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마지막) 출산의 기록
네 번째(마지막) 출산의 기록
  • 칼럼니스트 원혜진
  • 승인 2011.03.15 11:39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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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고명딸, 세상 빛 보던 날

[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 아기 : 3.02kg 여아

* 예정일 : 3월 12일

* 출산일 : 2월 21일 오전 11시 38분 (37주 2일)

* 분만방법 : 브이백(VBAC Vaginal Birth After Cesarean 제왕절개수술 후 자연분만)

* 병원비 : 266,000원 (2박3일, 1인실 100,000*2일, 보호자식대 1회 6,000원, 산모특식 6,000*2일)

- 아기 선천성대사이상검사 46종, 청력검사, 예방접종비 138,800원, 혈액대 80,000원 별도

 

* 1남 2004년 8월. 제왕절개.

* 2남 2006년 9월. 브이백

* 3남 2008년 10월. 브이백.

 

1월 31일 (34주2일) 정기검진, 담당의사가 배가 이렇게 많이 뭉친다면 조산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무조건 누워있으란다. 네 번째 출산이기 때문에 아기가 빨리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산 경험이 있는 우리 부부는 무조건 제 때 낳는 것이 돈 버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38주까지는 버텨야겠지 싶어, 구정에 시댁에도 안 가고 친정으로 가서 누워있었다. 안 그래도 이번 임신은 먹는 건 잘 먹는데 기운이 없는 입덧이라, 내내 잘 먹기만 하고 운동은 전혀 못 해서 몸무게가 많이 늘었는데……. 막달까지 누워있다보니, 몸무게 증가가 네 번의 임신 중 최고이다. 18kg. 정말 몸이 무거웠다.

 

2월 14일 (36주2일) 정기검진 때 담당의사 말씀이, 곧 낳겠단다. 자궁문이 3cm 열린 상태. 이 상태로 40주까지 버티다가 진통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바로 오늘 밤 갑자기 진통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브이백은 의료진이 다 있는 안전한 상황에서 출산을 하는 것이 좋다며, 날을 잡아 출산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신다. 셋째 때도 비슷한 상황으로 유도분만을 했던지라, 남편과 나는 의사선생님을 믿고 따르기로 했다. 아직 3주 이상 남았다고 생각했다가 갑자기 1주 후로 출산일이 잡혔다.

 

2월 21일 (37주2일) 아침에 삼형제 밥 먹이고 병원에 전화를 해 보았다. 가족분만실이 비어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가족분만실에서 삼형제와 함께 분만을 하려던 계획을 접고, 삼형제를 각각 어린이집에 보낸 후 남편과 둘이서만 병원으로 갔다.

 

10시. 병원에 도착. 담당의사가 바로 분만실로 가라고 했기 때문에, 나는 분만실로, 남편은 입원 수속하러 원무과로 갔다. 바로 옷 갈아입고, 링거 꽂고, 제모하고, 관장한 후, 배에 진통 체크와 태아 심박음 체크하는 띠를 두르고 누웠다.

 

10시 30분. 간호사가 먼저 내진을 해보더니, 바로 담당의사가 왔다. 긴 꼬챙이같은 걸 들고 내진을 하면서 양수를 터뜨리고 물을 뺀다. 자연분만이 세번째라도 제모, 관장, 내진 등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혼자 누워있으려니 심심해서 남편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분만대기실이 바빠서 조금 있다 불러준단다.

 

진통이 시작되려는지 조금씩 생리통 비슷한 아픔이 밀려왔다가 사라졌다. 아직 복식호흡으로 견딜만한 정도. 남편과 엄마와 통화를 하고, 내 휴대폰에 아이들이 저희들끼리 찍어놓은 동영상을 들여다보았다. 아이들과 헤어진지 한 시간도 안 되었는데, 아주 오래된 일인 듯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옛날 산모들은 애 낳으러 들어가며 '살아서 저 신을 신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벗어놓은 신발을 돌아보았다는데……. 브이백은 자궁 파열의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들었던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뱃 속의 아기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제이야, 힘 내. 엄마도 최선을 다할게."

