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양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지난달 22일 만난 강병조(41, 서울 양천구 신정3동) 씨는 “우리나라의 문제는 장애 영·유아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생활 지원조차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장애 영·유아와 장애아동, 장애인가정에 무관심한 사회를 비판했다.
“장애 영·유아를 치료하고 교육하려면 종일 붙어 다녀야 한다. 당연히 맞벌이는 할 수 없다. 나머지 한 부모가 일해 가족들의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현실상 한 사람이 벌어서 가족 전체가 생활하기란 알다시피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 부모 장애인 지원을 받기 위해 이혼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강 씨는 아들 강의준(6, 지적장애 3급) 군을 키우면서 정부가 얼마나 장애아동에 무관심한지 알게 됐다고 했다. 강 씨는 “영·유아시기에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은 제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 그 시기를 놓치고 방치하면 그 아이들은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사회고 국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씨에 따르면 의준 군은 현재 장애아 무상보육비와 장애아동 재활치료사업(바우처) 이외에는 정부에서 지원받는 것이 전혀 없다. 현재 장애아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장애아동 수당, 장애아 무상보육비, 장애아동 재활치료사업(바우처) 등이 있는데, 대상이 협소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애아동수당은 18세 미만 장애 아동을 키우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에만 월 10~2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고, 장애아동 재활치료사업은 전국 가구 평균 소득 100%(소득인정액 4인 기준 416만 원) 이하 가정에만 매월 16~22만 원의 재활 치료비용을 바우처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장애아 무상보육비 사업만이 만 0~5세 장애아동에 가구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최대 39만 4,000원을 지원하는 것인데, 어린이집에 들어가야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일반 어린이집 내에는 장애아동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전무하기 때문에 무상으로 보육비를 지원한다고 해서 장애아동이 자유롭게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해 강 씨는 “장애아동에게 교육과 치료는 생존과 마찬가지인데 제대로 된 장애아동지원이 전무하다. 이것은 장애아 부모로서의 욕심이 절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장애아동 부모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지난해 11월 24일 이례적으로 국회의원 121명의 동의를 얻어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안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장애아동의 복지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은 보육 사업을 제외하고 근본적으로 장애아동에 대한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저소득층 장애아동에 대한 선별적 성격이 강하며 장애인복지정책도 주로 성인기 장애인 중심으로 수립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은 윤 의원과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009년 9월부터 전국 각 지역에서 간담회를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한 법안으로 ▲장애영유아 조기개입 서비스 ▲의료지원 및 발달재활(재활치료) ▲보장구 및 보조공학기기 서비스 ▲보육 및 돌봄 서비스 ▲종합 장애아동복지지원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윤 의원은 지난 3월 4일 제298회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장애아동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가정에 장애아동이 생기면 가정이 빈곤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동반자살도 있다”라고 지적하며 “보건복지부가 장애아동에 대해서는 좀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당부했다.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도 이날 “4월 안에 이런 것들(장애아동복지지원법 등)이 다 논의가 돼야 한다고 간곡히, 강력하게 (보건복지부 장관께) 말씀드린다. 다른 부처는 다 좋다는 의견인데 본인 생각에는 복지부의 반대가 제일 심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안은 지난 4월 1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6월 국회로 본격적인 심의가 미뤄졌다. 이에 84개 장애인·시민단체가 참여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전후로 보건복지부 앞에서 1박 2일 노숙농성 등을 벌이며 복지부 장관 사과와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구교현 조직국장은 “오로지 보건복지부의 반대 탓에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법률 제·개정이 물거품이 됐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복지를 가장 앞장서서 억누르고 짓밟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보건복지부, 그리고 현재 이명박 정부”라고 비판하며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제정될 때까지 더욱 강도 높은 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