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그건 아이를 죽이는 일이다”
“아동학대, 그건 아이를 죽이는 일이다”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4.03.02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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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혜정 하늘로소풍간아이를위한모임 대표

 【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계모에게 맞아 죽은 울산의 8세 여아 ‘서현이 사건’의 3차 공판이 열리던 지난달 11일, 울산 법원 앞에 아동학대 범죄에 분노한 엄마 100여명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이날 엄마들은 계모 박 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며 저마다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그 중심에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자발적 시민모임인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http://cafe.naver.com/preventionchildabuse 이하 하늘소풍)이 있었다. 하늘소풍은 지난해 12월 그간 잠자고 있던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오는 4일과 5일에는 국회의원회관 2층 제2로비에서 아동학대의 실상을 알리고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기 위한 아동학대 사례 사진전을 개최한다. 지난달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사진전 준비에 한창이던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 대표 공혜정 씨를 만났다.

 

공혜정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 대표. 지난해 11월 결성된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은 자발적으로 전국에서 아동학대의 실상을 알리고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피켓 시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공혜정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 대표. 지난해 11월 결성된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은 자발적으로 전국에서 아동학대의 실상을 알리고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피켓 시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내 아이’ 아닌 ‘우리 아이’ 위해 시민들이 나섰다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은 지난해 10월 24일 계모가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딸의 머리와 가슴 등을 마구 때려 갈비뼈를 16개나 부러뜨리고, 결국 숨지게 만든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만들어진 모임이다. 인터넷 카페를 개설한 지 만 4개월 만에 현재 2만 명에 가까운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공혜정 하늘소풍 대표는 “서현이 사건을 처음 접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걸 알리자는 취지에서 모임을 만들었다”며 “여러 아동학대 사례들을 접하면 접할수록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너무 많은 일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 둘의 평범한 엄마이자 교육관련 사업을 하던 공 대표는 현재는 모임 활동이 너무 바빠서 하던 일도 휴업하고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활동에 올인하고 있는 상태다. 모임 회원 대부분 공 대표와 같은 평범한 엄마들이 많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아동학대 실상을 알리는 활동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근절을 목표로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서명운동을 하고 피켓 시위 활동을 하고 있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은 어쩌다 우발적으로 맞아 죽은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끔찍한 고문을 당해왔어요. 하지만 이 아이들이 학대받고 비참한 삶을 마감할 때까지 가족도, 친척도, 이웃도, 그 누구도 돌아봐주지 않고 지켜주지 못했어요. 아이가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고 고립돼 있었다는 게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이 아이를 주목했더라면, 이 아이가 속마음을 터놓고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 아이들이 이렇게 죽어갔을까요?”

 

공 대표는 아동학대로 인해 아이들이 사망에까지 이른 건 어른들의 무관심과 아동을 대하는 어른들의 그릇된 인식,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터무니없이 가볍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모임 회원 분들이 대부분 이런 얘기들을 해요. ‘여태까지는 내 자식만 잘 키우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카페에 들어와서 아이들이 어떻게 처절하게 죽어갔는지 그 사진들을 보는 순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가정의 눈치를 보면서도 서명운동을 하고 피켓시위를 하게 된다’고. 이러한 아동학대에 대한 실상과 아동학대가 엄연한 범죄라는 걸 널리 알리기 위해 회원 분들이 자발적으로 전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 잠자고 있던 아동학대 특례법안 통과에 큰 역할

 

하늘소풍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보호 등을 위해 지난 2012년 9월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2013년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후 10개월 간 계류돼 있었으나, 하늘소풍 회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이 법안은 일사천리로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특례법은 오는 9월 29일부터 시행된다.

 

“아동학대의 경우 처벌이 너무 형편없다는 걸 알게 되고 아동학대에 대한 제대로 된 법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알아봤는데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더라고요. 그 사실을 안 게 작년 12월 5일이었어요. 회원들 사이에 이 법이 진작에 시행이 됐으면 많은 아이들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분노와 공감대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날부터 성명서를 내고 호소문도 발표하고, 법사위 소속 각 의원실에 엄마들이 눈물로 호소하는 전화도 계속 했었어요. 국회 앞, 광화문에서도 특례법 통과를 해 달라고 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서명운동도 펼쳤더니 이런 회원들과 부모들의 마음이 닿아 26일 만에 법안이 통과되는 기적 같은 일이 생긴 것 같아요.”

