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엄마가 딸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중년의 엄마가 딸에게 꼭 하고 싶은 말
  •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 승인 2014.05.0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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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주례사' 김재용 작가의 결혼·육아 이야기

【베이비뉴스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올해는 결혼할 거지? 나 한 살이라도 어리고 예쁠 때 결혼하라고. 너 말고 나.”


연체금 독촉전화 끊듯 ‘네’ 외마디 대답으로 전화를 끊고 난 후였다. 마침 지나던 서점 매대 한 켠에 분홍빛 표지를 곱게 입은 ‘엄마의 주례사’(김재용 지음, 시루 펴냄)가 가득 꽂혀 있었다. 애먼 책장을 연신 노려보듯 넘겨봤다. ‘혼자 놀 줄 아는 여자가 행복하다’는 문장에 시선이 꽂혔다. 아까 전화한 중년 여성 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말들이 이어졌다.

 

신간 ‘엄마의 주례사’를 쓴 김재용 작가를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북카페에서 만났다. 어제 막 출간기념파티를 마쳤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한참 얘기를 듣고 나면 다음번 엄마의 독촉에 조리 있고 상냥하게 대들(?)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몰려왔다.


◇ 50대의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노래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북카페에서 만난 신간 '엄마의 주례사'의 김재용 작가.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북카페에서 만난 신간 '엄마의 주례사'의 김재용 작가.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첫 책에는 가장 절실하게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세요.”


몇 해 전 우연히 만난 고도원 선생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는 김재용 작가. 이 말은 ‘엄마의 주례사’가 나오는 데 큰 계기로 작용했다. 그녀에게는 결혼생활 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말들이 있었다. 친정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진작 쏟아내 휘발시켰을 말들이다. 


“엄마가 열아홉 살에 돌아가셨거든요. 엄마 없이 결혼을 준비하고 살림 시작하고 아이를 키우고…. 셀 수도 없이 엄마 생각을 했어요. 엄마가 없는 게 늘 아쉬웠고요. 그러다 보니 ‘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면 늘 정신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렸어요.” 환희의 순간, 절망의 순간마다 떠올렸을 엄마를 말하며 그녀가 눈물을 닦았다.


작가를 결심한 지 3년 반. 입에서, 마음에서 맴돌던 말들은 첫 책으로 엮여 나왔다. 책이 어떤 호기심들을 자극한 걸까. 대형 서점 명당자리마다 책이 꽂혔다. 50대 새내기 작가의 책 3000부가 순식간에 팔렸다. 발행 40여 일이 지난 지금, 책은 2쇄를 거쳐 3쇄 발행을 앞두고 있다.


◇ 딸에게 ‘롤모델’인 삶을 살아온 엄마

 

‘나는 결혼하면 엄마처럼 살고 싶어’라는 말을 당신 배 아파 낳은 딸에게 듣는 엄마. 대한민국에 흔치 않은 엄마임이 틀림 없는 김재용 작가는 평범한 듯하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보냈다. 시집살이만 25년, 결혼 생활의 8할을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1년에 두세 번은 여행길에 나섰다는 그.

 

“저는 남편이 죽자사자 쫓아다녀서 결혼한 케이스예요. 그런데 결혼하고 났더니 이 남자가 시어머니에 시동생 시누이, 그러니까 알지도 못하는 남들한테 나를 던져놓고 허구한 날 밤 12시에 들어오는 거 아녜요. 스물셋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심정이 어땠겠어요. 우울하고. 폭발할 것 같고. 그걸 극복한 건 홀로서기가 되고 난 후부터였어요. 남편을 졸라 책상을 샀거든요. 거기서 책 보고 일기를 쓰면서 저에게 시간을 줬어요. 나중에는 혼자 훌쩍 여행도 떠나보고요.”


놓을 자리가 마땅찮아 신혼방 문간 옆에 삐죽 놓은 책상은 김재용 작가에게 어느 날은 위로를, 어느 날은 기쁨을 주는 공간이 됐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마치고 앉는 작은 의자는 날아갈 듯한 후련함을 선사했다. 남편에 대한 의존도 자연히 줄었다. 자식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가끔 여행을 가겠다고 나서도 시어머니의 나무람이나 남편, 자식들의 원성을 듣지 않았다고. 그녀에 대한 인정과 신뢰 때문이었으리라.

