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유모차 끌고 다니기 무서워요
안성시, 유모차 끌고 다니기 무서워요
  • 기고 = 김희선
  • 승인 2014.05.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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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이용자, 목숨 걸고 도로로 내려가야

[특별기획]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 3년차 17개월 된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저는 신랑 직장을 따라 안성에 정착했고, 현재 안성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안성시 공도읍의 아파트단지는 공원이 있어 조경환경도 잘 조성돼 있고, 조용하며, 대형마트도 인근에 위치해 있어 자연의 쾌적함과 도시의 편리한 생활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는 저와 딸아이가 살기에는 더더욱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이사 온 지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싹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딸아이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나와 걸어서 5분 거리의 대형 마트를 가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면서 부터입니다.

 

우선 아파트 출구는 언덕길로 되어 있어 무거운 유모차를 끌고 나가다 넘어질 우려에 노출돼 있고 바로 앞에 보이는 마트로 가는 교차로가 보이지 않아 한참 돌아가다 할 수 없이 차도 위로 건너갈 수밖에 없는 여건입니다.

 

주변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형성돼 있지만 불규칙한 보도블럭에 그마저도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유모차의 흔들림이 매우 심하고,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흰 보행선이 그어져 있지 않아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 위로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남편 없이 혼자 유모차를 끌고 외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간 추운 날씨와 유모차 때문에 불편했던 마음으로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다 따뜻한 5월의 햇볕을 쬐기 위해 거리로 나왔습니다. 봄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고 시장을 보러 나온 젊은 부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들의 유모차는 여전히 차도 변 한쪽을 위험천만하게 점령하고 어렵사리 걸음을 내딛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도로 위 곳곳의 쓰레기들은 유모차를 끌고 힘들게 피해야 할 장애물이었습니다.

 

안성시는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15개 읍면동별로 ‘아름다운 안성 만들기’ 환경정화 캠페인을 벌이며 매년 대청소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 위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차도 위는 불법 현수막이 가득합니다. 유모차 하나 제대로 굴러가지 못할 만큼 울퉁불퉁한 보도블럭과 곳곳의 쓰레기는 안성시가 공들이고 있는 환경정화 캠페인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아파트 입구에서 나와 마트로 가는 길. 신호등과 교차로가 없어 유모차 이용자를 포함해 사람들이 차를 피해 무단횡단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희선
아파트 입구에서 나와 마트로 가는 길. 신호등과 교차로가 없어 유모차 이용자를 포함해 사람들이 차를 피해 무단횡단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희선

 

거리가 잘 포장되어 있지 않아 마을의 한 아빠가 유모차를 끌고 차 길 위로 걷고 있습니다. ⓒ김희선
거리가 잘 포장되어 있지 않아 마을의 한 아빠가 유모차를 끌고 차 길 위로 걷고 있습니다. ⓒ김희선

 

한 도시가 깨끗하고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은 잘 포장되어 있는 도로와 쓰레기 없는 깨끗한 도로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되지 않을까요?

 

제가 안성에 오기 전 평택에 거주할 당시, 안성은 평택시에서 이어져 읍의 중앙을 횡단하면서 연결되는 도로망이 잘 갖춰져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안성에 정착한 이후에는 하나뿐인 딸과 집 앞을 벗어나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주변의 만수저수지와 대림동산 등 휴양시설은 물론 코앞의 신기마을 고인돌 유적지조차 가본 적이 없습니다.

 

안성시 공무원 여러분! 저 같은 워킹맘들은 딸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휴일이면 피곤해 곤히 자고 있는 아빠가 안쓰러워 깨우지 못해 혼자 아이와 조용히 유모차를 끌고 나와 공원이나 마트로 향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구불구불 비포장도로에 표지판은 엉망, 신호등은 깜박깜박, 너저분한 쓰레기가 한가득인 거리에는 유모차가 다닐 수 없습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시를 운영하시는 데에는 저 같은 엄마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도 포함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튼튼한 다리를 갖고 있는 뚜벅이맘들에게 유모차를 끌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세요. ‘빨리 차 사야지’라는 생각보다 그 돈을 절약해 아이의 미래에 투자를 해 안성시의 인재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세요.

 

햇빛이 엄마 품처럼 따사롭게 다정하게 비치는 5월, 우리 딸아이는 퇴근 후 돌아오는 엄마를 현관에서 만나자 유모차를 가리킵니다. 걸음이 아직 서툰 아이가 집안의 울타리를 벗어나 좀 더 넓고 다양한 세상을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유모차입니다.

 

유모차를 통해 내가 아닌 타인을 알게 되고 이웃과 가까워지는 것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장난감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유모차 없이는 살 수 없는 딸아이는 유모차를 타고 동네 친구들과 함께 유모차행진을 하고 싶어 합니다.

 

마트에서 아파트로 가는 길. 이 길 역시 비포장으로 고무로 덮여 있고 쇳덩어리가 옆에 위험하게 방치되어 있어 유모차를 끌고 가기엔 먼지도 나고 바퀴운전도 쉽지 않습니다. ⓒ김희선
마트에서 아파트로 가는 길. 이 길 역시 비포장으로 고무로 덮여 있고 쇳덩어리가 옆에 위험하게 방치되어 있어 유모차를 끌고 가기엔 먼지도 나고 바퀴운전도 쉽지 않습니다. ⓒ김희선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흰 보행선이 그어져 있지 않고, 신호등 또한 껴져 있지 않아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 위로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김희선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흰 보행선이 그어져 있지 않고, 신호등 또한 껴져 있지 않아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 위로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김희선
비포장도로 위에 불법주차들 사이 너저분한 쓰레기가 한가득인 곳인 우리 동네에서는 유모차는 보이지 않습니다. ⓒ김희선
비포장도로 위에 불법주차들 사이 너저분한 쓰레기가 한가득인 곳인 우리 동네에서는 유모차는 보이지 않습니다. ⓒ김희선

[공모 안내]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기사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평소 동네에서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을 생생히 적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매월 우수 원고를 선정해 유아용품 전문기업 아벤트코리아(www.greaten.co.kr)에서 150만원 상당의 최신 유모차(깜 플루이도)도 선물로 드립니다. 원고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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