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유모차 밀고 버스 타는 주부입니다
덴마크에서 유모차 밀고 버스 타는 주부입니다
  • 기고 = 김경진
  • 승인 2013.09.14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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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꿈 같은 일이 덴마크에선 현실로 이뤄지고 있어요

[특별기획] 부모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박근혜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덴마크 거주 1년을 앞두고 있는 주부 김경진이라고 합니다. 제 딸은 현재 세 살이고, 이제는 유모차에 타는 것을 벗어날 때도 되었지만 자가용을 사용하지 않는 저로서는 아직 유모차를 즐겨 이용합니다.

 

작년에 처음 덴마크에 왔을 때가 생각나네요. 사정상 아이 아빠가 먼저 덴마크로 오고 저는 30개월가량 된 딸과 나중에 출국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사용하던 유모차가 충분히 휴대용으로 사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매우 가벼운 휴대용 유모차를 한 대 구입하여 나오게 되었습니다.

 

덴마크 생활에서 차를 사기는 저희 가족의 재정상황상 쉽지 않았기 때문에 자전거와 버스를 이용하여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늘 자가용을 이용하여 다니는 것이 생활화되어있었기에 처음에는 먼 거리를 걷고 버스를 기다려 타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유모차에 아이를 싣고 버스를 타는 날. 일단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를 유모차에서 내리게 한 후 유모차를 얼른 접어서 바닥에 두었습니다. 두 손이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배낭형 책가방에 아이 짐과 제 소지품을 넣고 등에 맸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버스가 보이기 시작하자 얼른 유모차를 어깨에 매고 버스 티켓을 꺼내기 쉬운 주머니로 옮긴 후 아이 손을 잡고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버스가 도착했을 때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후다닥 달려가 아이를 먼저 버스에 올리고 저는 배낭과 유모차를 어깨에 맨 채로 뒤뚱거리며 얼른 올라탔습니다. 일단 아이를 앉히고 버스 티켓을 찍은 후 자리에 앉으니 '성공이다'하는 생각과 함께 '휴'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몇 정거장 가지 않아 다른 아기 엄마가 버스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엄마는 한국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든 매우 큰 수레형 유모차를 밀며 뒷문으로 유유히 올라타서 유모차의 브레이크를 건 후 침착하게 앞으로 가서 버스 티켓을 찍고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버스는 저상버스였고, 유모차가 탈 때는 버스를 내려서 타기 좋게 해 주었습니다(덴마크에는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입니다).

 

나중에 살펴보니 버스는 인도가 있는 곳에서는(인도가 없는 곳은 자전거 도로가 있는 곳에 차를 댑니다) 늘 인도에 최대한 붙어서 차를 대기 때문에 유모차가 타기 매우 쉬웠습니다. 또한 버스 안에는 유모차를 댈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고 다른 짐을 가지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유모차가 타면 항상 양보를 해 줍니다. 물론 자리의 부족과 안전 때문에 한 번에 두 대의 유모차만 탈 수 있습니다.

 

유모차 이동이 편한 덴마크에서의 유모차 나들이. ⓒ김경진
유모차 이동이 편한 덴마크에서의 유모차 나들이. ⓒ김경진

 

덴마크에서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이동하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는다. ⓒ김경진
덴마크에서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이동하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는다. ⓒ김경진

 

유모차에서 재미있는 표정을 하며 웃고 있는 아이. ⓒ김경진
유모차에서 재미있는 표정을 하며 웃고 있는 아이. ⓒ김경진

 

지하철과 시내를 다니는 기차는 어땠을까요? 지하철과 시내를 다니는 기차도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경사로도 있는 곳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전거와 유모차가 탈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어서 다른 승객들도 불만이 없이 기차나 지하철을 탈 수 있습니다.

 

시설만이 문제라고요? 제 생각은 아니라고 봅니다. 버스를 탈 때 버스 운전자는 유모차가 타면 항상 안전하게 설 수 있게 기다려 줍니다. 그리고 덴마크에는 한국보다 훨씬 자주 지하철이나 시내 기차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납니다. 게다가 고치는 속도도 매우 느려서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유모차를 밀고 잠깐만 서성거리면 금세 사람들이 다가와서 도와주겠다고 나섭니다.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봅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을 때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기차나 지하철을 탈 수 있습니다. 물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보다 힘들지만 마음은 더 따뜻해집니다.

 

이번 여름에는 유모차를 끌고 덴마크 이곳 저곳을 여행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는데 유모차는 저를 힘들게 하는 짐이 아니라 아이를 재우고 저의 가방까지도 주렁주렁 매달 수 있는 고마운 이동 수단이었습니다.

 

요즘은 자전거 타는 실력이 많이 늘어서 가까운 거리는 아이를 자전거(자전거에 트레일러 부착)에 싣고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여 다닙니다. 많은 덴마크 사람들이 그렇게 합니다. 저야 차가 없지만 그 사람들은 대부분 차가 있어도 자전거를 이용하여 가까운 거리를 다닙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공사하는 구간을 많이 만납니다. 공사를 할 때도 항상 자전거와 유모차를 배려하여 임시로 철판을 깔아놓은 곳에도 아스팔트로 경사로를 만드는 것은 잊지 않습니다. 대통령님 매우 작은 것이지만 작은 경사로가 유모차가 휠체어를 얼마나 자유롭게 하는지 기억해 주시고 꼭 정책으로 실천해주세요.

 

유모차를 이용하여 버스타고 다니기, 자전거를 이용하여 아이와 함께 다니기. 모두 꿈만 같은 일이라고요?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배려를 잊지말아주세요. 버스는 더 많은 돈이 들더라도 미래를 위해 점차 저상버스로 점차 바꾸어주세요. 조금만 천천히 해도 되는 사회로 만들어주세요. 공사를 하거나 시설을 점검할 때 조금만 더 신경 쓸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주세요.

 

작은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행복지수 1위의 국가를 만든 다는 것을 몸소 느낍니다. 한 가지만 더!! 어린이 집이 쉬거나 봐 줄 사람이 없을 때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는 것을 회사가 배려해 주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주세요. 이것은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운동이 되기를 바랍니다.

 

◇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오는 9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 서포터즈 발대식이 열린다. ⓒ베이비뉴스
오는 9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 서포터즈 발대식이 열린다. ⓒ베이비뉴스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과 유모차를 이용하게 되면서 교통약자에 대한 자신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적어 보내면 됩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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