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전집 아이에게 꼭 사줘야 하나
비싼 전집 아이에게 꼭 사줘야 하나
  • 기고 = 심정섭
  • 승인 2013.10.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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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가정에서 배우는 독서토론 원리

[기고] 심정섭 더나음 탈무드교육 연구소 대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선선한 날씨와 인생의 의미를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계절의 변화는 다시 한번 책을 잡아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독서는 양극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어른들은 책을 너무 안 읽고, 아이들에게는 너무 많은 책을 사준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고, 어려서부터 독서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부모들에게 있어서 한가지 고민이 바로 비싼 전집을 사줘야 하나이다. 자녀교육에 열심이 있다는 가정에 가보면 대개 벽 하나를 가득 매운 아동용 도서를 보게 된다. 한번은 지인의 집을 방문했더니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동화 시리즈, 세계 명작 시리즈, 과학 동화 시리즈가 벽을 하나 가득 메우고 있었다. 벽에 걸린 책 값만 해도 몇 백만 원 어치는 돼 보였다. 마침 맨 위칸에는 영어 동화책이 어림잡아 100여권이 있었다. 하나 꺼내서 그 집 아이에게 물어 보았다.

 

“OO야 이 책 읽어보았니?”

 

“아니요, 처음 보는데요”

 

“아저씨가 읽어 줄까?”

 

“네!”

 

나름 유창한(?) 발음으로 아이에게 동화책을 영어로 읽어 주니, 엄마 눈에서 만족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 저거 그냥 버리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한번 보내, 아싸 본전 뽑았다.’

 

정통파 유대인 가정에 가보면 벽에 책이 많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 그런 책은 탈무드나 랍비들이 쓴 책이다. 많이 보며 헤지기 때문에 대부분 두꺼운 하드 커버 표지로 돼 있다. 아이들마다 책장이 있는데, 대부분 기도책인 시두르와 역시 유대교 관련 어린이용 서적이다. 한마디로 전집은 거의 없다.

 

한남동 랍비 집 서재에 꽂힌 책들: 대부분 토라 탈무드에 관한 동일한 주제의 책이다. ⓒ심정섭
한남동 랍비 집 서재에 꽂힌 책들: 대부분 토라 탈무드에 관한 동일한 주제의 책이다. ⓒ심정섭
 

유대인의 자녀 교육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종교에만 편향된 교육을 하면 나중에 세상 물정 모르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유대인들은 하나의 주제를 반복하여 학습하고 점점 그 수준을 높여 나가 전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리고 사실 토라와 탈무드에 세상의 모든 영역이 다 들어가 있다. 종교서이지만, 역사, 의학, 법률, 사상, 지리, 철학이 다 들어가 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만화로 된 유대인적 삶과 의례, 명절에 대한 이야기를 게 풀어진 내용을 교육용으로 보지만, 12살 전후로 해서 대부분 어른들이 읽는 내용을 텍스트로 바로 공부한다. 그러므로 쉽게 풀어쓴 OOO, 쉬운 OOO, 어린이를 위한 탈무드 이런 책은 거의 드물다. 토라나 탈무드 자체를 축약하거나 쉽게 풀어쓰기 않는다. 내용이나 단어가 어려우면 아이가 이해하는 범위만큼 설명해 나간다. 결정적으로 언제까지 어느 진도까지 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언제까지 뭘 끝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토라 탈무드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궁금하면 더 물어보고, 쓸데 없는 질문을 해도 혼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한번 이해가 되면 진도를 쭉쭉 나갈 수 있다.

 

유대인 어린이 동화책: 아침에 읽어나 감사 기도하는 내용이다. ⓒ심정섭
유대인 어린이 동화책: 아침에 읽어나 감사 기도하는 내용이다. ⓒ심정섭

 

유대인 아이 동화책: 아빠와 함께 어떻게 안식일을 지키는가를 설명한다. ⓒ심정섭
유대인 아이 동화책: 아빠와 함께 어떻게 안식일을 지키는가를 설명한다. ⓒ심정섭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데 비싼 전집을 사야 하느냐 묻는 부모가 있으면 나는 확실히 말해 줄 수 있다. “돈 아깝게 전집 사지 말라고, 아이가 보는 만큼 하나씩 사주라고.” 책이 없으면 한 책을 수 십 번 봐서 외울 정도가 되면 더 좋다. 그리고 너무 책을 많이 봐서 책을 다 대줄 수 없다면, 도서관을 활용하면 된다. 유대인 서재에 있는 많은 책은 아동용 전집이 아니다. 아이들 책은 최소화 하고 평생 읽고 공부할 진짜 책을 서재에 꽂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전 다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하나나 제대로 해’가 초등학교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하나를 제대로 해서, 자기가 공부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가 되면, 중고등학교의 잡다한 과목은 알아서 해 나갈 것이다.  그래도 혼동되며 이 질문을 던져 본다. 이 책을 10년 동안 책장에 꽂아 놓고 볼만한 책인가? 그렇지 않다면 안 사도 아이 교육하는데 지장 없다.

