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업고 볼일 보는 보육교사의 현실
아이 업고 볼일 보는 보육교사의 현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3.10.16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감장서 12년차 보육교사 증언 들어보니…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영아들이 초기 적응하는 3월에서 5월까지는 제대로 밥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밥을 못 먹어 5kg이 빠지고 화장실도 못가 방광염으로 고생합니다. 아이 이유식이며 기저귀 갈기 등 전부 개별적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9시간 내내 긴장상태에서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하는데, 의원님들은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15일 오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보육교사 이윤경 씨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 앞에 앉아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현재 어린이집의 영아반을 담당하는 12년차 보육교사 이 씨는 보육교사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이날 국정감사장에 나왔다. 이 교사는 평가인증제도의 허와 실, 교사인력 부족 등 어린이집의 질적 향상을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들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쏟아냈다.

 

15일 오후 서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윤경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참고인으로 참석해 보육교사 처우개선 방향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5일 오후 서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윤경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참고인으로 참석해 보육교사 처우개선 방향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먼저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 씨는 “인증을 안 받으면 처우개선비가 안 나오니 시설 입장에선 반드시 받을 수밖에 없다. 인증으로 인해 새로운 교재·교구를 사는 등 환경개선 이점도 있지만, 교사 입장에선 평소보다 업무가 과중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인증기간동안 아이하고의 긴밀한 상호작용이나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씨의 발언을 종합하면 보육교사들은 휴식시간 전혀 없이 평균 주당 45~50시간 정도 일한다. 그런데 평가인증 준비로 더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에게 집중해야 할 시간에 많은 인증 서류를 준비하고 처리하긴 버겁다는 것. 특히 평가인증에서는 위생이나 청결 업무가 중요한데, 그 업무까지 보육교사의 몫이 되고 있다.

 

이 씨는 “청소하고 소독하고 매일 장난감, 침구를 닦고 빤다. 평가인증이 있는 경우는 주단위로 대청소를 하면서 주말을 보내는데, 아이를 돌보고 프로그램을 짜는 사람들이 청소, 빨래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청소인력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또한 이 씨는 “(평가항목 중) 근로계약서 구비여부가 있는데, 근로계약서 내용에 불법적인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감점 요인이 아니라 서류만 구비됐으면 점수를 받는다”며 “형식적인 평가들로 실제 어린이집에서 이뤄지는 비민주적인 운영이나 급·간식 문제 등의 지표를 검증하는 데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인증제도는 영유아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보육을 제공하기 위해 평가인증지표를 기준으로 어린이집의 현재 수준을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한 후,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기관에 대해 국가가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많은 보육교사가 평가인증제도로 인한 업무과다로 영유아 보육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평가인증제도 준비와 관련해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없으며 필요한 경우 보육정보센터를 통한 대체교사를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씨는 “실제로 대체교사제를 이용하긴 어렵다”며 “오늘 국회에도 정말 어렵게 나왔다”고 전했다.

 

대체교사제는 보육교사가 휴가를 낼 경우 일시적으로 교사를 지원받는 제도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이 공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체교사를 신청하고도 지원받지 못한 건수는 1만 9000여건에 달해, 신청 건 중 3분의 1이 지원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무엇보다 큰 문제는 아이들을 두고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보육교사들이 반드시 받아야 할 직무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두 달간 주말동안 교육을 듣느라 집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를 업고 식사를 하고 화장실도 가느냐”는 양승조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아이들에게는 못할 짓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다”고 답한 이 씨는 “영아의 경우 1~2개월 차이는 발달상에서도 굉장히 차이가 크다. 저희 0세반의 경우 올해 기는 아이, 붙잡고 서는 아이, 걷는 아이 모두 한반인데, 사실 보조 없이 혼자 그 아이들을 돌보는 건 굉장히 어렵다”며 “눈을 떼는 순간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교실을 비울 수도 없다. 아이들의 안전과 질 높은 보육을 위해선 투(two) 담임제도가 제일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육교사들은 허리를 숙이거나 아이를 안아서 옮기기 때문에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씨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녀야 하는 신세지만 제때 휴가를 낼 수 없어 두 달 전에 병원을 예약하지 않으면 치료조차 힘들다. 12년을 보육교사로 일해 온 이 씨의 수령 월급은 200만 원이 채 안 된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좋아서 열심히 보육교사 일을 해왔지만 교사들에 대한 처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3~5세 교사 처우개선비가 30만 원인 것과 달리 영아반 교사는 12만 원에 불과한 현실은 보육교사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이 씨는 “금액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들의 사회적 가치를 그렇게밖에 평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누리과정을 하는 교사들도 사실 30만 원의 처우개선비가 많은 게 아니다. 특히 영아반 교사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엉덩이 붙일 새도 없이 일하고 있다. 단순히 처우개선비 문제뿐 아니라 교사의 전반적인 건강성 문제도 제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윤경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보육교사 처우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윤경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보육교사 처우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 씨의 증언이 끝나자 복지부를 향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은 “작년에도 영아반 교사 처우개선비를 30만 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예산문제로 깎였다. 이번에는 반드시 추가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림 새누리당 의원은 “평가인증제도의 내용을 간소화한다고 해서 (업무과다나 인력부족) 문제들이 해결되진 않는다. 정부는 보육교사의 상황에 맞게 어떻게 인력지원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인 김명연 의원도 “보육교사들은 아이들 돌보고 관찰하고 대화하고 부모가 못하는 대화를 대신하는 쪽에 치중해야 한다. (평가인증제도로) 청소 같은 많은 쪽에 시간을 뺏기니 본연의 일을 못한다”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끝으로 이 교사는 “많은 의원들이 보육교사의 현장 문제에 관심 갖는 것에 감사하다. 언론에서 어린이집 문제가 생기면 교사 개개인의 자질을 말하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일하는 교사도 많다. 현장 문제들이 왜 생기는지 원인을 찾기 이전에 결과만 가지고 말하지 않길 바란다”며 “정부도 보육정책이나 중요결정사항에 대해 시설장 이야기만 듣는 게 아니라 보육교사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적극적인 논의 테이블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균 복지부 보육정책관은 “특별히 평가인증제도와 관련해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다만 시설에서 부담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평가인증제도를) 간소화하고 평가 시  필요한 경우에는 대체교사라도 지원될 수 있도록 대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15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준균 복지부 보육정책관이 참고인으로 참석해 보육교사 처우개선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이윤경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5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준균 복지부 보육정책관이 참고인으로 참석해 보육교사 처우개선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이윤경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