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형 어린이집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부분에서 현재보다 뛰어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또한 법규상 비영리지만 막상 운영하는 방식은 영리를 취하고 있다. 결국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공공형’에 대한 정체성 혼란도 초래할 것이다.”
김종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1층 소통방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KYC 주최로 열린 ‘이명박 정부 보육정책, 이것이 문제다’ 토론회에서 정부의 ‘공공형 어린이집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우수한 민간어린이집에 안정적인 운영과 품질 관리를 위한 운영비를 지원해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의 공공보육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가 국공립 어린이집 대안으로 내놓은 새로운 유형의 어린이집이다.
정부가 전국의 민간 개인·가정어린이집 900개소를 대상으로 올해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1년간 시범사업을 실시해 공공형 어린이집 운영 모형의 효과성을 현장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평가인증 90점 이상의 어린이집은 규모(정원)에 따라 운영비를 차등 지원(20인 이하 : 96만원, 21~49인 : 248만원, 50~76인 : 440만원, 77~97인 : 560만원, 98인 이상: 824만원) 받게 된다. 운영비를 지원받는 어린이집은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이러한 공공형 어린이집 시범사업에 대해 김 교수는 “과연 이런 시설이 공공보육 인프라 기능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보조금 지원이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성희 서대문구 구립보육시설연합회장도 “이번 시범사업은 국가의 책임을 민간시장에 떠넘기는 것이다. 30% 이상의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해 안정적인 공보육을 유지해야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은희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정부가 사용하는 공공성의 개념은 단순히 공적 재원의 분담만을 의미한다. 7월부터 전국 100개의 민간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공공형 어린이집 시범 운영을 할 텐데, 공적 재원의 투입만으로 공공형이라 말할 수 있을까 싶다. 이는 생각의 차이다. 한 구청장은 취임하고 나서, 6개의 국공립시설을 확충했다”고 비판했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 ‘보육료 부담이 적은 시설’이다. 서울형 어린이집이 운영됐지만, 국공립 시설의 대기수는 감소하지 않았고, 기준 역시 평가인증 통과시설이라 서울형을 통해 질이 향상됐다고 할 수 없었다. 이는 ‘질’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비슷한 질적 수준의 국공립과 민간 어린이집이 있다면 부모들은 국공립을 선택한다. 바로 믿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본 사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일 방지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공공형 어린이집 대상선정, 인원에 따른 지원 등 모두 올해 시행되는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해 본 사업에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
만 5세아 공통과정 졸속정책 우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달 2일 정부가 발표한 ‘만 5세아 공통과정’ 도입에 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김종해 교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5세아의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보육료를 전액 지원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적인 문제점의 공유 및 해결 없이 통합과정이나 재정지원의 확대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비용부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특기적성비 등의 추가비용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은 낭비”라고 비판했다.
김성희 회장은 “양질의 보육을 위해서는 만 5세아 공통과정 도입에 앞서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전문성 있는 교사가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선희 교수는 “공통과정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발표한지 3개월 만에 공통과정이 마련되고, 내년 신학기 시행에 앞서 보육교사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까? 교사 간의 갈등,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이의 갈등 등 문제점 발생에 대한 대책 등 장기적인 계획 없이 추진하는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