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의 첫 번째 약속, 모유수유
아기와의 첫 번째 약속, 모유수유
  • 정리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3.08.20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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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수기공모전 동상 김보균 씨 작품

[연재] 나의 모유수유 성공기 공모전 수상작  

 

국내 유일의 임신출산육아 전문방송 육아방송(회장 신경식)과 국내 최초 육아신문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세계모유수유주간(8월 1~7일)을 기념해 최근 ‘나의 모유수유 성공기’ 모유수유 체험 수기공모전(http://mother.ibabynews.com)을 진행했다.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의 눈물겨운 사연들이 올라왔다. 그중 공정한 심사를 거쳐 당선된 우수작품 12편을 차례차례 공개한다.

 

젖을 뗀지 만 2년이 되었다. 올해 다섯 살 된 아들 찬범이는 종종 내 가슴에 파고들어 '엄마 냄새'를 맡는다. 그런 후 기분이 가장 좋을 때만 볼 수 있는 콧등에 한껏 주름이 잡힌 특유의 눈웃음을 보내며 말한다. "엄마 냄새 좋아, 진짜 좋아." 세상에 엄마냄새를 싫어할 아기들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엄마의 모유를 먹으며 엄마 냄새와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기의 건강하고 밝은 웃음의 신호는 분명 다르지 않을까. 

 

결혼 준비를 하면서 주변에 불임으로 고생하는 부부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나도 나였지만 주변의 걱정이 많아 결혼날짜 잡고 결혼하기까지 모두들 하시는 말씀이 “얼른 이제 애 하나 낳아라”였다. 결혼 후 임신에 대한 자신감이 은근히 사라지려 할 무렵 꿈에서 아주 큰 은빛 물고기를 남편이 낚는 꿈을 꿨다. 그리고 한 달 후 아기가 생겼다.

 

◇ 아기와의 첫 번째 약속, 모유수유

 

결혼 후 고향인 서울을 떠나 지방에 살게 되었다. 집 근처 산부인과에서 첫 정기검진을 받은 후 임신과 출산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인터넷, 책, TV 등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모유수유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는 막연히 분유수유를 해야 임신 후 몸매관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지라 분유수유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유수유에 대한 장점들을 많이 접하면 접할수록 그 의미와 중요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는 당연시 되었던 모유수유가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로 점차 줄어들었지만 모유수유를 통해 아기의 성장·두뇌 발달뿐만 아니라 정서발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과 엄마의 유방암 예방과 임신 후 체중조절의 탁월한 효과 등 정말 장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쯤 모유수유를 위해선 자연분만을 해야 한다는 다수의 의견을 접하게 되었다. 제왕절개를 하면 산모가 마취에서 깨어나는 시간과 아기를 안고 모유수유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거의 대부분의 아기들은 산모와 떨어져 간호사가 타준 분유를 먹게 된다고 했다. 이런 과정 중 아기는 '유두혼동'이 올 수 있고 결국 산모는 젖을 물지 않으려하는 아기 때문에 모유수유를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그 후 자연분만을 고집하게 되었고 출산용품을 준비하면서 분유수유 준비물은 철저히 외면하였다. 출산 1개월 전 부터는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무료 모유수유 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내 아기에게 한 첫 번째 약속은 모유수유였다.

 

◇ 서울 원정 출산, 제왕절개

 

출산예정일이 다가올수록 노산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났다. 출산예정일 3개월 전 서울 친정에 올라가 서울의 한 병원을 방문하여 모유수유 할 생각에 ‘모자동실’ 유무를 알아보고 출산에 대한 내용을 예약하였다. 마침내 출산예정일이 다가왔고 집에서 양수가 먼저 터져 결국 자다가 새벽에 병원에 가게 되었다. 그날 밤이 돼서야 조금씩 진통이 왔고 죽을 것 같았던 진통 시간이 15시간을 넘길 무렵까지도 자궁이 10cm도 열리지 않았다.

 

 의사는 양수가 터진지 24시간이 훨씬 넘었고 자궁이 더 이상 벌어지기 힘들 것 같다며 결국 제왕절개를 제안하였다. 병원에 온지 꼬박 하루 반나절이 지나고 진통 17시간 만에 4kg의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였다. 다행히 하반신만 마취하여 수술실에서 아기를 품속에 안아 볼 수 있었지만 이내 곧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날 오전 눈을 떠 내 옆에 있을 아기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아기는 분유를 아주 맛있게 그것도 많이 먹고 신생아실에서 잠들어 있었다. 출산 전 태어나자마자 젖을 물리던 어느 산모의 모습을 TV에서 본적이 있었다. 성공적인 모유수유의 첫 시작은 ‘출산 직후 30분~1시간 내에 첫 수유를 해야 한다’였다. 나는 그것을 상상했고 나도 그렇게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달랐다.

