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광화문역, 육아맘에겐 지옥이다
종로3가·광화문역, 육아맘에겐 지옥이다
  • 기고 = 장혜민
  • 승인 2014.07.2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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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심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도 없다니

[특별기획]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박원순 서울시장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금호동에 살고 있는 32살 초보맘입니다. 이제 5개월 된 남자 아이를 키우는 전직 직장맘이다보니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어디든 달려나가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정말 가고 싶은 곳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차가 있다면 수월하겠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현재 차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기에 글을 쓰게 되었네요.

 

얼마 전 대학 동아리 친구들과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들 사는 동네가 너무 멀리 퍼져있어 제각각이었기에 (의정부, 일산, 안암, 수지, 파주!!!) 어디서 모일까 고민을 하다가 광화문으로 정했습니다. 아무래도 서울 중심부이기에 멀리서도 버스가 많이 다니니까요. 물론 제일 가까운 금호동에 사는 저는 '광화문쯤이야'라고 생각했죠. 서울 대중교통을 얕잡아(?) 본 제 실수였습니다. 금호역에서 출발하면 종로3가에서 환승해서 광화문까지 한 정거장이기 때문에 전 30분이면 넉넉하겠네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지하철 앱으로 찍으면 환승 포함 18분 찍히니까요. 그리고 금호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잘 되어 있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약속 시간 30분전, 아가를 유모차에 태우고 출발했습니다.

 

전 아가가 아직 5개월이기 때문에 조금 무게감 있고 안정감 있는 절충형 유모차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론 혼자서는 절대 들고 이동할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엘리베이터만 있다면 그게 무슨 문제겠습니까? 금호역에서 지하철을 탑승했습니다. 사실 휠체어 칸에 대한 개념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 휠체어 칸을 찾아가도 유모차를 주차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휠체어 칸에 탑승해서 종로3가까지 갔습니다. 종로3가에서는 5호선으로 이동해서 한 정거장만 가면 되기에 금방이라고 생각한 건 큰 오산이었습니다. 거기서 문제는 시작이 되었으니까요.

 

1호선, 3호선, 5호선까지 모두 만나는 종로3가역. 3호선에서 내린 나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적잖이 당황했다. 유일하게 발견한 것은 휠체어 리프트였다. ⓒ장혜민
1호선, 3호선, 5호선까지 모두 만나는 종로3가역. 3호선에서 내린 나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적잖이 당황했다. 유일하게 발견한 것은 휠체어 리프트였다. ⓒ장혜민

 

유모차는 휠체어처럼 고정할 수 없기 때문에 유모차를 휠체어리프트에 실을 수는 없었다. 결국 내가 아이를 업고, 역무원은 유모차를 들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장혜민
유모차는 휠체어처럼 고정할 수 없기 때문에 유모차를 휠체어리프트에 실을 수는 없었다. 결국 내가 아이를 업고, 역무원은 유모차를 들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장혜민

 

1호선, 3호선, 5호선까지 모두 만나는 종로3가역. 3호선에서 내린 저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유일하게 발견한 것은 휠체어 리프트였지요. 일단 호출 버튼을 눌러서 상황 설명을 했더니 지금 사람이 없다고 저보고 기다리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이동방법이 없으니 그리할 수밖에 없어 그러겠다고 답했습니다. 계속 타고 내리는 인파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유모차까지 밀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너무 서운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시간이 조금 지나자 중년 아저씨 한 분께서 같이 들어주시겠다고 얼른 유모차를 들어주셨습니다. 계단이 많이 높지 않았기에 그렇게 일단 3호선에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서는 5호선 쪽으로 유모차를 밀고 갔는데 에스컬레이터만 발견한 저는 더 당황했습니다. 5호선이면 깊이도 훨씬 깊을뿐더러 더 최근에 만들어진 노선이므로 당연히 엘리베이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리프트밖에 없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노선표를 보니 마지막에는 에스컬레이터도 아닌 계단이었습니다! 5호선이? 깨끗해서 선호하던 5호선에 실망했지요.

 

어쩔 수 없이 또 역무원 호출을 했습니다. 아까 3호선에서 호출했던 사람인데 유모차를 가지고 5호선을 타러 가야 한다고 설명했더니 10분 정도 기다리라고 하시더군요. (원래 역무원이 이렇게 없었나요?) 그렇게 전 리프트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10분 정도 지나자 젊은 역무원께서 오셨는데 하시는 말씀, '유모차는 휠체어처럼 고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리프트는 휠체어밖에 사용할 수가 없어요.' 이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 그래서 유모차를 에스컬레이터에 실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이렇게 큰 역에 엘리베이터가 없냐고 물어봤더니 1호선쪽에 하나뿐이라고, 더 생길 계획도 없다고 답하시더군요. 헐….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이 잠들어 있는 아가를 들쳐 업고, 유모차는 역무원분께서 들어주시고 5호선을 타러 갔습니다. 마지막에 계단을 보면서 혀를 찼지요. 이게 무슨 선진국인가 하면서…. 때마침 5호선에서 환승을 하기 위해 계단 앞에서 유모차를 가지고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 또 한 명의 아기엄마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타이밍이 좋아 역무원 분께서 유모차 이동을 바로 해주셨네요.

 

아무튼! 그래, 이제 광화문까지만 타고 가면 문제 없겠지라며 5호선을 탑승했습니다. 그리고는 광화문에서 내렸어요. 그런데?!! 광화문역에도 지하철까지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서울 시내 중심부, 문화의 중심이자 역사의 중심인 광화문에 전철이랑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없다니요? 휠체어 리프트 아니면 에스컬레이터를 한번 타고 올라와야만 지상으로 나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사실!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더군요. 정말 저는 너무 실망했어요. 도시 외곽도 아닌 광화문에서 유모차를 끌고 전철로 이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 시장님께서는 아셨나요? 18분이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를 한 시간 반동안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유모차도 세종문화회관에 가고 싶습니다. 유모차도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보러 가고 싶습니다. 제발 갈 수 있게 해주세요!

 

지하철역의 계단은 휠체어, 목발 등 보장구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도, 그리고 유모차를 사용하는 육아맘에도 매우 큰 장벽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선진국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장혜민
지하철역의 계단은 휠체어, 목발 등 보장구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도, 그리고 유모차를 사용하는 육아맘에도 매우 큰 장벽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선진국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장혜민

 

[공모 안내]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기사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평소 동네에서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을 생생히 적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매월 우수 원고를 선정해 유아용품 전문기업 아벤트코리아(www.greaten.co.kr)에서 150만 원 상당의 최신 유모차(깜 플루이도)도 선물로 드립니다. 원고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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