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10대 여학생들이 산부인과를 찾는 것은 망설여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고 있는 10대 여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조사결과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서울시 여고생 2043명을 대상으로 ‘성 건강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고생 절반 정도가 생리통 때문에 생활에 지장을 받을 만큼 불편을 겪고 있었으며, 성 질환 고민이 있는 경우 여고생의 28.7%만이 산부인과 진료 및 상담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응답을 보면 성 질환 관련 고민으로는 ▲냉, 대하(분비물) 등의 질염(45.4%) ▲성장이상(발육이상, 25.6%) ▲성병(9.9%, 이상 복수응답) 등의 고민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리통 정도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인 52.5%가 ▲약을 이틀 이상 먹거나 결석해야 할 정도로 심하거나 ▲약을 하루에 한 알 정도 복용하거나 일상생활에 장애를 느낄 정도의 생리통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정호진 부회장은 “10대 소녀들이 성 질환을 진료 없이 방치하는 현상은 결국 한국 여성의 미래 건강이 위협받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심한 생리통의 경우, 자궁 외 임신 등을 불러올 수 있는 자궁내막증을 비롯해 치료 없이 장기간 경과하면 불임이 우려되는 여러 부인과 질환의 증상일 수 있다. 여성에게 생기기 쉬워 ‘여성의 감기’로 이해되는 질염도 원인균이나 증상에 따라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치료가 어려운 골반염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10대 소녀라도 필요에 따라 부인과 검진은 물론, 이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지도가 필요한 이유다.
정호진 부회장은 “초경이 시작되면 10대 소녀도 신체적으로는 여성이다. 따라서 여성의 생애 주기에 따른 평생 건강관리는 ‘초경 이후’부터 시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여성들의 평균 초경연령은 11.98세인만큼 초등학교 3~4학년부터 미리 건강관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초경 및 성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정 부회장은 “초경을 시작한 10대 소녀들이라면 어머니와 함께 산부인과를 방문해 생리양상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고 ‘어떤 때 산부인과 검진이 필요한지’ 등 건강관리에 필요한 교육도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10대 및 젊은 여성들이 부인과 검진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홍보해, 이들이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인과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 및 여성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매년 10월 20일을 초경의 날로 제정해, 초경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리고 초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또한 여성의 피임 및 생리관련 질환에 대한 웹사이트를 통해 전문적인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와이즈우먼의 피임생리 이야기(www.wisewoman.co.kr/piim365) 상담 게시판을 이용하면 피임 및 생리 관련 질환에 대해 산부인과 전문의의 무료 상담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