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현실 모르는 재무회계규칙?
어린이집 현실 모르는 재무회계규칙?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7.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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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민간 실정에 맞는 재무회계규칙 만들어야”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민간·가정어린이집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현행 재무회계규칙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회복지법인과 국공립어린이집 등의 어린이집에서 쓰기에 적합한 재무회계규칙을 민간·가정어린이집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란 문제가 있다는 게 정부를 비판하는 측의 입장이다.

 

양승조, 이명수 의원 주최로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간어린이집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민간어린이집의 보육원가산정과 재무보고의 문제점 등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민간어린이집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정은혜 기자 eh.jeong@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민간어린이집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정은혜 기자 eh.jeong@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날 발표를 맡은 백태영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보육료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 왔으나 보육료를 주는 정부와 이를 받는 민간어린이집 간 관점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보육료에 포함된 원가의 범위나 원가산정을 위한 회계처리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간어린이집은 비영리기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규제목적의 비영리회계인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규칙’을 쓰고 있다. 비영리회계는 기업회계와 같은 복식부기와 달리 단순히 수입과 지출 중심으로 장부를 쓰는 단식부기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건물, 설비 등에 쓴 감가상각비와 수선충당금과 같은 비현금 비용은 장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태영 교수는 “감가상각비는 설비투자를 비용에 반영하는 회계의 기본인데 이것이 누락됐다. 이는 비용·원가산정의 근본적인 오류”라고 지적했다.

 

또한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유지보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수선충당금 적립도 할 수 없다.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규칙’ 제18조를 보면 법인의 대표이사 및 시설장은 완성에 수년을 요하는 공사나 제조 그밖의 특수한 사업을 위해 회계연도마다 일정액을 예산에 넣어 특정목적사업을 위한 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민간어린이집은 여기서 제외돼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승조, 이명수 의원은 민간·가정·부모협동어린이집 재무회계규칙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안을 지난해 2월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개인의 사유재산인 민간의 투자자본금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린이집을 설립 운영 시 투자된 민간자본에 대한 기회비용을 인정하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자산의 감소분을 감가상각충당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어린이집 대표자나 운영자가 직접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해 행정·회계·위생·급식·차량관리 등의 업무를 한 경우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안도 담았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통과되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보조금을 민간자본에 대한 기회비용과 감가상각비로 인정하는 결과로 타 분야와의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이를 두고 백 교수는 “헌신과 봉사를 해야 하는 어린이집에서 한 푼의 영리라도 추구하면 나쁜 어린이집이라 보는데 자기가 투자한 돈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받는 건 적정한 이윤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어린이집이 더 이상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재무상태를 정확히 볼 수 있는 복식부기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원가산정을 하고 정부지원금을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언급했다.

 

학계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서영 한경대학교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남편이 한 달 생활비를 적절히 벌어다주고 얼마나 썼는지 따지는 건 오케이. 턱도 없는 돈을 주면서 뒷주머니를 찼니, 안 찼니 하는 건 노 땡큐”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사전 충분한 검토도 없이 정치적 논리로 무상보육을 실시하면서 정부나 지자체는 관리감독하느라 바쁘고 민간어린이집은 각종 규제로 받고 부모는 무상보육을 무색케 하는 특별활동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무상보육이냐”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민간어린이집 회계 문제를 막고자 했다면 애초에 전국의 모든 민간어린이집을 매입해 국공립으로 만들어 놓고 동일한 재무회계규칙을 적용해야 했다”며 “자기자본이 투자된 민간에게 이익창출도 인정하지 않고 손실이 발생해도 보전해주지 않으면서 투명회계만 부르짖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문제해결의 방안으로 보육료 단가의 현실화를 꼽았다. 보육료가 매년 최소한의 물가상승률만이라도 인상돼 보육료 수납이 가능해지면 특별활동비 부문을 없애거나 경비를 대폭 낮출 수 있다고.

 

또한 표준보육료를 산정할 때 급·간식비를 분리하고 급간식비 별도수납을 가능하게 해줘야 한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유치원은 급간식비를 별도 계정항목으로 분리하고 있지만 어린이집은 급간식비가 1일 1745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는 “양심 바른 교육자로서 주어진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도록 애쓰고, 어렵고 불합리한 부분을 하루아침에 뜯어 고치기는 어렸겠지만 모두가 노력해나가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별도의 재무회계규칙 제정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양 부연구위원은 “별도의 재무회계규칙을 만들기보다는 어린이집 간 주체별 차이를 인정하고 각 유형별 특성을 반영해 현재의 재무회계규칙을 보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양 부연구위원은 “어린이집 재무회계 세출예산과목을 보면 건물임대료나 차량할부금 등의 목적으로 보육료 수입의 일정범위 이내에 지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재무회계규칙이 민간어린이집의 특성을 일정부문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식부기 대신 복식부기를 도입했을 때 보육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으니 단식부기를 기본으로 하되 단점을 보완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며 “어린이집 대표자의 인건비 부분은 이들이 어린이집 운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파악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모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참석한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비리 어린이집은 사회에서 퇴출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감가상각비, 대출이자 마련을 위해 편법을 쓰고 회계부정을 저질러 떳떳할 수 없는 경영자로 만드는 것은 나쁜 구조”라고 답했다.

 

이어 “국가는 건물·비품·교재교구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보전해주고 미래의 시설 개보수를 대비하기 위해 수선충당금 적립을 인정해야 한다”며 “어린이집의 문제를 해결해 정상적인 구조 속에서 만족스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보육을 살리는 길”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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