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두 남녀가 열렬히 사랑하다 마지막은 결혼으로 인한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현실은?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만나 6년 연애 끝에 남편과 결혼했다. 오랜 연애였지만 결혼생활은 다르겠다는 생각으로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을 허락받는 그 순간부터 현실이라는 넘기 힘든 벽에 부딪혔다.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결혼이란 두 사람의 사랑만이 아닌 집안과 집안끼리의 만남이라는 것을 느꼈다.
전세 대란 속에서 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고 결국 대출을 받아서 전셋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생활을 많이 하지 않은 신혼부부에게는 터무니없는 액수였다.
가까스로 집을 구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손대지 않을 부분이 없었다. 맞벌이로 생활하면서 많이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혼 전 부모님과 생활하다가 독립해 보니 각종 세금과 생활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낀다고 아껴도 고정적으로 드는 생활비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두 사람만의 생활이 결혼생활은 아니었다. 집안 어르신들과 형제들, 조카들까지도 신경써야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둘만의 알콩달콩한 삶을 꿈꾸던 것이 오래전 일인 것만 같았다.
오랜 연애로 시댁부모님들과도 오랜 안면이 있지만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어머님께서도 “시댁이 이래서 시댁인거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어렴풋이 내가 어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신 것 같아 그럴 때 마다 살갑게 대하지 못하는 며느리가 죄송스럽기만 하다. 또한 잘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도 컸다. 그러면서 당연히 시댁먼저라는 생각에 친정은 뒷전으로 미루기 일쑤였다. 그러면 남편이 나서서 친정을 챙겨줄 법도 한데, 그런 나의 마음도 모르고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남편에게 서운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적다고 할 수 없지만 많다고도 할 수 없는 26살 되던 해에 결혼했다. 그 나이대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 보살핌 아래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지내는 반면, 나는 이런 각박한 현실에 부딪혀가며 한 가정의 책임자가 됐다. 결혼으로 인해 포기한 것도 많았다. 시간과 돈은 물론이고 친구와 내가 하고 싶었던 모든 일들…. 남편도 물론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기혼자라고 불리는 것이 조금 서글프게 만들기도 했다.
나도 이제 어느덧 결혼 3년차 주부이다. 아직 아이는 낳지 않았다. 나의 욕심이었다. 이제 슬슬 아이도 낳아야할 때. 하지만 그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과 육아문제, 출산 후 직장문제 등으로 자꾸만 미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한부분이 여성의 사회진출도 있지만, 무엇보다 출산으로 인해 여성의 사회진출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육아휴직 급여가 최고 100만원으로 인상된다고 해도 저소득층에겐 남 얘기일 뿐이다. 어차피 급여가 적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진료비, 각종 아기용품, 아기 예방접종비 등 어느 것 하나 비싸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게 지금 엄마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맘들이 생기고, 아이들은 태어난 지 1년도 채 안되어서 어린이집으로 내몰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정책으로는 이런 직장맘들의 고충을 헤아려줄 수가 없다. 내 욕심이기도 했지만, 이러한 고충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 또한 아기 낳는 것을 미뤘다. 둘이 벌어 둘만 생활하기도 빠듯한데 아기까지 있다면 더욱더 힘들 것이다.
만남에서 결혼, 결혼에서 출산으로 그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히 치러져야 할 것이지만, 그 중간 중간에는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이 버티고 있다. 결혼이란 것. 당연히 행복하고 설레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 사회 분위기로는 그렇게 감성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현명하게 결혼생활을 해나가는 힘을 기르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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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너무 각박해지고 아이키우기 힘들어지는 세상인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