 

하지만 아동학대 특례법의 내용이 전적으로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공 대표는 “그동안 아동학대와 관련된 내용은 여러 법률로 흩어져 있었는데 이 모두를 하나로 묶은 상위의 법이 만들어졌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지 결코 만족스럽다는 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많은 개정이나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 대표는 특히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에 대해선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가정에서 일어난다고 하는데 우리사회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에 대해 너무 관대합니다. 법적으로 존속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이 되는데 비속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이 없어요. 부모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면 패륜이라고 해서 다른 범죄보다 가중처벌을 하는데 부모가 자식을 해쳤을 땐 가중처벌은 커녕 오히려 남을 해쳤을 때보다 형량이 적은 게 현실이에요. 자식이 부모의 소유도 아닌데,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거나 죽게 하면 그 죄를 더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러한 데는 가정 내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부모들이 이를 훈육이라고 치부하려는 경향도 한 몫 한다. 공 대표는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족 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중대한 범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

 

“자식을 자신의 소유로 보는 잘못된 부모들의 시각이 문제가 있어요. 그러니 지속적인 학대를 해 놓고도 학대가 아니라 훈육을 위한 체벌이라고 주장하는 거죠. 또 주변에서도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 자식 혼내는 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아이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보는 게 아니라 부모에게 귀속된 존재로 보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특히 하늘소풍은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를 살인죄로 기소하는 것이 굉장히 이례적인 일임에도 ‘서현이 사건’의 가해자가 살인죄로 기소되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살인의 고의성과 폭행의 지속성 부분에 대한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은 오는 11일 열린다.

 

“처음엔 서현이 친부 동거녀가 상해치사로 체포됐었어요. 그런데 상해치사는 3년에서 5년 이내의 형벌을 받습니다. 알고 보니 이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초범이고, 우발적이고, 그동안 아이를 양육했고, 친부가 처벌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집행유예로도 풀려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거예요. 저희들이 분노한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었죠.”

 

공 대표는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이 하나를 그렇게 끔찍하게 죽였는데, 갈비뼈 24개 중에서 16개가 부러졌는데 어떻게 상해치사가 될 수 있나요? 갈비뼈 16개가 한꺼번에 부러지지는 않았을 텐데 그 과정에서 아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어요. 이걸 보고도 멈추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여기에 분노한 회원들이 온라인을 통해서 이 사건을 계속 알리고, 서명운동과 피켓 시위를 하고 검찰에 탄원서도 숱하게 제출했어요. 그 영향인지 다시 재조사를 통해 결국 중간에 살인죄로 바뀌게 된 거죠.”

 

공 대표는 미래를 짓밟힌 아동의 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형편없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하늘소풍 모임에서도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더 엄중하게 하라는 서명운동을 전국적인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속적인 학대에 대해서는 살인기소를 하도록 해야 해요. 방어의 힘도 없는 그 어린 아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어른들이 지속적으로 학대하는 건 살인이에요. 서현이 사건만 봐도 지속적으로 5년간을 학대해 아이가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게 했어요. 당연히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는 게 맞죠. 80년을 평균수명이라고 봤을 때 고작 10살도 안 된 아이들이 살아갈 70년의 인생을 빼앗아놓고 어떻게 고작 몇 년 만에 죗값을 치르고 나오게 할 수가 있나요?”

 

◇ 3월 4~5일 국회서 아동학대 실상 알리는 사진전 개최

 

하늘소풍은 이러한 아동학대의 실상을 알리고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기 위해 오는 4일과 5일 국회의원회관 2층 제2로비에서 아동학대 사례 사진전을 개최한다.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실과 서영교 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후원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80여점의 아동학대 피해사례 사진들이 전시되고, 서명운동도 함께 진행된다.

 

공 대표는 “아이에게 끔찍한 고통을 준 가해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우리나라 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입법 활동을 하는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이 이 비참한 실상을 알아야 한다”며 “이 분들이 아이들이 어떻게 고문을 당했는지 피해사진들을 직접 보고, 법 개정과 보완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라는 생각에 염동열 의원실을 비롯한 관계기관의 도움을 받아 국회에서 사진전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 대표는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 형량도 낮고 사람들이 관심이 없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아동학대의 실체를 모르기 때문”이라며 “많은 분들이 사진전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아동학대가 단순히 매를 좀 더 때렸다 수준이 아닌 고문이자, 인격살인이고, 신체적 살인이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현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하늘소풍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한 때의 분노가 아닌 우리 아이들을 함께 지켜내겠다는 시민들의 뜻이 하나로 모이면서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짧은 기간에 잠자고 있던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까지 이끌어냈다. 앞으로도 이들은 아동학대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많은 회원 분들이 그래요. 한 번 아동학대의 실상을 알게 되니 돌아서지 못하겠다고. 아이들의 모습이 자꾸 눈에 아리고 가슴이 아파서 자꾸 생각이 나고 아이들을 위해 밖으로 나서게 된다고. 또 어떤 분들은 날씨가 좋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만 보면 여기서 서명 받아야지 이런 생각부터 하게 된다고요.”

 

인터뷰를 마치며 곧바로 사진전을 준비하기 위해 자리를 뜨던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던졌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학대에서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어린이를 나라의 미래라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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