 

11시. 점점 진통의 강도도 세지고 간격도 좁아졌다. 2분 간격이겠다 생각하고 휴대폰 시계를 보았더니 딱 맞았다. 진통이 오면 시간 맞추기를 하면서, 복식호흡으로 견딜 수가 없어 “히! 히! 후!” 하고 짧게 끊는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남편은 못 들어오게 하고, 엄마께 빨리 좀 와주시라고 전화를 했다. 내진을 해보더니 6cm 열렸단다.

 

아이들이 아빠와 밥을 먹고 장난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들여다보니 아픈 와중에도 웃음이 나왔다. 개구쟁이들, 예쁜 내 아이들, 아기 낳고 만나면 더 잘해줘야지. 진통의 강도가 더 세졌다. 옆으로 돌아누워 짧게 호흡을 하는데, 밑으로 힘이 들어갔다. 간호사를 불러 이야기를 했더니 내진을 해본다. 바로 담당의사를 호출하더니 거의 다 됐다고 말해주었다. 원장님 오시기 전에 힘주는 연습을 해보자면서, 진통이 올 때 힘을 주란다. 이번엔 산모교실도 못 다녔는데, 예전에 해보았던 호흡법과 힘 주기가 기억이 났다. 신기했다. 끙하며 고개를 들어 밑으로 힘을 주는데, 아기 머리가 다 내려온 느낌이 들었다. 아기 나올 거 같다고 간호사에게 말하니, 휠체어를 가져왔다. 휠체어를 타고 분만실로 이동했다.

 

분만대에 누웠는데, 아직 너무 힘 주지 말란다. 짧게 호흡하며 견디고 있는데, 드디어 담당의사와 남편이 들어왔다. 바로 다음 순간 진통이 와서 의사의 지시대로 힘을 주었더니 머리가 나왔다. 다음 진통 때는 힘을 반만 주라고 하더니 아기 어깨가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기가 쑥 나오는 느낌. 시원했다. 아기를 내 배 위에 올려준 후 남편이 탯줄을 잘랐다. 남편이 아기를 확인하는 동안 의사의 지시대로 힘을 조금 더 주고 태반이 나왔고, 마지막으로 회음부 봉합을 했다. 회음부 마취를 해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따끔따끔 바늘의 느낌, 바느질을 하는 느낌까지 다 알 수 있었다. 세 번째가 되니 한순간 한순간 그 느낌을 확실히 알겠구나.   

 

2011년 2월 21일 11시 38분에 우리집 막내가 태어났다. 울음소리도 씩씩한 아가씨. ⓒ원혜진
2011년 2월 21일 11시 38분에 우리집 막내가 태어났다. 울음소리도 씩씩한 아가씨. ⓒ원혜진

 

아기 처치 후 나에게 데려와 젖을 물려주었다. 우리 공주님, 엄마 목소리가 들리자 울음을 그쳤다. 처치하는 걸 옆에서 지켜본 남편은 웃으며, 진짜로 딸 맞다고 말해주었다. 원장님이 "10시 반에 와서 보고 11시 반에 낳았네" 하셨다. 간호사가 내 얼굴 가까이 아기를 보여주어서, "고생했어, 제이야" 하고 말해주었다. 가만히 엄마 목소리를 듣는 듯 하다. 대견하고 고마운 우리집 네 번째 보물, 세상에 태어난 걸 환영한다.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3남 1녀(04년, 06년, 08년, 11년생)를 키우는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왔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업주부로 전향할 계획이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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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kim**** 2011-04-21 03:41:00
아핫
태지도 안 벗겨진 정말 신생아...

no**** 2011-04-19 23:04:00
고생많으셨어요. 축하합니다.
아고.. 넷째..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첫아이 낳고 누구 닮은거야? 그랬는데.. 엄청 미안했답니다.
저도 고생했어 라고 했어야 했는데..
아들 3 다음 공주 낳아서 정말 정말 좋으시겠어요.
엄마 편 생겼잖아요.
엄마와 딸. 아들

wo**** 2011-04-14 22:31:00
축하드려요~!
넷째까지 건강하게 출산하셨군요.
제왕절개후 브이백을 세번이나.... 대단

brose**** 2011-04-14 01:45:00
너무나 축하드립니다..
얼마나 이쁘고 감사할까요..
넷째가 딸이라니..
저도 아들만 둘이라서 셋째를 생각하고 있는데..
셋쨰도 아들

0109588**** 2011-04-10 11:41:00
축하드려요!
넷째까지!..
정말 대단하셍!
저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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