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도 유모차는 가고 싶어요"
"수원에서도 유모차는 가고 싶어요"
  • 기고 = 김우희
  • 승인 2014.04.21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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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시장님께 태영 엄마가 드리는 글

[특별기획]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안녕하세요. 저는 8개월 된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맘입니다. 결혼 3년차, 수원이 고향인 신랑을 따라 수원에 정착하였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수원은 서울 경기지역 통틀어 0~4세 영유아 인구가 가장 많은 곳입니다. 수원시에만 2010년 통계청 기준 5만 3153명이 살고 있으며, 근접한 같은 생활권인 용인, 화성, 오산시 영유아 인구를 합친다면 웬만한 도시 인구만한 15만 명 가까운 0~4세 영유아 인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수원에서 살다보면 출생률이 낮다는 얘기가 좀처럼 와 닿지 않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있다보니 출생 시 주는 출산장려금부터 어린이집, 유치원에 이르기까지 타 시도에 비해 수원시의 영유아 복지 혜택은 정말 적은 편입니다. 많은 인원이 혜택을 누려야 하기 때문에 국가 정책으로 실시하는 혜택 말고는 적은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주위에 아기 엄마들이 많아서 정을 나누기 좋은 곳입니다. 그렇다보니 조금만 동네에서 지나다니면 유모차를 끈 엄마들을 무척 자주 만날 수 있는데요. 과연 수원에서 유모차는 잘 다닐 수 있는 걸까요?

 

차를 구입하지 않고 그 금액만큼 육아비용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저희 부부는 유모차와 함께 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뚜벅이입니다. 때문에 버스와 지하철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데요. 제가 사는 지역은 수원에서도 교통편이 좋은 수원터미널 인근입니다. 고속버스와 많은 시내버스노선이 만나고, 전철역과도 인접이 좋은 편입니다.

 

수원시에는 저상버스가 많이 운행되는 편이지만, 리프트를 내려달라고 하면 꺼리거나, 유모차 탑승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기사님이 많다. ⓒ김우희
수원시에는 저상버스가 많이 운행되는 편이지만, 리프트를 내려달라고 하면 꺼리거나, 유모차 탑승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기사님이 많다. ⓒ김우희

 

저상버스를 타면 오른쪽 사진처럼 휠체어나 유모차가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하지만, 좌석수를 위해 왼쪽사진처럼 펼치고 접을 수 있는 의자가 있고, 이걸 접어야 공간이 확보되는 저상버스도 있어서 유모차 이용자들에겐 불편할 따름이다. ⓒ김우희
저상버스를 타면 오른쪽 사진처럼 휠체어나 유모차가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하지만, 좌석수를 위해 왼쪽사진처럼 펼치고 접을 수 있는 의자가 있고, 이걸 접어야 공간이 확보되는 저상버스도 있어서 유모차 이용자들에겐 불편할 따름이다. ⓒ김우희

 

세류역에서 전철을 타기 위해서는 지하통로로 내려가야한다. 지하통로까지는 엘리베이터 이용이 가능하지만, 정작 승강장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 해서 이동이 어렵다. ⓒ김우희
세류역에서 전철을 타기 위해서는 지하통로로 내려가야한다. 지하통로까지는 엘리베이터 이용이 가능하지만, 정작 승강장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 해서 이동이 어렵다. ⓒ김우희

 

상가주택이라 계단을 내려와 유모차를 펼칩니다. 요즘같이 날씨가 좋아도, 유모차 안에는 펼치고 넣을 물건들이 많습니다. 아기 목 베개, 담요, 바람막이 커버, 기저귀 가방까지 겨우 실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가까운 세류역이나, 수원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위해 저상버스를 기다렸습니다.

 