 

◇ 출산 후 2주간의 고통

 

병원에서는 출산후 바로 젖이 안도는 산모들이 있다했다. 약간의 함몰유두를 갖은 나에게 간호사는 극복할 수 있는 거라며 모유수유를 하겠다는 나의 굳은 의지를 북돋아주었다. 간호사와 남편, 가족들이 수시로 젖마사지를 해주었다. 하지만 퇴원날짜가 다되어가도 젖 소식은 없는 채로 5일 만에 퇴원을 하고 집으로 왔다. 결국 분유와 유두혼동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젖병을 사고 유축기를 구입했다. 미리 사둔 수유쿠션은 남편이 베개로 사용토록 잠시 허락하였다.

 

집에 와 도우미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조리를 하였다. 모유수유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아주머니도 나를 위해 적극적으로 젖마사지며, 돼지 사골, 두유 등 먹는 것들에 대한 조언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아기는 그 사이 점점 더 분유 맛에 길이 들어가면서 매일매일 분유량을 갱신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팥물을 먹으면 좋다는 말을 듣고 팥을 달여 끊여 먹으며 유축기로 매일 아기가 잘 때마다 젖을 억지로 쥐어짜던 끝에 출산 10일 만에 초유를 짜낼 수 있었다. 기쁨과 놀라움으로 젖병에 담아 아기에게 먹였는데 맛이 안 좋았는지 아기가 그만 토해 버리고 말았다.

 

초유의 성분이 좋다는데 너무 너무 아쉬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초유보다 일단 완모를 목표를 두고 있던 나였기에 힘내서 모유를 모았다. 유축기를 통해 짜고, 짜고, 또 짜서 젖이 벌겋게 붓고 두통과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젖 한 방울, 한 방울을 모아 10ml, 20ml 그렇게 반나절 50ml 모이면 분유에 섞여 먹였다. 일주일간 신통치 않았고 퇴원 후 2주가 되어 조금씩 양이 늘었지만 하루에 몇 번이고 분유를 300ml도 먹던 아기에겐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젖량을 늘리려거든 어쨌든 젖을 물려라”였다. 수유쿠션을 사용해 노력하였지만 수유 자세는 너무 불편했고 아기가 젖을 잘 못 물고 어찌 문다 하더라도 젖이 조금 나오니 배고프다 울기만 하였다. 

 

결국 마음이 너무나 아팠지만 아기를 위해 ‘우는 아기에게 젖 준다’ 식으로 돌입했다. 그렇게 배고프다며 온 몸으로 우는 아기를 달래며 안절부절 하며 나도 울고 그렇게 고통의 시간이 흐르고 생 후 한 달이 되어갈 무렵 아기가 빠는 힘이 생기면서 아기의 허기진 배를 속일만큼 조금씩 젖이 나오게 되었다. 정말 날아갈 듯 기뻤다. 젖을 빠는 내 아기의 모습이 어찌나 신기했던지 상상이 현실로 되는 순간 기쁨의 눈물이 고였다.

 

◇ 모유수유, 힘들긴 힘들어

 

그 후 아기는 한동안 배고픔을 이기지 못했다. 분유 먹고 2시간 넘게 푹 자던 녀석은 30분도 안 돼 깨서는 젖 먹으면서 자고, 눕혀 놓으면 또 금방 깨서 울고 젖 주면 먹으면서 잠이 들길 반복했다. 어찌나 힘이 들던지 그때는 무슨 정신으로 잠을 자고 밥을 먹었는지 기억조차 없다.

 

그렇게 점점 밤중수유도 누워서 잘 해나가던 6개월이 지났을 무렵 생후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서서히 밤중수유는 끊어야한다고 주변에서 말했다. 전문가들마저 밤중수유는 아기의 수면을 방해해서 성장발달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며, 젖을 물고자는 아기는 이가 잘 썩는다 등 별별 소리, 인터넷 정보 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끝에 모유수유관련 정보 사이트에서 내게 딱 맞는 조언 한 구절을 발견했다.

 

“일부러 아기를 울려가면서 억지로 밤중수유를 끊으려 하진 말아야 한다.” 아기는 그렇게 돌까지 밤 9시에 잠들어 새벽 2시 무렵, 때로는 12시 반 가량 일어나서 힘차게 울다가도 젖만 주면 꿀꺽거리며 잘 먹고 새벽 4시 30분과 7시경에 일어나 먹고 아침 9시경에 일어나서 먹고, 또 먹고, 아주 잘 드셨다.

