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바뀌는 이유?
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바뀌는 이유?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01.13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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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화목하게 만드는 아빠의 육아 참여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나은공주는 아빠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답니다. ⓒ권성욱
나은공주는 아빠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답니다. ⓒ권성욱

 

결혼 후 아내로부터 게으르다며 타박받던 남편도 처음으로 아빠가 되면 전에 없이 성실해지고 다정다감해집니다. 여기저기 애기 사진을 보여주며 팔불출마냥 자랑하고, 평소 책과 담을 쌓고 살던 사람이 육아책도 들여다보고 주변 선배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합니다. 퇴근 후 친구와의 술자리도 마다하고 집으로 와서 "내가 다 할 테니까 당신은 애나 잘 봐"라며 설거지며 청소를 합니다. 부엌에 들어가 서툰 솜씨로 분유를 타보기도 합니다. 아이에 대한 기대심,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책임감 때문에 아빠는 바뀝니다. 그래서 옛말에 "자식을 낳아봐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라고 하겠지요.

이런 마음이 꾸준히 가면 좋지만, 왠지 시간이 지나면서 초반의 열의는 급격하게 시들해 집니다. 그러다 몇달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던가 싶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출산 직후만 해도 남편의 적극적인 모습에 흐뭇해 하던 아내는 얼마 지나지도 않아 점점 도망가는 남편에게 서운하고 실망합니다. 부부싸움이 가장 잦은 시기이기도 하죠.

왜 그럴까요? 뭐든 다 해주겠다던 아빠의 마음은 왜 지속되지 않을까요. 우선 하루종일 업무에 시달리다보니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하다는 점, 부모 슬하에 있던 시절의 게으름병이 도진 탓도 있습니다. 게다가 엄마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아빠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입니다. 처가, 친가 양쪽 집안에서 도와준다고 우루루 오면 굳이 내가 나서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솔직히 게으를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시중의 육아책이나 신문 기사를 보면 ​외국의 연구 사례를 들어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이면 아이의 사회성과 교우관계, 심지어 두뇌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빠 육아'의 중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전후 맥락을 빼놓은채 성급한 결론을 도출하여 정말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느낌도 듭니다.

만약 그런 논리라면 아빠가 없는 싱글맘 가정의 아이들은 사회성도 부족하고 머리도 나쁘다는 것일까요. 거꾸로 엄마의 역할은 별로 안 중요하다는 걸까요. 엄마보다 아빠가 육아에 더 어울린다는 것일까요. 그럼 아빠들은 회사 관두고 집에서 애보고 엄마들을 직장으로 내보내야 하나요?

오해해서 안되는 것은 육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엄마입니다. 그 다음이 아빠입니다. 아이는 아빠보다 엄마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빠는 아무리 노력해도 엄마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빠가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는 그만큼 엄마의 부담을 경감시켜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벌이, 맞벌이를 떠나 엄마의 가사, 육아 부담은 엄청납니다. 직장맘의 경우 퇴근이 곧 '제2의 출근'입니다. 그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는 우울증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신경써 줄 수 없다는 죄스러움, 그리고 몸이 피곤하니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납니다. 불만은 쌓이고 쌓여서 아이들과 남편에게 고스란히 향합니다. 엄마도 사람입니다. 왜 여자라는 이유로 내가 다 해야 하나,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런 가정이 화목할까요?

아빠가 육아와 가사에서 주된 역할은 아니라도 적어도 일부라도 맡으려고 노력한다면 엄마의 부담은 줄어듭니다. 그만큼 여유가 생기고 그런 남편의 배려를 고마워 합니다. 제가 주변의 아빠들과 얘기하다보면 종종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내가 한가지 하면 두가지 시키려고 할지도 몰라!' 하지만 아빠들의 성급한 오해입니다. 아내들은 남편의 사소한 도움에도 깊은 애정을 느낍니다.

아빠의 역할은 단순히 아이와 얼마나 놀아주는가가 아닙니다. 얼마나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가 입니다. 어차피 육아의 80% 이상은 아내가 하고 있습니다. 평소 내가 아이들에게  충실하다고 생각해도 냉철하게 따져보면 20, 30%도 안됩니다.

 

저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지 말고, 아내의 비위를 맞추라고. 어떤 아빠는 아이들한테는 아주 열성이면서 막상 아내에게 소홀히 합니다. 아내는 자신을 무시하는 남편에게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리고 엄마, 아빠의 사이가 나쁘면 아이는 아무리 맛난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고 놀이동산을 가고 재미있는 DVD를 보더라도 절대로 행복하지 않습니다. 늘 불안해 하고 눈치만 살핍니다. 아마도 위의 연구 결과도 아빠 육아의 직접적인 효과가 아니라 가정이 화목해졌기에 아이들의 정서가 안정되면서 나타난 간접적인 효과일 것입니다.

 

오늘 퇴근길에 꽃집을 들러 장미꽃 한송이를 사보세요. 그리고 아내에게 깜짝 선물로 주는 겁니다. 센스 있는 아빠들은 감사 편지를 쓰기도 하고 CD로 영상편지를 만들어서 아내를 감동시키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데다 이런게 어색하고 낯부끄러워서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자기 전에 아내의 발을 주물러 주세요. "오늘 고생 많이 했지?"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아내들은 멋진 영상 편지나 꽃다발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단지 내가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남편이 알아주고 인정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아빠는 집안의 가장입니다. 가장으로서 아내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화목한 가정입니다. 하하호호하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가정에서 아이들은 남에 대한 배려를 배우고 정서적으로 안정됩니다. 그리고 정서적 안정은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그게 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바뀌는 진짜 이유입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의 나이에 늦깎이로 결혼해 모처럼 신혼을 즐기려는 찰나 집사람의 임신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어차피 엎질러진 물에 책임감에 육아서적을 탐독하며 초보 아빠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집사람의 출산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지고 시한부 주부 아빠가 돼 정신없는 1년을 보냈다. 현재는 직장에 복직해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네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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