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진가 양희석의 육아픽
놀자가 운다. 아주 서럽게 운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에 출근한 엄마가 계속되는 야근으로 아직 집에 오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밥 먹고 잘 놀던 놀자가 갑자기 정확치 않은 발음으로 “엄마~~ 엄마~~~ 드륵드륵”이라고 계속 칭얼거렸다.(드륵드륵은 휴대폰을 지칭하는 놀자의 고유명사였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주었고 전화기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놀자는 뭐가 그리 서러운지 “엄마~~”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울음에 한순간 당황했다. 잘 놀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사실 놀자는 매일 늦어서 잘 놀지 못했던 엄마가 보고 싶었던 것이었고 잘 참고 있었던 감정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터져 나와 버렸다.
그 울음을 보는 나도 가슴이 아팠고 전화기 너머 먼 곳에 있는 엄마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낮 시간에 엄마아빠가 보고 싶다고 놀자가 울었다면 별로 가슴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놀자의 울음에 가슴 아팠던 건 당연히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저녁시간 마저 야근으로 함께 하지 못하는 엄마의 상황 때문이었다.
이 사회에 살고 있는 많은 엄마들이 한 번 이상쯤은 겪었을 문제다.
*사진가 양희석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임을 깨닫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사진기자로도 일했으나 2006년부터 프리랜서로 밥벌이와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 2009년 '놀자'가 태어나자 하는 일에 '육아'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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