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에서도 유모차는 가고 싶다
순천시에서도 유모차는 가고 싶다
  • 기고 = 김진주
  • 승인 2014.07.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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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도시 순천, 유모차 이용자는 불편

[특별기획]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안녕하세요. 저는 살기 좋은 도시 순천에 살고 있는 24살 초보엄마입니다. 이제 갓 3개월 된 아이의 엄마이자, 평범한 시민입니다. 이번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을 보고 그동안 여러 가지 느꼈던 부분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순천은 인구 28만 명의 소도시지만 우리나라를 넘어 유엔환경계획에서 2010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될 만큼 살기에 좋은 도시입니다. 이번에 순천만 정원박람회를 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생태도시 순천,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기 전까지 순천은 참 아담하면서도 필요한 것은 다 있는 살기 좋은 도시라고 뿌듯하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가지면서부터 아이를 낳아 키우기에는 안타까운 부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먼저, 출산장려정책 부분이 너무 미흡했습니다. 다른 지역은 장려금이라든지 지원정책들이 많았지만 순천은 보건소에 산부인과조차 없더군요. 아이를 낳기 전에도 조금씩 느꼈던 불편함이 출산 후에 아이가 커감에 따라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경사가 져 쉽게 오르기 힘든 길의 모습이다. ⓒ김진주
경사가 져 쉽게 오르기 힘든 길의 모습이다. ⓒ김진주

 

저희 집에서 나가는 길에서부터 유모차와의 씨름이 시작됩니다. 여기는 순천시 중앙동사무소 옆길입니다. 저희 집에서 시내와 연결되는 곳이지요. 원래 더 가파른 흙길이었지만 얼마 전 옆에 주민센터를 공사하면서 메워 주셨어요. 그전보다야 낫지만 아무래도 그냥 시멘트로 메워 놓은 언덕길이다 보니 유모차를 끌고 올라가기에는 많이 버겁더군요. 게다가 제 유모차는 신생아용이 아니다보니 올라갈 때마다 덜컹덜컹 거려서 유모차를 태우고 나가기엔 너무나 불안합니다.


경사진 길을 불안하게 오르고 있는 전동차. ⓒ김진주
경사진 길을 불안하게 오르고 있는 전동차. ⓒ김진주

 

유모차나 전동스쿠터는 물론이고 일반인에게조차 왕래가 어렵습니다. 전동스쿠터가 굉장히 아슬아슬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가파른 경사때문에 유모차를 힘겹게 들고 내려가는 모습이다. ⓒ김진주
가파른 경사때문에 유모차를 힘겹게 들고 내려가는 모습이다. ⓒ김진주

 

유모차를 가지고 올라가는 것도 물론 힘들지만 유모차를 가지고 내려오는 것은 더 힘이 듭니다. 급경사 때문에 아기가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유모차 앞바퀴를 들고 내려가야 합니다. 그냥 밀고 다니기에도 무거운 유모차를 들고 내려가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입니다. 더군다나 목을 아직 잘 가누지 못하는 저희 아이에게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공사 때문에 통행이 어려운 모습이다. ⓒ김진주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공사 때문에 통행이 어려운 모습이다. ⓒ김진주


물론 저희 집에는 뒷문으로도 나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센터 공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서 유모차를 가지고는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왕래하는 길이지만 비석이 가로막고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가 지나다니기 어렵다. ⓒ김진주
사람들이 왕래하는 길이지만 비석이 가로막고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가 지나다니기 어렵다. ⓒ김진주


시내 도심으로 나와도 유모차가 마음 놓고 다닐 수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순천을 상징하는 팔마비, 아이가 생기기전에는 그저 예쁜 장식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난후에 보니 저 길은 제가 갈 수 없는 길이 돼 버렸습니다.

 

얼마 전에 길을 가다 장애인 분께서도 굉장히 힘들게 지나가시는걸 보면서 ‘아, 유모차로도 지나갈 수 없는 길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보도 블록이 파손되어 신발이 끼어 불편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김진주
보도 블록이 파손되어 신발이 끼어 불편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김진주

 

게다가 인도는 길의 높낮이가 들쑥날쑥 해서 일반사람들이 걷기에도 굉장히 불편을 느꼈습니다. 다른 지역처럼 인도가 좁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지만 넓은 인도가 있음에도 시내에는 유모차를 가지고 나오신 분이 한명도 없더군요.

보도 블록 타일들의 균열이 일어나 통행이 불편한 모습이다. ⓒ김진주
보도 블록 타일들의 균열이 일어나 통행이 불편한 모습이다. ⓒ김진주

 

순천 시내는 10분, 15분이면 다 돌 수 있을 만큼 넓지 않습니다. 그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많은 타일의 균열들이 있더군요. 물론 저 혼자 걷기에는 아무 무리 없이 걸어갈 수 있을테지만 아기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엔 너무 위험한 곳 투성이었습니다.

 

사진 찍고 있는데 어떤 아이가 저 틈에 걸려 넘어질 뻔 했었습니다. 초등학생정도 되는 아이였는데, 내 아이도 커서 걷다가 넘어져서 다치진 않을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초등학생 정도 된 아이들도 위험한 곳인데 하물며 더 어린 아이들이나 저희 아이같이 어린 아이들이 유모차를 타고 다니기엔 많이 걱정스럽더라고요.

 

인도가 없어서 위험한 모습의 도로. ⓒ김진주
인도가 없어서 위험한 모습의 도로. ⓒ김진주

 
시내 중심지에서 조금 벗어난 뒷길은 더 상황이 열악합니다. 차가 다니는 도로에 일반인이 걷기에도 좁은 옆길, 그마저도 차가 세워져있어 유모차로는 차도로 가지 않는 이상 절대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위쪽으로 가니 그나마 보행자통로가 있었지만, 유모차가 지나가기엔 너무 울퉁불퉁하고 좁았습니다.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시내가 이런데 골목골목은 얼마나 더 불편함이 많겠습니까?

 

저부터도 아이를 갖기 전까지는 이런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불편함을 잘 모르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하나 둘씩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내피부에 와 닿는 부분이 아니지만,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자녀이고 미래에 누군가의 부모가 될 것입니다.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어디든지 마음껏 유모차가 갈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 그리고 순천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공모 안내]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기사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평소 동네에서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을 생생히 적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매월 우수 원고를 선정해 유아용품 전문기업 아벤트코리아(www.greaten.co.kr)에서 150만 원 상당의 최신 유모차(깜 플루이도)도 선물로 드립니다. 원고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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