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다는 이유로 포장한 나의 귀찮음
[연재] 사진가 양희석의 육아픽
겨울의 어느 볕 좋은 날이었다. 놀자는 그날 크레파스로 얼굴칠하기는 재미에 푹빠져 있었고 얼굴엔 알록달록 크레파스가 잔뜩 칠해졌다.
얼굴에 크레파스 칠하기로만은 뭔가 아쉬웠던듯 갑자기 거울로 알록달록한 자기 얼굴을 볼 수 있게 해달라며 엄마 화장대에 올라가려고 떼를 썼다.
몇번을 달래보다가 결국은 못이기고 놀자를 화장대 위에 올려줬다. 그리고 놀자 엄마는 혹시나 떨어질까 화장대 앞에서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찍은 우리 가족이 다 나온 사진.
이사진들을 보면 왜 그때 화장대에 올라가겠다는 놀자의 요구를 거부해서 놀자를 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장대에 올라가 노는 것은 그리 위험하지 않다. 귀찮은 일이지만 엄마 아빠가 화장대 앞을 지키고만 있다면 말이다.
그때도 놀자가 화장대위에 올라가 놀게 되면 귀찮아질 일이 많이 생길걸 알아서 놀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요즘도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겉으로는 위험하다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지만 사실은 내가 귀찮을까봐 그런것들이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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