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이 쪘을 뿐 정신병자가 아니다
나는 살이 쪘을 뿐 정신병자가 아니다
  • 칼럼니스트 김종승
  • 승인 2014.10.0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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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비만약은 어떤 성분인가요?

[연재] 맑은 한약 이야기

  

며칠째 계속된 전신의 부종과 동통, 심한 두드러기로 인한 가려움과 열감 때문에 한의원에 치료를 받으러 오셨던 여자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피부과에서 일차 항히스타민 주사와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뚜렷한 증상의 개선이 없자 다른 치료 방법을 찾다가 저희 한의원을 내원하셨던 것인데 맑은한약과 침 치료를 받고 바로 당일부터 상당히 빠른 속도로 호전되셨던 분이라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분이셨죠.

 

그런데 병력청취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출산 후 나날이 몸이 불어나는 산후비만 때문에 일년 넘게 비만클리닉에서 비만약을 복용해왔다는 것입니다. 그 약을 먹으면 식욕도 없어지고, 기운도 나고, 기분도 좋아지고, 붓기도 잘빠지고 너무 좋았는데 약을 끊으니 기운도 없고 몸도 붓고 해서 다시 또 처방받아서 복용했다는 것입니다. 처방전이 없어서 확인을 해보진 못했지만 환자분의 진술상 보나마나 우울증 치료제와 마약성(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이뇨제, 대사촉진제, 간질약 등등이 혼합된 처방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약들을 그렇게 장기간 처방하다니 참 어이가 없더군요. 우울증 치료제나 간질약 등은 차치하고 원래 비만치료를 위해 식욕억제제로 나온 약도 부작용 때문에 최대 4주 이하의 처방을 권고하는 약인데 이렇게 장기간 약을 먹이니 당연히 몸이 고장날 수 밖에 없겠죠. 우울증이 생기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실제로 비만치료제라고 하면서 우울증약 먹이다가 환자가 진짜 우울증에 걸려서 자살하는 사례도 간간히 뉴스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비만클리닉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경쟁이 심해서 일단 빨리 확실한 효과를 보여주려다 보니 이렇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당연히 너무 큰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온 국민을 정신병자로 만들 기세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벨(허가받은 용도 외의 적응증으로 의사 재량에 의한 처방) 형태로써 향정신성 의약품들은 더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살을 빼는 처방만이 아니라 통증완화나 남성 조루에도 사용되며 팔방미인이라고까지 하는 뉴스가 보도된 적도 있을 정도로요.

 

원하는 만큼 살을 빼더라도 결국 요요현상으로 지방축적이 더 심해지고, 신장기능도 떨어져서 몸은 더 붓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향정신성 의약품을 쓰지 않고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탄수화물 중독성과 스트레스 내성 관리가 치료의 관건

 

살을 빼려면 살이 찌는 원인 즉 과도한 지방이 축적되는 원인을 알아야겠지요. 원인은 독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생활하는데 필요한 양 이상의 과도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때문입니다. 영양분의 종류는 크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로 나뉩니다. 이중에서 우리 몸에 축적되는 지방의 대부분은 탄수화물에서 유래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먹는 주식, 간식 모두 거의 탄수화물 덩어리들이기 때문입니다. 밥, 빵, 과자, 과일, 주스, 커피나 음료수에 들어있는 설탕 등등. 따라서 이런 탄수화물 섭취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비만치료의 관건이 됩니다. 그런데 탄수화물 특히 단맛을 내는 당성분 섭취를 줄이기가 참 힘든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이렇게 탄수화물에 과도하게 탐닉하는 것을 탄수화물중독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 뇌가 탄수화물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중독이 되는 원인을 알아야 중독 치료를 하겠지요? 중독에 대해 예전부터 많은 연구가 있었고 그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결론적으로 두 가지 요인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그 물질 혹은 행위 자체의 중독성이고, 또 하나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입니다. 요즘의 연구 결과는 오히려 두 번째 요인이 더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중독물질이 중독성을 나타나게 하는 전제조건이 스트레스이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에서는 중독물질에 중독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요소인 중독성으로 인해 탄수화물 중독에 빠진 뇌는 계속 허기지고 탄수화물을 요구하여 먹을걸 찾게 됩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식욕의 조절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식욕중추와 포만중추가 담당하는데 이들이 계속 먹어야 하는가 그만 먹어야 하는가의 판단은 두 가지 호르몬의 농도와 혈중 포도당의 농도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합니다. 두 가지 호르몬은 렙틴과 그렐린이라고 하는데 탄수화물 중독에 빠진 뇌는 이러한 호르몬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져 있는 상태, 즉 식욕을 조절하는 센서가 고장난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비만을 개인 스스로의 관리로 치료하기 힘든 만성 질병으로 보고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처방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약에 대한 중독성과 부작용 때문에 4주미만으로 처방하게 되지만 지켜지지 않다 보니 비만 치료하려다 다른 병을 얻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뇌전증이나 ADHD, 소아 틱 등의 뇌의 이상 치료에 좋은 효과를 보여준 맑은한약과 같은 처방이 탄수화물 중독에도 좋은 치료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부작용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측면만으로도 더 없는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요소인 스트레스 때문에 어떤 사람은 탄수화물 중독이 되고, 어떤 사람은 탄수화물에 중독되지 않는 것입니다.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스트레스에 내성이 있는 사람은 괜찮고, 스트레스에 약한 사람은 탄수화물 중독에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워주는 치료를 해주어야 비만치료 이후에 다시 탄수화물 중독에 빠지지 않고 요요현상이 오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은 몸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내 생명력이 강하면 스트레스에도 강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기를 뱃속에서 키우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생명력을 나눠주는 여성분들은 출산 후 몸을 잘 추스르지 못하면 스트레스에도 약한 몸이 됩니다. 산후 우울증도 이런 식으로 오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내 안의 생명력을 키우고 스트레스가 가슴 한구석에서 뭉치지 않도록 잘 순환시키는 순환력을 높여주면 됩니다. 그러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운동입니다. 일반적으로 운동을 근육을 키우거나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과하고 있는 운동의 기능 중 하나가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바로 몸과 마음에 쌓인 독소와 노폐물을 순환, 배출시키는 펌프 역할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운동할 여건이 안되거나 좀 더 빠른 결과를 보시고 싶은 분들은 한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건강한 몸의 유지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운동은 필요합니다.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따른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비만 치료 방법입니다. 단지 빠르고 손쉬운 결과를 얻고자 원인 제거를 소홀히 하는 치료를 선택한다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제일 좋은 치료방법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김종승은 현재 1997년부터 소아청소년 임상치료를 하고 있는 아이엔여기한의원(www.inyogi.com)의 대전점 원장으로 난치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소아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잘못된 상식으로 관리하다 아파서 오는 아이들을 임상에서 치료하면서 안타까워 하여 풍부한 진료 경험과 다양한 국내외 연구 논문들을 바탕으로 건강한 육아를 위한 바른 정보를 널리 알려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베이비뉴스 맘스닥(http://momsdoc.ibabynews.com) 주치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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