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너무 좋아하는 남편, 어찌할까요?
술을 너무 좋아하는 남편, 어찌할까요?
  •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 승인 2014.01.13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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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그 안에 있는 진짜 문제 들여다 보기

【베이비뉴스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연애 시절 은영(35·가명) 씨와 경준(38·가명) 씨는 죽이 잘 맞았다. 둘 다 술을 좋아했고 말도 잘 통했다. 술잔을 앞에 두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다 보면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함께 있으면 즐겁고 유쾌했다. 2년여 연애하는 동안 큰 싸움 없이 결혼까지 이르렀고 신혼까지도 별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은영 씨는 그것이 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맥주 딱 한 잔만 마시고 들어오겠다던 경준 씨가 술에 잔뜩 절어 새벽 늦게 들어오거나, 회식이라더니 전화기를 꺼놓고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이 반복돼 자꾸 싸움이 생긴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땐 여전히 착실하고 다정한 경준 씨다. 하지만 술 문제만 앞에 두면 내가 알던 남자가 맞나 싶기까지 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은영 씨는 경준 씨에게 ‘술 때문에 우리 사이가 나빠진다’고 잔소리도 해보고 부탁도 해보지만 경준 씨는 ‘알았다,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말만 할 뿐 행동이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이 부부, 어디서부터 엇나가기 시작한 걸까.

 

술 때문에 벌어지는 싸움은 진짜 술 때문만은 아닌 경우가 많다. 박미령 향기나는 가족치료연구소장은
술 때문에 벌어지는 싸움은 진짜 술 때문만은 아닌 경우가 많다. 박미령 향기나는 가족치료연구소장은 "술이 아닌 다른 문제가 술이라는 탈을 쓰고 발현할 확률이 높다. 술 안에 있는 진짜 부부의 문제가 뭔지 살펴야 한다"고 설명한다. ⓒ베이비뉴스


◇ 술, 그 안에 있는 진짜 문제 살펴보기


은영 씨는 두 사람의 갈등이 술 때문에 빚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술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일 뿐 진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은영 씨에게 필요한 건 남편을 탓하기에 앞서 본인이 남편에게 가지는 기대가 달라진 점을 인식하는 일이다.


박미령 향기나는가족연구소장은 “당장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남편의 모습에 서운하고 노여운 마음이 들어 남편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남편에 대한 자신의 요구가 결혼 전과 달라진 점이 있지는 않은지, 그걸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은영 씨는 결혼 후 많이 변했다.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아 술자리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졌고, 그 때문에 술 자체에 흥미를 많이 잃었다. 번듯한 집 마련해 누구처럼 잘 꾸며놓고 살고 싶은 마음도 커졌다. 돈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하니 예전에는 맥주 한 잔 쉽게 사 마시던 돈에도 인색해졌다. 그래서 경준 씨에게 술을 줄이고 생활비도 줄이자는 말을 자주 하게 됐다.


은영 씨가 입장 바꿔 생각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은영 씨의 바람이 바뀌었지만 그것은 은영 씨만의 바람일 뿐 남편이 완전히 동의하고 서로 협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준 씨는 아마 기가 차고 답답할 것이다. 원래 자신이 술 좋아하는 것을 아내가 몰랐던 것도 아니고 같이 자주 마시기도 했는데, 아내는 예전과 달라졌고 엄마나 선생님처럼 야단도 치니 ‘이렇게 살려고 결혼한 게 아닌데’라고 생각해 은영 씨의 요구를 회피하려 들 것이다.” 박 소장의 말이다.


◇ 아내의 기준 VS 남편의 기준


남편과 술이 아닌 다른 취미 생활을 공유하고 싶고, 얼른 집을 장만하고 싶다는 바람은 은영 씨 입장에서는 극히 상식적인 바람이다. 하지만 남편의 바람은 다를 수 있다. 박 소장은 “자신이 세운 기준을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남편이 그걸 전부 따라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편은 아내 요구를 맞춰주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으니 앞에선 알겠다고 하겠지만 본인 마음이 동해 수긍한 게 아니어서 행동으로는 어긋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럼 은영 씨는 남편에게 어떻게 이 상황을 개선하자고 말해야 할까. 남편과 자신의 바람이 달라 갈등이 생기는 걸 파악했다면 그다음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적어 공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은영 씨는 남편이 술 마시는 게 싫은 이유, 남편이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와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문제를, 경준 씨는 술을 핑계로 은영 씨의 요구를 외면하는 이유를 말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상처받을까봐, 아니면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니 수치스러워서 솔직하게 말을 꺼내기 힘들 수 있다. 그래도 이게 꼭 필요하다. 서로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인정해주고 그 영역은 건들지 않는 배려가 필요하다. 서로에게 가지는 불만의 이유가 뭔지 본인의 내면을 먼저 들여다보고 나면 상대방을 위해 어떤 걸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보일 것이다. 팁을 주자면, 요구를 들어주려 하는 것에 앞서 싫다고 하는 것을 안 하려는 노력부터 하는 게 쉬울 것이다.”


◇ 부부 갈등, 한쪽만의 잘못으로 생기는 게 아냐


모든 사람 사이에는 반동 작용이 있다.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다. 은영 씨가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부부 사이의 문제는 한쪽만의 잘못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박 소장은 “원래 남편이 좋았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라. 뒤집어 생각해보면 남편의 행동이 싫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남편은 그대로이고 자신이 변한 것이다. 변한 자신에게 적응해야 하는 남편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은영 씨는 자신을 끔찍이 위해주던 남편과 마찰을 겪으며 ‘나를 향한 사랑이 식었다’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 번씩 아찔해진다. 자신의 절망이 크니 경준 씨가 하는 말을 왜곡해 받아들이고 자신의 불만을 남편을 향한 비난으로 내보이게 된다. 그러나 남편도 똑같이 절망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해야 한다. “경준 씨는 그런 비난을 들을 때 ‘이 여자가 나와의 결혼을 후회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견딜 수 없이 괴로울 것”이라는 게 박 소장의 해석이다.


박 소장은 두 사람의 문제가 사랑의 감정으로, 또 이성적인 지혜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남편에게는 술이 두 사람의 사이뿐 아니라 남편의 건강에도 큰 해를 끼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로의 요구가 다르고 서로 지켜주지 않으니 ‘나를 무시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비난하는 말투를 경계하기 바란다. 본심은 따로 있는데 눈에 보이는 작은 현상을 확대해 해결 없는 싸움으로 몰고 가지 않길 바란다. 진심을 솔직하게 말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 해답이다. 진심이, 사랑이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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