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양육비를 대는 등 아이를 기르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면 직접 돌보지 않았더라도 육아를 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주부 정아무개 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을 상대로 낸 육아휴직급여 제한 및 반환, 추가징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정 씨는 지난 2011년 1월 자녀를 출산한 뒤 같은해 4월 1일부터 2012년 3월 31일까지 육아휴직을 신청해 매달 휴직급여 81만 6000원을 받았다.
정 씨는 실직 중인 남편의 해외 사업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아이와 함께 멕시코로 가기로 결심하고 항공권을 예약하는 한편 아이 명의의 여권을 발급받았다. 그러나 아이의 건강 문제 등으로 함께 출국할 수 없게 되자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2011년 6월 남편과 함께 출국했다.
정 씨는 8개월간 멕시코에 있으면서 인터넷으로 아이의 기저귀와 분유 등을 구매해 한국으로 보내고, 친정어머니에게 아이 양육에 필요한 돈을 보냈다.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정 씨는 회사에 복귀하고 한 달 뒤에 퇴직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육아휴직급여를 수령하는 동안 아이를 돌보지 않고 해외에 체류한 사실을 문제삼아 정 씨가 출국한 시점부터 받은 육아휴직급여 800여만 원을 반환하고 똑같은 금액을 추가로 징수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상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으면 육아휴직은 종료되고 정 씨는 고용보험법상 ‘거짓 또는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씨는 지난해 고용보험심사관과 고용보험심사위원회에 잇따라 심사를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되자 지난 1월 “육아휴직급여를 반환하고 추가로 징수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양육비를 친정어머니에게 입금하고 육아에 필요한 물건들을 보낸 점 등에 비춰볼 때 동거하지 않았어도 실질적으로 아이를 양육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 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어린아이를 기르는 것을 말하는 육아에는 직접 영유아와 동거하면서 기르는 것뿐만 아니라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실질적으로는 가족 등에게 영유아를 맡기는 등의 방법으로 기르는 것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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