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권리 저버린 언론의 자극적인 기사제목
아동 권리 저버린 언론의 자극적인 기사제목
  • 기고 = 이호균
  • 승인 2013.12.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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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호균 한국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장

언론보도는 우리사회가 아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고, 대우하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창이라고 할 수 있다. 아동과 관련된 사건과 다양한 이슈들이 아동이 살아가는 오늘날 사회의 양상과 실태를 보여주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이 아동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반영한다.

 

최근 부모에 의한 영아 살해 보도를 보면 상당수가 1~2년의 실형이나 집행유예의 가벼운 처벌을 선고받았다. 가해 부모의 심신미약이나 초범여부, 반성 정도, 가족들의 선처 호소 등을 감안해 이른 판결이다. 가해 부모의 여러 정황이 고려됐고, 또 고려될 수 있지만 아동의 입장과 처지에 대한 고려는 부재하다.

 

한 인간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 갔지만, 부모의 양육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영아는 부모의 사정과 정황에 따라 그 생명의 여탈이 납득될 수 있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받아질 수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이러한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 또한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사건의 사실과 가해 부모의 정황이 참작된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옮겨 담는 것에 그칠 뿐이다.

 

또한 부모 자녀의 동반자살에 대한 보도는 아동을 하나의 존엄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동의 생명권은 누구도 함부로 위협하거나 빼앗아 갈 수 없는 불가침의 권리이지만 동반자살이라는 용어 자체가 이미 부모나 가족이 아동의 생명 여탈에 관여하거나 결정하는 주체이거나 단위로 허용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관련 언론보도 시에는 ‘자녀 살해 후 타살’이라는 용어 사용과 함께 부모가 자녀의 생명권을 빼앗은 분명한 타살 행위이며 범죄행위인 것을 견지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언론에서 온정적인 견지에서 다루어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자녀와 함께 다 같이 죽었겠느냐?”는 식이거나, 기사의 타이틀도 “생활고에 시달린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식으로 취재보도를 함으로써 아동의 생명권 침해를 방조할 뿐 아니라 조장하고 있음을 아동권리 옴부즈퍼슨이 문제 제기한 바 있다.

 

아동의 생명권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고유한 인격의 존중 또한 미흡한 것이 우리사회의 실상이다. 최근 얼마간의 언론보도를 보더라도 아동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아동의 명예와 신망을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해 문제가 됐다.

 

또한 아동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아동의 신상정보를 무분별하게 노출해 아동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성폭력 등 아동에게 부정적인 사건인 경우 더욱 더 보도의 영향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스티그마를 남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아동의 사생활 노출과 아동에 대한 배려가 없는 취재방식으로 언론에 의한 2차 피해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최근 들어 이러한 아동의 권리 침해적인 언론보도에 대해 각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편적인 문제에 대한 시정이 아니라 언론보도의 원칙과 자세 전반적인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다뤄져야 한다.

 

아동은 성인과 동일한 인권을 지니고 있지만 오히려 아동의 시기라는 고유성과 성장·발달하는 존재라는 특성에 따라 아동에 대한 세심한 보호와 배려, 존중이 필요한 것이다. 아동의 권리 보호와 존중은 특정한 개인, 집단, 기관이 아닌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특히 언론은 그 영향력과 파급력을 고려할 때 그 책무성이 강조된다.

 

아동을 취재하거나 아동과 관련된 일을 보도할 때 아동권리에 입각해서 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도 아동의 권리를 우선할 수 없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일을 결정할 때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언론은 아동과 관련된 사안들이 아동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항상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 아동의 존엄성과 인격을 침해할 수 있는 방식의 취재나 보도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의 우려가 있는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여 이를 방조하거나 조장하지 않아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언론이 아동권리 인식을 증진시키는 적극적인 주체로 정부나 사회에 대해 아동권리에 대한 공적 감시자 및 대변자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동권리에 입각한 언론보도 기준이 마련되고 보도인력에 대해 충분한 아동권리 인식 및 이해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권과 관련된 보도 및 방송 기준들이 마련돼 있지만 아동의 권리에 대해서는 특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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