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진가 양희석의 육아픽
어디에선가 '아이가 일어서서 걸음을 걷는다는 건 지구의 무게를 두발로 버텨내는 것이라는 일'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놀자가 처음 혼자 걸음을 걷게 된 순간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할 때 마다 앞의 글귀에 동감하게 된다.
목도 못 가눠 안을 때도 조심스러웠던 때, 뒤집지도 못해서 낑낑댈 때,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해 자꾸 쓰러질 때, 기어가기 위해 엄지발가락에 물집이 잡히도록 노력할 때, 자꾸자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일어서기 위해 노력할 때 이 모든 순간을 이기고 드디어 놀자가 혼자의 힘으로 걸음을 뗀 것이다.
그 한발자국을 시작으로 빠르게 걸음을 익혔던 놀자. 처음 혼자 힘으로 걷던 그 순간 위태위태하게 움직이던 그 한발자국이 얼마나 커보였던가. 지금도 그 순간은 놀자에겐 내가 모르는 거대한 힘이 감춰져 있음을 믿게 만든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놀자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과 놀자를 자꾸 비교하였다. 다른 아기는 벌써 앉던데, 벌써 일어서던데, 벌써 걷기 시작하던데….
비교하지 않으려 애를 써봤지만 사실 잘 되지 않았다. 육아관련 책 속에선 아기의 발달정도가 편차가 있다고 했지만 다른 아기보다 조금 늦으면 놀자에게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비교하게 된다. 누구는 한글을 읽는다더라, 누구는 영어공부를 한다더라. 듣지 않으려 해도 놀자와 비교되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리고 그것이 또 걱정을 낳는다.
하지만 놀자가 처음 걷던 그때 느꼈던 놀자의 잠재력을 믿으며 걱정을 이겨내련다.
*사진가 양희석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임을 깨닫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사진기자로도 일했으나 2006년부터 프리랜서로 밥벌이와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 2009년 '놀자'가 태어나자 하는 일에 '육아'가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