 

유대인 자녀교육 원리는 너무 종교색이 짙어서 우리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역사나 문학을 통한 한줄기 독서 교육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문학이나 역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재미있고, 다양한 어린이용 도서가 있다. 유대인들과 같이 같은 주제를 반복하며 읽어 가면서, 점점 깊이를 더하고, 좀 더 어려운 같은 주제의 책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 유대인 독서교육의 특징은 독서뿐만 아니라 토론을 강조하는 점이다. 유대인들이 평생 공부하는 탈무드는 양적으로도 방대할 뿐 아니라 내용이 난해해서 도저히 혼자 공부할 수 없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수 천년 동안 탈무드를 공부하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둘씩 짝을 이어 토론하며 공부하는 것이다. 유대인들의 전통 도서관인 예시바나 회당에 가면 둘씩 짝을 지어 시끄럽게 토론하며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기가 읽은 내용을 설명하고, 상대의 질문에 대답하며, 어려운 내용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가게 된다.

 

미국 정통파 유대인 학교의 수업 모습: 둘씩 짝을 이루어 토론하면서 공부한다. ⓒ심정섭
미국 정통파 유대인 학교의 수업 모습: 둘씩 짝을 이루어 토론하면서 공부한다. ⓒ심정섭

 

이에 비해 우리나라 도서관은 너무 조용하다. 이야기하거나 떠들면 큰 일 나는 곳이다. 이런 토론이 없는 조용한 독서는 IQ만 계발하는 제한된 학습 활동이 될 수 있다. 책만 많이 읽고, 인지 능력만 높은 아이들이 사회 생활에서 성과를 잘 내지 못한다는 유명한 연구가 있다. 1920년부터 70여 년 간 IQ 150 이상의 아이들 1500명을 추적 관찰한 터먼 연구이다. IQ가 좋은 아이들이 사회에 큰 업적을 내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연구대상의 똑똑한 아이들은 자라면서 대다수가 평범 혹은 그 이하의 삶을 사는 것으로 보고됐다. 다니엘 골맨의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책 만 많이 읽은 똑똑한 아이들의 실패는 자신의 지식으로 남과 소통할 수 있는 의사 소통능력과 올바른 판단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렇게 소통되지 못하는 지식, 정서지능(EQ)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지식은 사회에 어떤 영향력도 미칠 수 없고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할 수 없는 지적 유희에서 끝나게 된다. 좀 더 심해지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우리 나라 도서관에서 혼자 중얼거리거나, 이상한 옷을 입고, 매일 도서관에 오는 이상한(?) 사람들을 간혹 본다. 그 때마다, 책 만 읽고 토론하지 않은 결과가 이런 사람들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읽은 지식이 온전히 소통되고 활용되려면 사회 정서 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 EQ가 계발돼야 하는데, 이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소통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독서와 토론이 함께 가야 IQ와 EQ가 함께 계발 되는 온전한 공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비단 유대인뿐 아니라, 근대적인 도서관 체계가 갖춰지기 이전에 대부분의 전통적인 학습 장소는 시끄러웠다. 우리나라 서당이나 과거 양반 가문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전을 낭송하고 암송하고, 서로 암송한 내용에 대해 토론하며 공부를 했다. 필자는 오랜 동안 필자와 함께 부모 독서모임을 같이 해 온 가정들과 함께 양재동 매헌 기념관에 있는 윤봉길 도서관에서 이런 전통적인 학습 방법을 기반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독서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아직 독서 토론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토요일 저녁 시간에 부모와 자녀가 도서관에 같이 와서 같은 주제의 책을 읽고 토론을 연습하게 된다. 그리고 모르는 부분은 좀 더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며, 집단 지성의 힘을 체험하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오는 10월 28일(월) 오후 2시-4시에 양재 시민의 숲 내 매헌기념관에서 윤봉길도서관 개관 기념 행사로, 유대인식 자녀교육과 독서 토론 교육에 대한 무료 특강이 있다. 유대인식 자녀교육이나 탈무드식 토론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본다.

 

시간: 10월 28일(월) 오후 2시-4시

장소: 양재 시민의 숲내 매헌기념과 3층 강당 (신분당선 양재 시민의 숲역 5분 거리)

강사: 심정섭 (더나음 탈무드교육연구소 대표) 

주제: 유대인 자녀교육과 독서토론 교육의 원리

참석 신청: 무료 수강, 총 200석 수용 가능

상세 내용: 블로그 참조 http://blog.naver.com/jonathanshim/40199339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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