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수 없는 도로 '유모차는 가고 싶다'
달릴 수 없는 도로 '유모차는 가고 싶다'
  • 기고 = 임현정
  • 승인 2014.06.30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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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끌고 선 목숨 걸고 다녀야하는 우리 동네

[특별기획]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2013년 1월 예비신랑이 맘에 쏙 드는 신혼집을 찾았다며 저의 손을 잡고 방문했던 울산 중구 성안동, 산에 위치한 동네에 꼭대기 층 신축빌라는 신혼부부인 우리가 살기에 적당한 크기에 공기 좋은 곳이라 고민할 여지없이 계약을 하고 3월부터 이곳에 둥지를 틀어 살게 되었습니다.

 

대중교통 노선이 많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남편과 저 둘 다 자가 운전자였기에 상관이 없었고 근처에 큰 운동장과 산책로들이 많아 살기 좋은 곳이라며 생각했던 이 곳이, 아이가 태어나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어요.

 

출산을 앞두고 이것저것 아이용품을 준비하며 유모차도 함께 구입하였는데, 아이가 어느 정도 월령이 되어 유모차로 첫 외출을 했던 그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인도가 없는 우리 동네. ⓒ임현정
인도가 없는 우리 동네. ⓒ임현정

 

이 동네에는 인도가 없었던 것입니다. 집 앞을 나서면 차 두 대 정도가 지날 수 있는 도로가 나옵니다. 중앙차선 없는 이 도로 양쪽으로는 불법 주정차 된 차들이 즐비해있고 아이를 태운 유모차는 주정차 된 차들을 피해 도로 쪽으로 위험천만하게 지나가야 해요. 옆에 차가 지나가는 순간이면 작은 공간을 찾아 급히 유모차를 집어 넣었다가 후진으로 빼기를 몇 십번 반복해야 큰 도로가 나옵니다.

 

큰 도로의 사정은 어떨까요? 간신히 인도가 있는 큰 도로는 시작부터 난코스입니다. 턱을 없앤 것도 아니고 턱이 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높이의 인도 입구를 유모차 앞부분을 들어서 올라서면 인도위의 각종 장애물들에 식은 땀을 흘리게 됩니다. 가게 앞의 풍선형 입간판들, 버스정류장, 벼룩시장 신문 가판대들…. 결국은 버스정류장 앞에서 멈춰섰습니다. 유모차가 지나가기엔 너무 좁은 공간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유모차를 끌고 다가오는 저의 모습에 버스정류장에 있던 시민들의 걱정의 눈길이 느껴집니다.

 

3대의 버스가 지나고 정류장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아이와 곡예하듯이 그곳을 지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다른 길을 걸어봅니다.

 

인도 위를 3분의 2이상 점령한 자동차들. ⓒ임현정
인도 위를 3분의 2이상 점령한 자동차들. ⓒ임현정

 

반대편 도로의 사정은 더 좋지 않습니다. 인도 위를 3분의 2이상 점령한 자동차들, 한 두대가 아니군요. 인도가 언제부터 주차장이 되었나요? 유모차를 끌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이마에선 식은 땀이 흐릅니다.

 

간신히 자동차 사이를 지나 임신했을 때 운동을 위해 자주 갔던 ‘함월구민운동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경사진 턱을 ‘턱’ 막고 있는 자동차 한 대. 도대체 유모차는 어디로 내려가야 하나요? 차 사이 좁은 공간에 겨우 유모차를 걸쳐가며 빠져나왔더니 유모차를 가져온 것이 후회가 됩니다. 그냥 어깨가 아파도 아기띠를 하고 나올 걸.

 

차 사이 좁은 공간을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임현정
차 사이 좁은 공간을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임현정

 

콘크리트와 시멘트가 다 깨어져 버린 길. ⓒ임현정
콘크리트와 시멘트가 다 깨어져 버린 길. ⓒ임현정
 

 

구민 운동장 앞의 경사면 인도 턱은 콘크리트와 시멘트가 다 깨어져 유모차가 올라가기엔 그 기능을 상실해 버린 지 오래,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는 도로는 인도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몇 달 째 저렇게 파헤쳐진 채 우리 모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옆으로 지나가는 트럭 한 대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건 비단 저만이 아니겠지요?

 

공사 중이라는 팻말도 없는 불안한 골목길. ⓒ임현정
공사 중이라는 팻말도 없는 불안한 골목길. ⓒ임현정
 

돌아오는 길, 여전히 수많은 신축 빌라들이 공사중입니다. ‘공사중’라는 팻말도 없이 버젓이 도로위에 각종 공사자재들을 쌓아두고 안전망이나 그물도 없이 건물을 올리기에 여념이 없네요. 혹시나 적재물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도로를 무단횡단하여 반대편으로 건너오면서 슬며시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도대체 이런 도로 상황을 구청에서 알기나 할까요? 관리감독은 제대로 되고 있는 건가요?

 

그렇게 힘들었던 첫 외출 이후 저는 유모차를 잘 꺼내지 않습니다. 유모차는 이제 우리 가족에게 공원, 마트, 백화점에서만 타는 것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많은 사람들이 출산율을 높이고자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습니다. 보조금 중요하지요, 국가가 양육의 짐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키우기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경사면을 만들었다면 다닐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인도가 있다면 걸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있다면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 것에 장애가 없도록 돌봐줘야 합니다.

 

지금 이 동네의 모습이 제가 살고 있는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유모차들이 집안 한 켠에 먼지를 먹고 잠들어 있는 이유라는 거 꼭 알아주세요.

 

[공모 안내]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기사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평소 동네에서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을 생생히 적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매월 우수 원고를 선정해 유아용품 전문기업 아벤트코리아(www.greaten.co.kr)에서 150만 원 상당의 최신 유모차(깜 플루이도)도 선물로 드립니다. 원고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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