곧이어 온 5번 버스. 저상버스이기 때문에 유모차를 펼친 채로 탑승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유모차를 접어 타라는 답이었습니다. 위에 열거한 짐과 접은 유모차, 그리고 10kg 가까운 아들까지 두 손에 들고 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기사님은 저를 생각 없이 유모차를 버스에 실으려는 엄마라며 흘겨보고는 이내 문을 닫고 출발했습니다. 다시 기다린 88번 저상버스 역시 유모차를 밀고 앞문으로 가니 묵묵부답이십니다. 일반버스도 아닌 교통 약자를 위한 저상버스에서 연달아 두 번이나 외면당했습니다. 그 전에도 저상버스만을 골라 기다리지만, 성공률은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원래는 뒷문에서 경사로를 내려 유모차를 실어야 하지만, 그렇게 해주시거나 그리 타라고 말이라도 꺼낸 기사 분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기다린 끝에 종점이 근처에 있는 82-1번 저상버스에 아이가 탄 유모차를 들어 앞문으로 밀면서 올라탑니다. 내리는 문 근처에 브레이크를 걸고 4정거장 정도 지나 세류역에 도착했습니다. 세류역은 지하통로로 내려와서 다시 승강장으로 올라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지하 통로까지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정작 승강장에 올라가는 곳엔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휠체어 리프트만이 있을 뿐입니다. 유모차를 휠체어 리프트에 싣는 것이 위험할 뿐만 아니라 올라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립니다. 휠체어 리프트 고장 사고부터 문제점이 많다는 언론보도를 익히 접했던지라 답답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유모차 채로 여자 혼자의 힘으로 계단을 오르기는 너무 힘들고, 그렇다고 아이를 안고 올라간 뒤 유모차를 따로 들기에도 의자나 다른 시설이 없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난처한 저는 여러 차례 직원호출버튼을 누르고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승강장 위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역무원께서 웃으시면서 말씀하십니다. 휴대용 유모차니까 그래도 좀 편히 들었다고요. 디럭스 유모차의 경우는 이렇게 운반이 힘든 경우도 많다고 하셨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하철을 이용하고 인천 쪽으로 환승할 수 있는 구로역에 도착했습니다. 구로역 역시 하루 이용객이 어마어마한 전철역입니다. 내려서 인천행으로 갈아타려 했더니, 이 많은 인구가 이용하는 구로역에도 엘리베이터가 없답니다. 할 수 없이 다시 열차를 기다려 신도림역까지 가서 인천행을 타는 수밖에 없다고 일러주십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전철역에도 엘리베이터가 없다니 정말 유모차로 이동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볼일을 마치고 수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세류역에는 다시 계단을 내려와야 할 테니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 수원역에 내려 버스를 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수원역은 최근 분당선도 개통했고, 역까지 오르고 내리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이 엘리베이터나 시설이 잘되어있는 편이라 보도블록까지 오는데 쉬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간과한 게 있었습니다. 수원역에는 대부분의 버스노선이 지나가니까 편리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버스정류장에 사람이 너무 많은지라 유모차가 지나다닐 공간도 없을뿐더러 버스가 오면 우르르 사람들이 뛰어가는 통에 버스 타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사실을요. 결국 버스정류장에서 서성거리면서 지나기를 20분……. 결국 집으로 유모차를 밀고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30분 넘게 걸어야하고,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하지만 그래도 걸어서라도 집에 갈수 있다는 사실에 다행이구나 안도했습니다.

 

유모차는 동네 마실용이라던 주위 엄마들의 이야기가 참으로 실감나는 하루였습니다. 다음날, 문화센터에서 만난 엄마들과 서울에 유모차 끌고 다녀왔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울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똑같이 “그 먼데를 어떻게 끌고 다녀왔어? 신랑 없으면 혼자서 꿈도 못 꿔. 더군다나 전철을? 자기 정말 대단하다”를 연발하시더군요.

 

우리 아가랑 이름이 똑같아서 늘 반가운 염태영 수원시장님! 가장 기본적인 이동권도 보장받지 못한다면 영유아 인구 1위인 수원의 이름에 많은 문제가 있겠지요. 많은 예산을 들여 저상버스를 운영하시는 데에는 교통약자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이시라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서 조금만 개선된다면 보다 엄마들이 이동에 편리함을 느끼고 죄책감 없이 버스를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육교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세류역도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조금이나마 편리하게 엄마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뚜벅이맘에게 ‘얼른 차사야지’라는 생각보다 ‘수원은 맘 편한 도시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조금만 개선해주세요. 우리 아가 유모차는 오늘도 달리고 싶어한답니다.

 

신식 지하철인 경우 좌석 없이 휠체어나 유모차를 세워둘 공간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문쪽에 기대어서 세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김우희
신식 지하철인 경우 좌석 없이 휠체어나 유모차를 세워둘 공간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문쪽에 기대어서 세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김우희

 

구로역 승강장. 인천방면으로 갈아타야 할 경우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지만, 휠체어 리프트만 설치돼 있다. 실제로 국철 1호선에는 이런 역이 너무나 많다. ⓒ김우희
구로역 승강장. 인천방면으로 갈아타야 할 경우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지만, 휠체어 리프트만 설치돼 있다. 실제로 국철 1호선에는 이런 역이 너무나 많다. ⓒ김우희

 

수원역은 그나마 엘리베이터가 잘 설치되어있는 편이다. 역전 앞 육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어서 좋은데, 다만 빠른 길인 육교와 수원역 이동통로는 몇 계단 되지 않지만 계단이 있어 유모차 이동시에는 육교 밑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수원역 안으로 들어가는 엘리베이터로 바꿔 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김우희
수원역은 그나마 엘리베이터가 잘 설치되어있는 편이다. 역전 앞 육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어서 좋은데, 다만 빠른 길인 육교와 수원역 이동통로는 몇 계단 되지 않지만 계단이 있어 유모차 이동시에는 육교 밑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수원역 안으로 들어가는 엘리베이터로 바꿔 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김우희

 

수원역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의 크기는 크지만 보도가 무척 협소할 뿐만아니라 항상 시민들로 가득 차있다. 그래서 유모차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버스가 오면 시민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탓에 유모차를 타고 버스를 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우희
수원역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의 크기는 크지만 보도가 무척 협소할 뿐만아니라 항상 시민들로 가득 차있다. 그래서 유모차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버스가 오면 시민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탓에 유모차를 타고 버스를 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우희

  

[공모 안내]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기사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평소 동네에서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을 생생히 적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매월 우수 원고를 선정해 유아용품 전문기업 아벤트코리아(www.greaten.co.kr)에서 150만원 상당의 최신 유모차(깜 플루이도)도 선물로 드립니다. 원고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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