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캔디, 타르과자 우리 아이 입속으로
타르캔디, 타르과자 우리 아이 입속으로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4.11.26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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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펀딩] 타르색소 함유된 사탕·과자 안전한가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캔디를 먹고 있는 아이의 혓바닥이 짙은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이 캔디는 코스트코와 인터넷쇼핑몰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스탬프캔디다. 황색4호, 적색40호, 청색1호, 황색5호, 적색3호 등 5가지의 타르색소가 함유돼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캔디를 먹고 있는 아이의 혓바닥이 짙은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이 캔디는 코스트코와 인터넷쇼핑몰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스탬프캔디다. 황색4호, 적색40호, 청색1호, 황색5호, 적색3호 등 5가지의 타르색소가 함유돼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거!"

 

"너 이거 사주면 나가서 걸을 거야?"

 

"이거!"

 

"이거 사줄 테니까 걸을 거지? 안아달라고 안 할 거지? 약속해!"

 

"으응."

 

얼마 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 한 편의점에서의 일이다. 알록달록한 캔디에 마음을 뺏긴 아이가 편의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엄마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엄마는 힘으로 아들을 일으켜 보려했지만 아들의 저항이 거세다. 결국 아들은 눈물까지 글썽인다.

 

얼마쯤 실랑이를 했을까. 엄마는 아들이 스스로 걷는다는 조건 하에 캔디를 사주겠다고 말한다. 아들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엄마는 아들이 먹고 싶어하는 캔디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다. 그제야 아들의 눈물이 멈춘다.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상황이다.

 

많은 부모들이 과자와 캔디를 미끼로 아이와 줄다리기를 한다. '달래기용 사탕'을 구비해 놓고 아이가 뜻대로 따라 주지 않을 때, 사탕을 물려주며 아이의 행동을 컨트롤하는 부모들도 있다. 엄마들이 자주 가는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달래기용 사탕'을 서로 추천해주는 글까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아이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병원이나 약국에서도 아이를 달래기 위해 사탕이나 캔디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포도, 멜론, 오렌지, 딸기 등 알록달록 과일 색을 띄는 화려한 사탕과 캔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을거리 중 하나다. 그런데 화려한 색깔로 아이를 유혹하는 사탕과 캔디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부모들이 때로는 아이들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이것들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모든 과자와 캔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사탕과 캔디 속에는 '타르색소'라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식품 전문가들에 따르면 타르색소는 가장 독성이 강한 식품첨가물 중 하나다. 특히나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이 같은 위험한 사실을 알고서 아이에게 사탕과 캔디를 입에 넣어주는 것일까? 선진국과는 달리 왜 우리 정부는 타르색소에 대해서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일까?

 

어린이 기호식품에 타르색소 7가지 허용

 

사탕 속에 들어가는 식용 타르색소오 담배에 들어가는 타르는 원재료가 같다. 사탕 속에 들어가는 타르색소는 색을 내는 기능을 할 뿐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사탕 속에 들어가는 식용 타르색소오 담배에 들어가는 타르는 원재료가 같다. 사탕 속에 들어가는 타르색소는 색을 내는 기능을 할 뿐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타르색소는 역사상 위험성 논란으로 가장 많이 취소된 식품첨가물 중 하나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타르색소를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하상도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타르색소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검은색 석탄의 부산물인 석탄타르에서 추출한 착색료다. 담배의 검은 진, 아스팔트의 검은 물질인 타르(tar)와 원재료가 같다. 이 타르색소에는 당연히 아무런 영양소가 없으며 오로지 노랑, 빨강, 파랑, 초록 등 색을 내는 용도로만 쓰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르색소는 천연색소와 비교해 값이 싸고, 색도 선명하게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이 주로 먹는 사탕, 과자, 아이스크림 제조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수 백 년 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에서 가장 많이 금지되고 취소된 품목일 정도로 안전성에는 매우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상도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정부가 허용해 준 첨가물 중에 가장 쓸모없는 것이 타르색소"라며 "타르색소에는 각기 다른 독성이 들어있다. 발암성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피부, 갑상선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점차 사용을 금지해 가는 분위기다. 타르색소는 소소익선"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식품위생법이 공포된 1962년에는 19종류의 타르색소가 식품첨가물로 허용됐는데, 독성과 안전성 등을 이유로 현재는 9종류만 허용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 기호식품에는 황색4, 황색5, 적색3, 적색40, 녹색3, 청색1, 청색2호 등 7종류만 허용되고, 2종류(적색2호 및 적색102)에 대해서는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하상도 교수가 취재진에게 건넨 대학교 수업자료와 '몸살림 먹을거리'(임선경 저, 씽크스마트, 2009), '친환경 음식 백과'(최재숙 저, 담소, 2011),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안병수 저, 국일출판사, 2009) 등 식품관련 여러 서적을 살펴봤더니, 어린이 기호식품에 허용되고 있는 7가지 타르색소도 유해성 논란이 적지 않다.