 

작가 인생의 첫 책 '엄마의 주례사'를 펴낸 김재용 작가.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작가 인생의 첫 책 '엄마의 주례사'를 펴낸 김재용 작가.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또래의 아이를 가진 엄마들끼리 모이는 자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건 아이를 키운 삼십 평생 가장 잘한 일이라고 꼽는다. 자아가 강해서, 아이에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김재용 작가는 “제 딸이 엄마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제 양육 방식 때문이래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았거든요. 참석하는 모임이 없으니 비교대상도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육아를 위한 정보가 쏟아지듯 나오는 시대니만큼 어떤 정보를 믿고 따라야 할지가 고민인 육아맘들을 위해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겠지만 정보나 모임에는 너무 연연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당장은 우리 아이에게 유익할 것 같아도 열이면 열 다 엄마 욕심인 경우가 많아요”라며 “욕심을 내다보면 다른 엄마, 자식과 비교하는데 에너지를 쏟게 되고 나중엔 본인이 아이를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해서 헌신을 보상받고 싶어져요. 아이도 엄마도 힘들어지죠”라고 조언했다.


또 “엄마는 아이를 키우는 고정 역할을 해주되, 본인의 성장을 위해 살아야 해요. 내가 내 삶을 잘 꾸리고 행복하게 살면 아이들은 그걸 보고 잘 자라요. 태평농법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토양을 좋게 만들어주고 거기에 씨를 뿌린 다음 자연의 힘을 믿는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25년간의 시집살이 동안 남편에게 불평하지 않고 어머니를 모신 점은 결혼생활에서 가장 잘한 일로 꼽는 일이다. 김 작가는 이를 두고 “인생의 짐은 누구나 지고 있는 것”이라며 힘든 일 많은 요즘 시대의 젊은이들을 격려했다. “짐을 조용히 지고 가는 것도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해요. ‘무겁지만 내가 지고 갈 내 몫이다’라고 생각하고 엄살 피우지 않는 거요. 마침내 매고 있던 짐을 내려놨을 때는 매일이 꿈꾸는 듯이 홀가분했어요. 져보지 않았으면 그렇게 가벼운지 몰랐을 거예요.”

 

◇ 결혼을 앞둔 딸들에게

 

“아직 시집 안 간 서른두 살 큰딸의 소개팅 얘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김재용 작가는 “더 좋은 남자를 만나려면 남자를 많이 만나보는 수밖에 없다”며 넉살 좋게 웃었다. 다른 엄마 같으면 '이놈 저놈 만나봐야 그놈이 그놈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얼른 시집가라!'며 성화일 텐데, 미리 주례사까지 써 놓은 엄마라기에는 느긋한 반응이다.


“옷도 많이 입어본 사람이 좋은 옷을 고를 줄 알고 자기에게 어울리게 코디해 입을 줄 알아요. 결혼 상대도 많이 만나봐야 어떤 사람이 본인한테 좋은 사람인 줄 아는 거예요. 단, 결혼해서 행복해지고 싶다면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것보다 본인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찾을 수 있을 때 결혼하는 게 좋을 거예요. 행복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있어요. 그 순간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행복의 요지예요.”


결혼을 앞둔 딸들에게 시간을 내 엄마와 단둘이 여행길에 나서보라는 조언도 내놨다. “가까운 온천이든 고궁에든 나가서 골목골목 돌고 밥 먹는 것만이라도 자주 하세요. 분위기만, 장소만 바꿔도 사람 사이에 다른 할 얘기가 생겨요. 맨날 똑같은 자리에만 앉아 얘기하니 할 말이 없는 거거든요. 이건 남편하고도 똑같고, 혼자서도 마찬가지예요. 외롭다고 말하면서 집에만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돈 없다 시간 없다고 미루지 말고 예쁜 운동화 한 켤레를 사서 동네 여행을 나가는 취미를 들이면 좋겠어요.”


다시 20대로 돌아가 아직 새파란 청춘의 본인에게 말을 건넬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그녀는 결혼에 환상을 깨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남편 와이셔츠 다리고, 그걸 입고 출근하는 남편을 보며 행복해하는 결혼생활을 상상했어요. 막상 살림하는 건 매 순간 내팽개치고 싶은 잔일의 반복이었고요. 남편과 애틋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연연하고, 제 맘을 몰라주는 것이 서운해서 우는 걸 반복했어요.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얼른 홀로서기를 하라고요.”

 

아직 홀로서기의 준비가 안 됐는데 혼기 찼다고 급히 결혼하는 건 역시 안 될 일이겠다고 재차 물었다. “그럼요. 혼자 외로운 걸 못 견디면 결혼해서 두 배로 외로워요”라는 선명한 대답이 돌아왔다. 사리사욕을 만족스레 채웠다. 엄마에게 할 말이 생겼다. 살면서 수도 없이 외로움을 집어삼켰을 엄마에게. 고맙다고, 그러니 결혼을 더욱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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