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이교범 하남시장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곧 돌을 앞둔 남자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육아맘입니다. 저는 서울에 취업한 후 하남 근처에 사는 남편을 만나 결혼해 축복과 같은 임신을 하였습니다.
우리 부부는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출산준비를 시작했고, 아이를 안전하게 태울 디럭스 유모차도 구입하였습니다. 출산교실에서 휴대용이나 절충형보다는 디럭스 유모차가 아이에게 안전하며 유모차 사용 시 흔들림증후군을 주의하라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퇴직하신 부모님도 저희의 추천으로 30년 간 생활했던 곳에서 떠나 하남이라는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오시게 되었습니다. 저희의 걱정과 달리 부모님은 서울과 가까운 거리, 저렴한 물가, 문화와 레저가 골고루 갖추어진 하남의 매력에 푹 빠지셨고,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듯한 이곳을 탐색하고 즐기며, 저희와 함께 새로운 터전에서 행복한 생활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하남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첫 예방접종을 하러 가는 날, 다행히 소아과가 가까이 있어 생후 2주 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밖으로 나갔습니다. 처음 아이를 데리고 세상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에 저 역시 떨리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아이는 편안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파트 밖으로 나가는 순간 정겹게만 느껴졌던 살기 좋은 하남시 덕풍동은 아이를 데리고 나가기엔 그야말로 너무나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집을 나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이차선 도로에는 차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보행자용 신호등이 있지만 고장이 났는지 작동하지 않았고, 그것은 200m 떨어진 신호등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차량용 신호등도 주황색 불만 계속 깜빡였고, 차들은 신호체계 없이 지나다녔습니다. 운전자는 길을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차를 세우니 사고가 나기 딱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차도에 트럭이나 차량이 세워져있을 때에는 운전자가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 더욱 위험하였습니다. 차도를 지나가려고 서 있을 때마다 그 모습이 위태로워 이러한 환경에 내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가기가 겁나고 무서웠습니다.
길가는 매우 좁아 디럭스 유모차를 끌고 나가면 유모차 한 대가 보도블록을 다 차지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멈춰 섰다가 지나가거나 유모차를 비켜가야 해서 보행자에게 불편을 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자전거를 탄 사람까지 지나갈 때에는 누가 먼저 지나가야 할지 서로의 눈치를 봐야만 했습니다. 간혹 전동휠체어 탄 분들을 마주쳤을 때에는 인도 밖인 차도로 유모차를 빼야 했기에 정말 위험하고 불편하였습니다.
게다가 보행자가 다니는 인도는 유모차가 지나가기에 위험한 요소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길가에 세워진 차와 오토바이, 아무렇게나 놓인 상점의 수레들, 인도를 가로막은 트럭 때문에 유모차를 끌고 갈 때마다 주차된 차를 피해가기 위해 차도에 차가 지나지 않을 때 급히 유모차를 빼서 지나간 후 다시 인도로 유모차를 올려야 했고, 그럴 때마다 보도블록에 다시 올라가기 위하여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한참 기울여야 했습니다. 시끄러운 차 소리에 매연냄새로 가득한 보도블록... 이곳이 아이와 매일 지나다녀야 하는 곳이라니!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임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있는 좁은 길은 평탄하지조차 않습니다. 새로운 보도블록이 시작되는 곳에 턱이 없어 유모차를 기울여야 할 때도 많습니다. 보도블록 중간에 구멍이 난 곳, 움푹 패인 곳, 우뚝 솟아있는 맨홀뚜껑을 비롯해 보행자가 편하게 다녀야 할 거리에 가게마다 물건을 잔뜩 내놓아 유모차는 고사하고 후에 내 아이가 이 길을 지나다니다 다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한 여름에 아기를 낳아 집 앞에서 10분 걸리는 소아과를 다녀오는데 온 몸에 진땀을 뺀 후로 디럭스 유모차는 집 안에서 아이를 태우는 대형 장난감이 되었고, 아파트 단지에서만 사용하는 전유물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아이와 외출을 하기 위해서 매번 아기띠를 매고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어 집 밖에서 손쉽게 사용하는 절충형 유모차로 다시 구입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외출 시 먼저 손이 가는 것은 여전히 유모차가 아닌 아기띠입니다.
버스타고 잠깐이면 서울에 갈 수 있는 근거리라는 장점을 가진 하남이지만 유모차를 타고 집 앞의 마을버스를 타거나 환승을 하여 외출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국가에서는 대중교통을 권하고 있지만 10kg의 아이를 아기띠에 매고 등에는 짐이 잔뜩 담긴 큰 가방을 매고 1시간만 돌아다녀보세요. 정말 어깨와 허리가 빠질 듯 아픕니다. 아이와 함께 외출하고 온 날에는 밤잠을 편하게 잘 수가 없습니다.
내 어깨와 허리를 위해 유모차를 끌고 나가자니 집 앞을 나서는 것부터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가까운 소아과를 가는 것도 망설여지니 우리나라가 과연 출산을 장려하는 곳인지가 의문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사는 동네 아파트를 벗어나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엄마를 볼 수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엄마들이 "하남은 다 좋은데 아기 키우기는 별로야!"라고 하는 말을 실감합니다.
현재 하남은 신도시로 변화하는 길목에 서있습니다. 이교범 시장님의 재임으로 유니온스퀘어 오픈, 지하철 연장사업 추진, 종합병원을 갖춘 명품대학 유치 등 각종 사업을 진행하리라 약속하였고, 수도권 제일의 명품교육, 시민모두가 잘사는 행복도시를 서두로 시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겠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교육의 열기가 뜨겁다는 강남과 30분 거리에 있는 하남이지만 엄마들의 열정은 어느 곳에서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도, 학원도, 문화도, 그 어떤 것도 내 아이의 안전보다 우선되는 것은 없습니다. 적어도 내 집 앞에 내 아이를 안전하게 데리고 나갈 수 있는 것. 그것이 제가 바라는 것입니다. 안전이 확보된 그 이후에 하남에도 육아지원센터와 저상버스를 늘린다면 좋겠습니다.
유모차가 지나가기 어렵다는 것은 자전거를 탄 사람들도 불편을 느낀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사회적 약자인 노인이나 어린 영유아 및 장애인들 역시 지나가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문화와 레저의 도시로 광관자원을 개발하는 것,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는 것,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여성회관을 건립하는 것, 모두 좋습니다. 하지만 먼저, 하남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세요.
저는 여전히 하남이 참 좋습니다. 첫째가 크는 감동을 지켜본 만큼 둘째, 셋째도 낳아 키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는 환경을 생각하면 하남이 과연 적합한 도시인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주변 친구들이 서울의 장점을 말할 때 하남의 특성을 자랑했던 그때처럼 내 아이를 키우기도 참 좋은, 안전한 하남이 되길 바랍니다.
[공모 안내]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기사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평소 동네에서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을 생생히 적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매월 우수 원고를 선정해 유아용품 전문기업 아벤트코리아(www.greaten.co.kr)에서 150만 원 상당의 최신 유모차(깜 플루이도)도 선물로 드립니다. 원고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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