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평가인증 이대로도 괜찮나요?
어린이집 평가인증 이대로도 괜찮나요?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5.01.20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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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 변별력 떨어지는 평가인증 개선 요구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최근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한 파장이 꺼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해당 어린이집이 평가인증에서 95.36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을 지적하며 현행 평가인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와 한국보육진흥원(원장 이재인)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어린이집 아동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문형표 복지부 장관, 이태한 복지부 인구정책실 실장, 나성웅 복지부 보육정책과 과장, 차전경 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 과장 등 복지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보육교직원과 부모모니터링단의 의견을 경청했다.

 

◇ 교사 인성교육과 부모교육 항목 추가해야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 한국보육진흥원에서는 어린이집 아동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 한국보육진흥원에서는 어린이집 아동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먼저 부모모니터링단 최현주 씨는 과거 아이의 말과 행동에서 학대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최 씨는 “2년 전 아이가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써서 물었더니 교사가 아이의 양볼을 잡고 꼬집은 경험이 있었다”며 “밥도 1, 2등으로 먹어야 칭찬하고 늦게 먹으면 잔반처리를 시킨다고 했다”고 고백했다.

 

최 씨는 “현장 모니터링을 가보면 너무 형식적인 항목이 많다. 또 어린이집을 평가하기에 하루라는 기간도 너무 짧다. 어린이집에선 하루만 잘 넘기면 된다고 하는 문화가 이젠 없어져야 한다”며 “아동학대 평가항목을 지금은 서류로만 확인하고 있는데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부모모니터링단인 김혜린 씨는 결혼 전 보육교사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평가인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씨는 “학대한 교사를 퇴출하고 어린이집을 폐쇄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엔 부족하다”며 “교사에게 인성교육을 시키는 것을 평가항목에 넣고, 부모 참관단에 참여하는 부모에게도 교육을 시켜 부모의 자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셋째 아들을 임신 중인 서보경 씨는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현재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현장 평가할 때 부모를 참여시킨다고 하는데 이미 어린이집 자체에서 운영회나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평가인증에 부모가 참여한다면 또 다른 예산이 낭비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차라리 부모의 참여가 일상적으로 같이 이뤄져야 한다. 유치원의 경우 부모가 급식 배식을 하거나 청소를 돕는다. 어린이집도 이렇게 한다면 교사의 업무도 줄어들 테고 교사와 아이 간 상호작용이 부모에게 더 안정되게 보여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 씨는 부모교육도 평가항목에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서 씨는 “근본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당연히 부모여야 한다. 가만히 보면 엄마들이 무상보육의 개념보다 공짜라는 개념을 갖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며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연령대는 5~7세보다 2세 이하가 많은 만큼 아이는 부모가 키워야 한다는 마인드가 세워지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 평가인증은 평가보단 ‘인증제’의 목적

 

학계에서는 평가인증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평가인증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다. 이완정 인하대학교 아동학과 교수는 “평가인증제를 오랜 시간 관여해온 사람으로서 이런 부분을 걸러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평가인증 도입 당시 평가보다는 인증제에 역점을 뒀다. 평가인증의 핵심은 관찰자가 하루 관찰해서 점수 매기는데 있지 않고 그전 6개월에 원장과 교사가 공부하면서 ‘우리 어린이집의 질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부터 3차 지표를 개발해놓은 상태지만 2차까지 오면서 전체 어린이집에 전반적인 질 상승은 상당히 이뤄졌다고 본다”며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면 부모가 원할 때 어린이집을 상시 개방하고, 어린이집과 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울 때 답보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정 여주대학교 보육과 교수 역시 “교사의 인성 등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면서 “교사를 배출하는 것은 보육학과나 유아교육과 등 핵심 학과 중심으로 바꾸고, 51학점도 최소 70학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유치원 교사처럼 인적성 검사를 필수조항에 넣고 온라인으로 교사 자격증을 따는 경우 오프라인 수업을 50%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학점운영제나 온라인은 교사를 배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인 한국보육진흥원 원장은 “인천 어린이집 동영상을 보고 떨리는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보육공직자들의 숱한 과업과 책임이 있을 진데 이런 일이 발생하고 보니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스럽다”며 “책임감을 갖고 모든 정책에서 성과가 나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부모들은 어린이집 평가인증 항목에 아동학대 부문을 세분화하고 서류로만 확인하는 형식적인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부모들은 어린이집 평가인증 항목에 아동학대 부문을 세분화하고 서류로만 확인하는 형식적인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날 끝까지 자리를 지킨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아동폭행은 고통의 문제가 아니다. 폭력 당하는 아동뿐 아니라 그걸 보고 공포 느낀 아이 전부 피해자”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아동에 대한 폭력은 훈육과 구별돼야 한다. 체벌도 훈육의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문 장관은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곳이 복지부 평가인증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 받았다는 사실을 부모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를 겸허하게 반성한다”면서 “평가기준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어떤 시설을 갖췄느냐가 아니라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모가 얼마나 만족하느냐 등 만족도 평가로 전환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부모가 직접 어린이집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평가인증 결과는 a, b, c, d 등으로 바꾸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사이버로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부분은 필요하다면 국가고시나 자격시험제도를 마련하는 등 개선책을 세워 강한 의지로 법제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보육진흥원의 3차 평가지표에는 ▲어린이집에서의 체벌 금지 ▲영유아 학대 예방지침 수립 ▲보육 교직원의 영유아 학대 예방을 위한 책임과 역할 숙지 ▲영유아 학대 예방 교육 의무 실시 등이 포함됐다.

 

또한 국가가 반드시 관리해야 할 필수 분야(아동학대 예방, 차량, 급식, 시설 안전)에 대해 ‘안전 인증제’를 도입하고 3급 양성과정의 신규 배출을 제한하는 등 보육교직원의 자격제도도 개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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