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진가 양희석의 육아픽
고향집 벽 한편엔 사진 코팅된 b4크기의 사진 한 장이 붙어 있다. 처가댁 냉장고 옆면에도 똑 같은 사진 한 장이 붙어 있다. 놀자의 백일 사진이다. 그 사진을 보면 내 머리속에서는 항상 생각나는 사진이 있다. 공식적인 백일사진을 찍는 과정에 찍힌 사진이다.
과정은 이랬다. 초보 아빠인 나는 나름 사진으로 밥벌어 먹고 사니, 애기 백일 사진은 내가 찍겠노라고 마음먹었다. 놀자가 목은 가누니 범보의자에 앉히고 좀 진한 색으로 배경을 할것 하나만 있으면 내 어릴적 찍혔던 100일 사진과 비슷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중고로 장만한 범보의자에 앉혔지만 몸을 가누는게 쉽지 않았다. 백일 놀자는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넘어지고 넘어지고를 반복했다. 결국 아내에게 놀자 몸 가누는 걸 맡기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결론은 고향집과 처가댁 한편에 붙어 있는 공식적인 사진과 그 와중에 찍힌 사진 놀자의 자세를 잡아주는 사진이다.
두 사진 모두다 좋다. 하지만 내 컴퓨터 하드에만 들어 있는 비공식 백일 사진에 더 마음이 간다. 멋지고 정형화된 백일 사진은 아니지만 이 사진을 보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놀자를 찍기 위해 안절부절 하던 내 모습이 생각나고 아내와 이것저것 백일을 준비하던 때가 생각난다.
*사진가 양희석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임을 깨닫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사진기자로도 일했으나 2006년부터 프리랜서로 밥벌이와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 2009년 '놀자'가 태어나자 하는 일에 '육아'가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