 

하지만 돌이 되어갈 무렵 여전히 내 머릿속엔 예전에 들었던 밤중수유에 대한 안 좋은 내용들이 다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주 무시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돌잔치가 끝나고 아기는 엄마 말을 조금씩 이해하는 듯 보였다. 밤중수유를 끊자고 좋은 말로 설명도 해주고 이제 2살 되었으니 먹지말자고 달래고, 어르고, 젖꼭지에 쓴 맛 나는 것도 바르고 밤이면 대성통곡하는 아기를 바라보다 젖을 주는 일을 반복하였다. 한 2주가 지나서는 새벽에 1시간씩 이틀은 울다 잠이 들었는데, 3일째 되던 날엔 2시간이 넘어도 진정이 안 돼 정말 경기 일어날 것 같았기에 결국 젖을 물리고 말았다.

 

그렇게 힘든 시간이 지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먹고, 잘 노는 아기를 보며 치아 걱정도 두되 걱정도 아닌 정서 건강상 정말 안 좋을 거 같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내가 편하기 위해 밤중수유를 끊고자 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고 휴직 1년으로 마음껏 모유수유 하겠다 마음먹었던 마음들을 다시 한 번 새기고 밤중수유에 대한 부분은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나의 짧았던 생각을 질책했다. 그러던 중 TV 뉴스를 통해 세계보건기구(WHO) 모유수유 권장기간인 만 2년을 채우면 아기의 면역력을 키워주는데 도움에 된다는 말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 직장 복귀, 모유수유로 건강하게 자라나

 

아기가 15개월 때 오후에 일을 시작하는 직장에 복귀하게 되었다. 이미 예정된 일이였기에  돌이 갓 지난 후 부터 아침 수유 이후 낮에는 되도록 이유식으로 채웠다. 밤중수유로 인한 지난날의 고단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밤중수유 마저 못하면 모유수유 2년 채우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퇴근과 함께 바로 수유하고 밥 먹이고, 잠자기 전, 밤중수유를 한번, 새벽에 한번 총 4회 미만으로 수유했다. 아기도 돌 지나니 이것저것 먹어서 그런지 젖을 그리 많이 찾진 않았다.

 

그렇게 두 돌이 되어갈 무렵까지 새벽과 아침에 일어나 먹어 수유 횟수가 두 번으로 줄었다. 물론 주말 낮 시간 같이 있는 날엔 가끔 한 번씩 목이 마른지 "엄마 쭈쭈주세요~ 쭈쭈"하며 찾길래 그냥 귀여워서 주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 모유를 줄 수 없는 법. 두 돌을 한 달 앞두고 단유를 결정했다. 아기에게 단유에 대한 이유를 말로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따라 매일 매일 아기에게 말했다.

 

"우리 찬범이 이제 세 살 되었네. 아빠, 엄마처럼 키가 쑥쑥 자라려면 쭈쭈 보다 더 맛있는 것 많이 먹어야 돼 그러니까 이제 쭈쭈 그만 먹자.“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단유의 방법으로 흔히 쓰인다는 쓴 커피를 젖꼭지에 진하게 바르고 내밀었더니만 "매워, 매워."

 

쓰다는 표현은 모르고 맵다는 표현만을 알았던 아들은 고개를 저어댔고 그렇게 밤에 잠들기 전 쭈쭈가 이젠 매워서 못 먹는다는 말 한마디에 약간은 훌쩍댔지만 안 먹게 되었다. 이렇게 쉽게 단유할 수 있었다. 예전에 어떤 분이 ‘말 알아듣고 하면 알아서 젖 뗀다’고 하더니 딱 그 말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아기 찬범이는 다섯 살 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큰 병치레 해본 적 없고 흔한 감기도 거의 안 걸리고 영유아 검진 때마다 성장 속도가 70% 수준에 들어있었으며 썩은 이 한 개도 없다. 말도 잘하고 엄마 마음도 잘 읽어주며 보살펴주는 마음 따뜻한 아들로 성장해가고 있다. 물론 미운 다섯 살 일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건강해서 직장 다니는 엄마로서 얼마나 안심이 되는 줄 모른다. 참으로 과정은 힘들었지만 모유수유 아기만의 장점들을 내 아기를 통해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느끼는 이 뿌듯함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 보니 노산이라서, 제왕절개 해서, 함몰유두라서, 젖이 안 나와서, 아기가 안 빨아서 여러 가지 이유들로 모유수유를 포기 할 수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아기가 울 때 초보엄마로서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조급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냥 분유를 타주었더라면 아마도 난 완모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배고픔을 적당히 이겨내며 살아갈 방법, 모유를 먹는 방법을 터득할 시간이 아기에게도 필요 했겠다란 생각이 든다. 그 시간을 나와 아기는 잘 참아내었던 것이다. 

 

두 돌까지 젖먹인 일. 내 생애 처음으로 거의 완벽하게 지켜낸 약속이며 내 아기와의 첫 번째 약속이었다. 언젠가 나는 아기와 다른 약속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약속을 지켜내기 힘들고 지칠 때, 첫 번째 약속을 지켜내려 노력했던 시간들이 거름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하니 오늘도 마음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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