 

먼저 적색 3호는 갑상선 기능에 이상을 일으킨다는 논란에 휩싸여있다. 갑상선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성분 요오드를 생체 내에서 떨어지게 만들어 갑상선 호르몬 이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적색 3호와 관련해 최근 발암 가능성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다.

 

황색 4호는 뇌의 전두엽에 상처를 입힌다고 지목을 받고 있다. 전두엽은 판단, 사고, 기억력 등을 관장하는 곳으로 아직 전두엽이 발달되지 않은 유아가 황색 4호를 섭취하면 위험하다는 우려가 제기돼 있다. 뿐만 아니라 피부민감증 반응인 가려움이나 두드러기를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이 색소와 관련해 미국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 시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황색 5호는 황색 4호와 함께 알레르기와 천식, 설사, 체중 감소 등을 유발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청색 1호는 소화 효소의 작용을 저지해 소화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논란이 있다. 이밖에도 타르색소는 간, 혈액, 콩팥장애 등을 유발하는 물질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세계적으로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화학물질이다.

 

특히 타르색소 중 적색 102호는 2010년부터, 적색 2호는 2007년부터 우리나라 '어린이 기호식품'에서 사용 금지가 내려진 첨가물이다. 이 색소들은 특히나 발암성 논란이 많았던 착색료다.

 

 

안병수 후델식품건강연구소장은 "적색 2호와 적색 102호는 어린이 기호식품에는 못 쓰도록 돼 있는데, 이는 유독 유해성 보고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색소가 다른 타르색소보다 더 나쁘기 때문이라기보다 비교적 빈번히 사용되는 관계로 유해성 연구가 더 많기 때문"이라며 "모든 타르색소는 대부분 암과 알레르기, 과잉행동증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 현재 어린이 기호식품에 사용되고 있는 7가지 타르색소의 위험성은, 이미 어린이 기호식품에 금지된 타르색소인 적색 2, 102호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안병수 소장의 지적인 것이다.

 

안병수 소장은 "이 유해성들은 특히 체구가 작고 저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어린이들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면역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성인보다 타르색소의 유해물질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이 많은 이유도 타르색소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안 소장은 "타르색소는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물질이기 때문에 아토피의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으며, 하상도 교수도 "아토피가 있는 아이가 황색 4호를 섭취할 경우 붉은 점, 가려움증 등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아이 손닿기 가장 좋은 곳엔 타르색소 제품

 

 

오로지 알록달록한 색을 내기 위해서 사용되는 타르색소. 이 수많은 캔디와 사탕의 60%에는 타르색소가 포함돼 있다. 육안으로는 도저히 구별하기 힘들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오로지 알록달록한 색을 내기 위해서 사용되는 타르색소. 이 수많은 캔디와 사탕의 60%에는 타르색소가 포함돼 있다. 육안으로는 도저히 구별하기 힘들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그렇다면 이같이 유해성 논란을 겪고 있는 타르색소들이 우리 아이들의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유통되고 있을까?

 

 

30개 중 18.

