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진가 양희석의 육아픽
건강히 자랐기 때문일까, 놀자는 혼자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온갖 것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놀자의 몸이 자랄수록, 뭔가 다른 행동 하나하나를 하게 될수록 놀자의 호기심은 점점 커져만 갔다. 더불어 놀자 엄마와 나의 가슴 철렁한 순간도, 그 호기심에 미소 짓는 순간도 많아져갔다.
또한 호기심을 어떻게 채워줘야 할까와 위험한 상황을 어떻게 방지해야 할까라는 고민도 커져갔다. 우리가 찾은 답은 웬만하면 막지말자와 위험한 것들은 좀 높이 올려놓고 잘지켜보자라는 평범한 것들이었다. 다행히 놀자는 큰 부상없이 잘 자라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놀자의 모습중 하나는 자기가 싼 응가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진이다. 더운 여름이어서 기저귀를 채우지 않은 상태로 지내던 어느 날, 방바닥에 응가를 싸놓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는 놀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놀자는 자기 엉덩이에서 나온 응가가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듯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놀자야 이게 네 배속에서 나온 응가야"하며 한참 동안을 설명하는데 자기 응가를 바라보던 호기심 가득한 모습이란 잘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사진가 양희석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임을 깨닫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사진기자로도 일했으나 2006년부터 프리랜서로 밥벌이와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 2009년 '놀자'가 태어나자 하는 일에 '육아'가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