건 달려가는 열정적인 엄마, 그사이에서

심신이 지쳐가던 나는 타협주의 엄마가 되어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유수유를 권장해야 할 조리원의 각

방에는 유축기가 놓여있었다.

 

4. 엄마 젖 물리기

 

스틸티, 미역국, 우유, 두유, 바나나 등 모유량이 많아진다고 하는 것은 전부 닥치는 대로 먹고 마시고 유

축하기 시작했다. 엄마 젖만 물면 울며 자지러지거나 자 버리는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유축해서 신생

아실에 갖다주는 것뿐이었다. 열흘이 지나 조리원 퇴원일이 가까워져 오자 다급함과 원망의 눈으로 쳐다보

던 나에게 간호사가 건넨 것은 유두보호기였다. 그렇게 처음으로 젖다운 젖을 물리게 되었고 예쁜 내 새끼

가 십 분을 넘게 엄마 젖을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았다. 

 

5. 외로운 전투

 

출산한 여성에게 우울증이 찾아오는 건 아마도 수면부족과 원인을 알 수 없는 끊임없는 아기 울음소리 때

문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조리원 2주가 지나 집에 오니 밤에는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유두보호기

는 매번 삶아 소독해야 하는데 애는 길면 두 시간, 짧으면 삼십 분이면 젖 내놓으라고 운다. 그러면 나는

쪽잠을 다 합쳐 세 시간도 못 자고 지쳐버리는 것이다.

 

“그래 너도 얼마나 힘들겠니. 열 달을 편하게 뱃속에 있다 나온 지 2주밖에 안 됐는데 먹고 살겠다고 엄

마 젖을 찾아 물어야 하니…” 하며 같이 울었다. 아침 아홉 시가 되면 구세주 도우미 이모님이 오셔서 그

나마 두 시간 정도 잘 수 있었고 많이 먹고 많이 자야 젖양이 많아진다는 절대 진리를 따라 아기가 잘 때

는 무조건 눈을 감고 있었다. 

 

6. 그렇게 4주가 흐르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지옥길 같았다. 이놈의 시간은 왜 이리도 안 가는지. 베개를 받치건, 수유쿠션을 받치

건, 침대에서 하건, 소파에서 하건, 방바닥에서 하건, 젖 물리기는 온몸이 아프고 허리도 아픈 중노동이었

다. 집에 와서부터 적던 수유노트. 얼마나 먹고 자고 쌌는지를 줄줄이 나열하며 적었던 노트에 패턴이 생

기기 시작했다. 한 달쯤 되니 한 시간 텀이 두 시간이 되어있었고 새벽에 자는 시간도 두 시간에서 세 시

간 그리고 네 시간이 되어있었다. 나는 힘들어 죽겠지만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고 그사이 젖양

도 어마어마하게 늘어나 한쪽 젖만으로도 아기는 배불러했다.

 

7. 젖몸살

 

단 하루, 새벽에 수유텀이 길었고 너무 졸린 나머지 오른쪽 젖을 물려야 할 차례에 왼쪽 젖을 물렸다. 그

러자 오른쪽 가슴이 뭉치기 시작했다. 수유텀이 길어지면 조금씩은 뭉쳤다, 풀렸다를 반복하고 수유 후 바

로 풀리는 게 다반사라 그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 화근이었다. 그날 밤 점점 딱딱해져 오는 오른쪽

가슴을 샤워하면서 마사지도 해보고 찬 수건으로 진정시켜도 보았지만 점점 손대기도 무서울 만큼의 통증

이 시작됐다. 말로만 듣던 젖몸살이 온 것이다.

 

새벽 2시가 돼서 남편을 깨워 서러운 마음에 울었다. 젖이 뭉쳤는데 풀리지 않아 잠을 못 자겠다고. 인터

넷이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거라며 폭풍검색을 하더니 뜨거운 물수건을 들고 온 남편은 내 가슴이 멍들만

큼 주무르기 시작했다. 쥐어짜듯이 마사지하고 나오지도 않는 젖을 연이어 다섯 번 물렸다. 신기하게도 통

증이 사라지면서 딱딱한 부위가 다시 말랑해졌고 그렇게 5시가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남편과 인터넷이

존재함에 감사하며 잠드는 순간이었다. 

 

8. 꿈에 그리던 직수완모

 

워낙 작게 태어나 빠는 힘도 없고 입도 작아 유두보호기가 없으면 빨지도 못하던 조그마한 까꿍이가 3.9kg

가 되었고 드디어 보호기 없이 맨입으로 엄마 젖을 힘차게 먹기 시작했다. 그동안 보호기 삶는 게 얼마나

고역이었던지, 유두보호기 끊은 기념으로 옷을 선물했다. 배냇저고리가 너무 커 어깨가 다 드러나던 까꿍

이에게 75사이즈가 딱 맞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게 얼마나 큰 효도인지 모르고 쌔근쌔근 자고 있

는 아가를 보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chapter 3.

 

그렇게 한 달이 꼬박 걸려서야 까꿍이는 평온한 얼굴을 하고 간혹 엄마와 눈을 맞추며 행복한 쮸쮸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 동안 사서 본 육아책만 네 권이다. 임신기간 동안 미리 공부해뒀으면 시행착오가 덜했

을 거라며 지금 임신 중인 친구들에게 모유수유 공부는 꼭 권해준다.

 

너무도 당연히 성공할거라 자만했던 나에게 완모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다른 이들처럼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를 보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매일 찾아왔고, 완모하겠다는 독한 마음 하나로 한 달을 보냈다. 그리

고 덤으로 13kg 쪘던 체중도 임신 전으로 돌아왔다.

 

직수완모를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24시간 아기 옆을 지키며 끊임없이 젖을 물리고 그 외의 시간은 잘 먹

고 잘 자면 된다. 하지만 그 간단한 것이 지키기가 정말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아기가 젖을 물지 않는

다고, 존재하는 모든 방법을 써봤지만 젖양이 늘지 않는다고 포기하기에는 한 달이란 시간은 짧고도 중요

한 시간이다.

 

방법은 찾으면 된다. 시행착오 없이 수월하게 모유수유에 성공하는 엄마가 얼마나 될까, 웬만한 방법은 책

에 거의 나와있다. 나는 한 달이 걸렸지만 이 글을 보는 예비맘들은 더 수월하고 더 빨리 모유수유에 성공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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