 

최근 베이비뉴스는 직접 서울 서초구 서초동 두 개의 마트에서 젤리, 캐러멜, 마시멜로, 양갱 등 캔디류 30개 제품을 무작위로 구매해봤더니 타르색소가 함유돼 있는 제품이 18개로 무려 60%를 차지했다. 타르색소 함유를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 집 주변 마트에서 캔디류를 구매할 경우, 2번 중 1번 이상은 타르색소가 함유된 제품을 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고체 사탕부터 지렁이 모양에 설탕이 잔뜩 뿌려진 젤리, 초콜릿이 코팅된 사탕, 폭신폭신한 질감의 마시멜로, 목을 시원하게 해준다고 회사 측이 광고하는 제품까지 모두 타르색소가 함유돼 있었다.

 

특히 이 제품들 중에는 타르색소 4개 이상이 한꺼번에 함유된 제품도 5개나 됐다. 4가지 타르색소가 들어 있던 캔디들은 모두 마트 계산대 바로 앞에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진열돼 있었다. 아이가 언제라도 손을 뻗으면 엄마의 장바구니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그 자리에 말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어린이 식품안전구역인 그린푸드존에서도 타르색소가 함유된 과자와 캔디가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어린이 식품안전구역인 그린푸드존에서도 타르색소가 함유된 과자와 캔디가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어린이들에게 유해한 먹을거리를 차단하기 위해서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그린푸드존'의 사정은 어떨까. 그린푸드존은 어린이 식생활 안전환경 조성을 위해 초··고등학교로부터 200m 안의 구역을 지정한 곳으로, 이곳에서는 어린이 건강을 해치는 건강저해식품과 불량식품 등의 판매가 제한된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발표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근처 문구점 등에서 판매되는 캔디, 과자 역시 100개 식품 중 73개 제품에서 타르색소가 검출됐다. 2개 이상의 타르색소가 사용된 제품도 무려 52개에 달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어린이 기호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적색102'가 들어 있는 제품이 3개나 됐다. 적색102호는 동물실험에 의해서 발암성이 발견됐고, 과잉행동 유발 등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미국에서도 이미 사용 금지된 것이다.

 

심지어 30개 제품에 대한 타르색소 정량을 시험한 결과에서는 4개 제품에서 황색5호와 적색102호가 유럽연합의 허용기준치보다 많게는 2배까지 초과 검출됐다. 유럽연합은 이 색소를 사용할 대 '어린이의 행동과 주의력이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문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적색102호가 들어 있는 문제의 제품은 요산버블껌 딸기향, 볼라볼라 과일향껌, 휘파람풍선껌인데, 베이비뉴스가 직접 1124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살펴봤더니 이 제품들은 아직 온라인 쇼핑몰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베이비뉴스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마트 2곳에서 무작위로 사탕, 캔디 등의 제품 30개를 구매해봤더니 무려 18개 제품에서 타르색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12개 제품은 타르색소가 2개 이상 포함돼 있었다. 안기성 기자 sinsun@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마트 2곳에서 무작위로 사탕, 캔디 등의 제품 30개를 구매해봤더니 무려 18개 제품에서 타르색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12개 제품은 타르색소가 2개 이상 포함돼 있었다. 안기성 기자 sinsun@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부모들 "제품표기 전공자 아니면 알 수 없어"

 

 

"타르색소에 대해 알았더라면 아이에게 절대 먹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도 모르는 무지한 엄마라 우리 아가에게 너무 미안하다."

 

