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요즘 혼자 벌어서 아이 분유값 감당 못해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가구 중 43.5%가 맞벌이 가정으로 조사됐다. 이제 맞벌이는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필수 조건이 돼 버렸다. 하지만 남성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 미만으로 매우 저조하고, 여성근로자 10명 중 1명은 출산휴가 후 3년 이내에 퇴직하는 등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맞벌이 가정의 육아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 기업은 직장어린이집 등 설치를 고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출산 후 여성근로자의 인력 손실을 방지할 수 있고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무도 다할 수 있다."
박진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이사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3층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14 보육 현안과 과제 전망 컨퍼런스' 1부 행사인 '제1회 육아기업인 초청 포럼'에 초청돼 이같이 말했다.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사장 송자)은 만 0~5세 취학 전 영유아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영유아와 맞벌이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이날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직장어린이집의 과제'란 주제로 사례발표에 나선 박진재 이사는 "아이를 낳기 어렵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은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기란 그리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여성의 경우 20대에는 남성 못지않게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다가 30대에는 직장을 떠나는 등 다년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M자 곡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여성근로자의 육아에 대한 어려움이 존재했다.
박 이사는 "아이 키우고 가사 노동하는 것이 아직은 여성에게 많은 책임이 전가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육아부담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선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워킹맘이 필요로 하는 기업의 지원제도'를 조사한 결과, 사내 육아지원시설 확대가 상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맞벌이 가정은 보육비 지원이나 육아휴직보다 직장어린이집을 선호하고 있었다.
직장어린이집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전문성을 갖춘 보육교사가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 또 우수한 보육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부모의 근로시간을 고려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보니 안전할 것이라는 부모들의 믿음이 있었다.
박 이사는 "근무시간 단축이나 육아휴직도 중요하지만 직장어린이집이 있으면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바로 아이를 믿고 맡기면서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여성의 욕구"라고 강조했다.
직장어린이집 설치는 근로자뿐 아니라 기업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성근로자의 이탈을 줄일 수 있어 인력 손실을 방지할 수 있고, 유능한 여성근로자를 적기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 가족친화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여성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여성가족부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지원을 확대했다. 다소 까다로웠던 직장어린이집 설치기준을 완화하고 중소기업의 어린이집의 경우 설치비 지원을 확대했다. 또 교직원 인건비도 1인당 월 100만 원에서 월 120만 원으로 증액했다. 이를 통해 2017년까지 직장어린이집 설치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박 이사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활성화를 위해 완화된 규제로 보육의 질이 낮아지지 않도록 정부는 건물에 대한 관리를 통해 영유아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단순 설치에서 벗어나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질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