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극심한 운영난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극심한 운영난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6.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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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농촌 위치...원아 모집 안 돼 운영 어려워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을 위해 사비를 들여 어린이집을 지은 A 씨. 하지만 저출산과 이농 현상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어린이집을 찾는 아이는 점점 줄어들었다. 극심한 경영난으로 어린이집을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지만, 문을 닫으면 남은 재산은 모두 국가와 지자체에 귀속된다는 현행법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농촌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이 처한 작금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과 한국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연합회는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운영실태와 제도적 보호방안’ 토론회를 열고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이 처한 어려움을 들여다봤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한국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연합회와 양승조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운영실태와 제도적 보호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한국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연합회와 양승조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운영실태와 제도적 보호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주제발표를 맡은 박문택 법무법인 담소 변호사는 “사회복지법인은 국가에 종속된 기관이 아닌 설립자의 자발적인 의사와 재산 출연으로 설립된 사(私)법인”이라며 “국가가 할 수 없는 복지업무를 떠안고 있기 때문에 자율성과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보육통계를 보면 전국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은 1439개소로 약 10만 8834명의 영유아가 이용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은 국공립·민간·가정어린이집 등과 달리 주로 농어촌 지역(773개소)에서 절반가량이 운영되고 있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르면 민간사회복지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는 사회복지법인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사업에 기부한 재산에 대해선 상속세와 증여세, 소득세 등을 감면하는 등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이중 제27조에는 해산한 법인의 잔여재산(남은 재산)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개인의 재산 출연으로 어린이집을 설립하더라도 어린이집 문을 닫으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남은 재산을 모두 국가와 지자체에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지난 2003년 7월 30일 법령의 제·개정에 따른 것이다. 7월 30일 이전까지 사회복지사업법은 잔여재산의 처리를 국가와 지자체 또는 유사한 목적을 가진 법인에 귀속된다고 규정해 그 범위가 현재보다 넓었다.

 

박 변호사는 “잔여재산의 귀속 문제는 사회복지법인 설립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개정안에는 어떠한 이유와 배경에서 개정했는지 특별한 이유가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국가는 어린이집 설립자들의 의견을 듣거나 홍보도 없이 공익을 위한다는 이유만으로 설립자들의 최소한의 권리까지 포기하도록 만들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타 법령을 보면 재산권이나 기본권 보장을 위해 규제나 국고 귀속을 최소화하고 있다. 우선 민법의 경우 해산한 법인의 재산은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하거나 법인의 목적에 유사한 목적을 위해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처분되지 않은 잔여재산은 국고 귀속으로 이어진다.

 

사립학교법 역시 해산한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은 합병 및 파산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되며, 나머지 처분되지 않은 재산은 각각 국고와 지자체에 귀속된다.

 

박 변호사는 “아이들이 많아서 어린이집 운영이 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요가 급감함으로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얼마든지 중단할 수 있는 자율성은 최소한 보장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이 큰 틀에서 비영리법인이라는 점에서 민법의 규정을, 영유아들의 보육에 대한 복지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사립학교법의 규정을 형평성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백승주 서강대 로스쿨 초빙교수는 “최근 정부는 어린이집 등에서 발생한 비리나 문제점 등을 들어 복지사업법을 개정하려고 하는 데 일부 법인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 일방적으로 제도화시키는 것은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보조금 등을 유용하는 문제는 뿌리 뽑아야 하지만 복지법인 등이 수행하는 복지사업 전체를 국가가 대신해 직접 운영하거나 전체를 공적 복지법인으로 전환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을 자신의 재산으로 운영한다면 그에 따른 시설운영은 운영자의 보육 철학과 세계관에 따라 자유롭게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며 “시설운영의 변경(확장, 축소, 전환 등)이나 처분할 수 있는 자유 또한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2005년 영유아보육법 제정 이후 어린이집 공급정책의 변화로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에 대한 인건비 지원은 90%에서 30%로 절반 이상 감소해 일선의 어린이집들은 운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이들 어린이집의 기능을 강화하고 보육의 질 제고를 위해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에 대한 인건비를 최소한 2004년 이전의 수준(영아반 90%, 유아반 45%)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양승조 의원은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과 유사한 목적의 사업을 수행하는 법인과의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고 이들의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24일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운영기관이 3년 이상이거나 대표이사가 고령·질병 등으로 업무수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원이 정원의 2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는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이 해산하는 경우 남은 재산을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김대식 한국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운영이 어려운 농어촌 지역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생존을 위해 정부는 농촌 소규모어린이집을 설치 시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을 포함하고,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으로 예산을 절감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정원을 20명 정도로 조정하고 소규모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에 대한 10년 단위의 계약화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번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인 생존권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분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알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어떤 약속을 하긴 어렵지만 법리적인 문제나 형평성 등을 고려해서 정부 차원에서의 대안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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