한 엄마의 고백이다. 1121'베이비뉴스 카카오스토리'(kakao.ibabynews.com)에 타르색소의 원재료, 용도, 부작용, 허용 현황 등 취재결과 일부를 공개하고 엄마들의 의견을 물었더니 올라온 글이다. 이 엄마는 타르색소를 몰랐던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늘 애매한 우리나라의 기준에 너무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타르색소에 대한 부모들의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은 의외의 결과였다. 아이 먹을거리에 예민한 게 요즘 부모들인데, 예상외로 타르색소의 위험성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부모들 대부분은 "아스팔트 타르와 아이들이 먹는 제품에 들어있는 타르가 같은 원재료인지 몰랐다. 타르색소에 대한 심각성을 이제야 알았다""성분도 꼼꼼히 따지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한 부모는 "식용색소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충격"이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부모는 "어떻게 식용으로 허용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몇몇 부모들은 "정말 아이에게 먹일 게 없다. 도대체 뭘 먹여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그 중 한 엄마는 "임신했을 때는 물외에 웬만한 음료도 과자도 사먹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아가는 어떻게 지켜내죠"라고 말했다.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제법 터져 나왔다. 한 부모는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 정말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먹을 음식 좀 만들어 달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부모는 "조금이라도 몸에 안 좋은 성분은 아예 사용을 못하게 금지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특히 한 엄마는 "제품표기를 보려고 해도 화학이나 식품 전공자 아니면 알 수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고, 또 다른 엄마는 "먹는 것 가지고 장난 좀 치지 말고, 양심적으로 만들고 판매하라. 공익광고로서 많은 사람들이 (타르색소의 유해성을) 알 수 있게 해 달라"고 힘줘 말했다.

 

 

5-1, 5-2, 5-3. 타르색소는 색과 숫자로 표기되기 때문에 타르색소 7가지에 대해 메모를 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이 제품의 타르색소 함유 여부를 구분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5-1, 5-2, 5-3. 타르색소는 색과 숫자로 표기되기 때문에 타르색소 7가지에 대해 메모를 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이 제품의 타르색소 함유 여부를 구분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식약처, 소비자원 타르색소 전면 금지 요구 묵살

 

 

현재 유럽연합(EU)은 캔디류에 황색 5호는 35mg/kg, 황색 4호는 300mg/kg 등으로 타르색소 최대 사용량을 정해 놓는 한편, 첨가 식품에 부작용 경고문구도 표기하고 있다. 캐나다나 호주도 타르색소 사용량을 정해 규제하고 있다.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는 아예 타르색소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타르색소가 인체 안전성 논란이 많은 만큼 안정성이 확실히 입증될 때까지 아예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7가지 타르색소를 어린이 기호식품에 허용하는 것을 넘어 허용 함량조차 별도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한국소비자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어린이 기호식품에 타르색소 전면 금지할 것'을 요청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자원에서는 전면 금지를 요청했지만, 그 부분은 타당성이 없다. 적색 102호와 2호는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어린이 기호식품에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고, 그 외 색소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타르색소의 안전성 논란은 이제껏 엄청나게 많았지만, 나머지 7가지 타르색소에 관해 유해성을 말한 자료들은 타당성이 없다고 보면 된다. 유해성이 확실히 입증되면 그 자료는 국제적으로 채택이 될 것"이라며 "(타르색소 위험성을 언급하는) 교수들이 생각하는 부분은 아주 일부분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타르색소는 전 세계적으로 이용되는 품목인데, 전면 금지를 할 것이면 전 세계가 다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어느 정도를 써야 안전한 지 타르색소 양을 설정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도 "공식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언제든지 손만 뻗으면 닿는 그 자리에 타르색소로 범벅된 먹을거리가 판을 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아이들을 지켜주려고 노력하지 않은 이상,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일은 부모 몫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이들이 언제든지 손만 뻗으면 닿는 그 자리에 타르색소로 범벅된 먹을거리가 판을 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아이들을 지켜주려고 노력하지 않은 이상,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일은 부모 몫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유해성이 확실히 입증되기 전까지는 아직 유해한 것이 아니라는 게 현재 식약처의 입장인 것이다. 식약처가 이렇게 관대한 태도를 보이니 과자를 수입하거나 제조하는 측도 당연히 타르색소에 대한 개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타르색소 과자를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는 한 수입원의 관계자는 "타르색소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 하지만 식약처에서 허가해줬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굳이 이 부분에 대해서 따로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굳게 닫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식약처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안전한 어린이식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부 기업도 있다. 타르색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한 제과업체의 관계자는 "어린이 먹을거리인 만큼 안전성을 우선시하고자 한다.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재료는 원천적으로 쓰지 않으려 한다""캔디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과자 등에도 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왜 타르색소는 사용량 기준도 없는가?

