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진가 양희석의 육아픽
놀자가 그리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놀자가 태어났던 그때가 어느새 아득히 먼 일 같이 느껴집니다. 그시절 가장 난감했던건 놀자의 목욕과 관련된 일이었지요. 특히나 머리를 감기는 일이 말입니다. 아기를 키워본 분들이라면 모두 알지요. 목도 못가누던 아기의 머리와 관련된 부분말입니다.
물거품 같은, 아기의 몸중에서 특히 머리와 관련된 부분은 신경쓰이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지요.
혹시나 씻기는 와중에 목이 잘못되지는 않을까하던 걱정, 머리 감기다 눈에 샴푸가 들어가는건 아닐까 하던 시기를 지나, 머리 감는 것이 무서워서 싫어하던 시기, 귀옆에서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를 때 그 사각거리는 소리를 무서워 하는 시기도 지났습니다.
안는 것조차 조심조심해야 했던 놀자가 어느새 많이 컸습니다. 혼자 샴푸로 머리를 감아보겠다고 나서기도 하고, (물론 눈에 샴푸가 들어가서 울었지만 말입니다.) 혼자 머리카락을 잘라보겠다고 가위를 들고 시도해보기도 하고 (물론 머리카락이 몇 올 잘리자 무서워서 울어버렸지만), 그래도 어느덧 미용실에 홀로 앉아 미용사의 손길로 머리를 자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전기 면도기 소리가 무서워 움찔 되었습니다.)
놀자가 커가면서 난감하고 귀찮았던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쉬워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아직은 기쁜 마음이 더 큽니다. 많은 분들이 앞으론 못해주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더 커져 갈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럴 거라는걸 압니다. 하지만 아직은 기쁜 마음이 더 큰걸 보니 놀자는 더 자라야 할 부분이 많은듯 합니다.
*사진가 양희석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임을 깨닫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사진기자로도 일했으나 2006년부터 프리랜서로 밥벌이와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 2009년 '놀자'가 태어나자 하는 일에 '육아'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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