 

 

"한 분자도 해롭다."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미국의 천재 과학자 라이너스 폴링 박사(Linus Pauling)가 화학물질의 인체 내 반응량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타르색소와 같은 화학물질은 아무리 소량이라도 인체 내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분자는 어떤 성질을 유지하는 물질의 마지막 단위를 말한다. 1조분의 1g1pg(피코그램)보다 훨씬 적은 단위다.

 

폴링 박사의 이 같은 답변은 우리가 타르색소로 화려한 색깔을 표현해낸 캔디와 사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정확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아이에게 타르색소가 들어간 캔디와 사탕, 혹은 또 다른 먹을거리를 한 조각이라도 먹이면 아이는 어떻게든 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당장 이 정도의 의식까지 정부에 기대하는 건 아닐 것이다.

 

"식품첨가물은 양이 중요하다. 당연히 용량을 설정해야 의미가 있다. 어느 정도 수치를 넘어서면 독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첨가물은 전부 사용량이 정해져 있는데 타르색소 허용량을 정해 놓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하상도 교수는 "타르색소는 특히 독성이 강하고 면역이 약한 아이들이 먹기 때문에 사용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식품첨가물 데이터베이스(www.kfda.go.kr/fa)를 살펴보면 '과황산암모늄(표백첨가물)은 밀가루 1kg에 대하여 0.3g 이하여야 한다', '질산나트륨(, 소제지 등에 쓰이는 발색제)은 식육가공품에 0.07g/kg 이상 남지 아니하도록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타르색소는 사용량 기준이 없고, 사용할 수 없는 식품들만 정해 놓았다. 이 식품들을 제외하고는 어린이 기호식품에 아무리 타르색소를 많이 사용해도 아무런 제지 없이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 것이다.

 

 

하상도 교수는 "사탕을 주식이 아닌 기호식으로 먹기 때문에 타르색소 독성은 크지만 섭취량은 미미해서 허가 취소가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 뒤, "타르색소는 생리 활성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입장에서 가장 쓸모없는 첨가물이다. 때문에 식품 기업은 아이들 먹을거리에 가능한 타르색소를 사용하지 말고, 정부도 타르색소 사용기준을 철저하게 정해야 한다. 사용 기준을 넘어서면 강력한 처벌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아이들이 먹는 사탕과 과자에 무슨 색이 필요하느냐"면서 "옛날에는 뻥튀기, 강냉이처럼 색이 없는 과자도 그냥 먹었다. 어렸을 때부터 무색의 사탕을 접하면 아이들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에서 타르색소 사용기준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2어린이들의 안전한 식품 섭취를 위해서 사용 중인 타르색소를 기호식품의 제품별 사용량 또는 일일섭취 허용기준량을 정하고, 제한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어린이 기호식품을 제조·가공·조리 또는 수입하는 자가 어린이 기호식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수입·진열·운반하거나 영업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타르색소의 사용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주목받지 못하는 법안들은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묻히기 일쑤다. 이 개정안도 아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안건 상정도 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와 국회가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상황에서,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 하상도 교수는 "소비자는 마지막 검역검사소"라고 했다.

 

"우선 부모들부터 아이 먹을거리를 구매할 때 제품 뒷면 영양성분표에서 타르색소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되도록이면 타르색소가 들어 있는 과자류는 구매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타르색소 표시를 확인하고 반드시 안 먹이는 어머니들의 노력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서 타르색소가 사용되지 않는 분위기가 될 것이다."


[안내] 베이비뉴스, 다음카카오 뉴스펀딩 프로젝트 연재

 

베이비뉴스가 다음카카오가 진행하는 뉴스펀딩 프로젝트에 합류해 '누가 우리 아이에게 독을 먹이나'라는 주제로 우리 아이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아용품 속 독성물질에 대한 심층 기획기사를 지난 10월 29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애독자 여러분들은 베이비뉴스 기사가 마음에 드시면 뉴스펀딩 코너에서 1000원의 후원금을 보내주실 수 있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사회환경을 바꾸는 기획기사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베이비뉴스 댓글로 응원하기: http://m.newsfund.media.daum.net/project/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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