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무상보육, 변화의 시기 맞나
3년차 무상보육, 변화의 시기 맞나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5.01.28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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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복지부 "어린이집 수요 많아 문제"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3년간 시행된 무상보육 정책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만 0~5세 영유아의 국가책임보육을 내세웠던 정부가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2세 미만 영아를 위한 가정양육 지원 대책을 내놓는 등 보육정책의 전면 개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상보육은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통령 당선 당시 “0~5세 육아를 책임지는 것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꼭 필요하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의 약속으로 마련된 게 보육료와 양육수당이었다. 만 0~5세 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부모소득에 관계없이 보육료(유아학비)나 양육수당 중 선택해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기면 연령에 따라 22만~39만4000원의 보육료가 지원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양육할 경우에는 10만원~20만원의 양육수당이 지원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이 무상보육 정책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 낳고 잘 기를 수 있는 사회 만들기’의 핵심 정책으로 평가받았던 무상보육 정책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는 것일까.

 

2013년부터 시행된 무상보육 정책이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어린이집 보육실의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013년부터 시행된 무상보육 정책이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어린이집 보육실의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정부의 입장 변화는 연초 전 국민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 거슬러간다. 아동학대 사건의 원인이 관리가 부실한 어린이집의 난립을 꼽는 것인데, 그 배경에는 어린이집에 맡기려는 수요의 증가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즉 일하는 맞벌이 부부는 물론, 집에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전업주부까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보육 수요가 증가했고, 어린이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어린이집 보육의 질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 부모들은 만 0~1세를 제외하고 양육수당 대신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비심사검토보고서(2015)에 따르면 만 0세반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2012년 6월 이후 매년 꾸준히 하락해 2014년 6월 5.1%p가 감소한 12.2%만 어린이집을 이용했다. 만 1세반의 경우 2013년 6월 다소 증가했다가 2014년 6월 약간 감소해 61.4%가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 만 2세반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매년 상승 추세를 나타내며 86.9%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만 3~5세의 경우도 2013년 양육수당 지급 직후 만 3세반의 가정양육이 1%p 증가하는 모양을 보이긴 했으나, 양육수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이집 이용률이 높은 상황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정양육 비율이 0세는 80%인데 1세만 되면 확 떨어지고 어린이집에 보내는 비율이 70%가 넘는다. 전업주부가 전일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 보육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도 전업주부들이 아이들을 12시간 내내 어린이집에 맡기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필요한 시간에 잠깐 아이를 봐주는 시설인 만큼 시간제 보육을 활성화하고, 전일 보육은 정말 서비스가 필요한 맞벌이 부부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부모들에게 보육료와 양육수당이라는 두 가지 선택권을 준 건 정부였다. 보육료와 양육수당의 지원금액을 많게는 몇 십만 원 이상 차이 나게 해, 엄마들 사이에서 ‘양육수당을 받으면 보육료 지원보다 손해’라는 인식을 만들어, 자연스레 어린이집 수요를 늘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어린이집 수요 증가’를 문제로 삼고 움직임을 보이는 건 기존 무상보육 정책의 전면 개편에 큰 의지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문 장관은 2013년 복지부 장관 후보자 당시 “만 0~2세 영아의 경우 시설 이용보다는 가정양육을 활성화하고, 만 3~5세 유아의 경우는 발달과정에 맞게 누리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시설이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장관이 강조했던 부분이 이번을 계기로 실현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기존 무상보육 정책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 한국보육진흥원에서는 어린이집 아동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정부는 이번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기존 무상보육 정책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 한국보육진흥원에서는 어린이집 아동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정부는 인위적으로 어린이집 수요를 줄이기보다 부모들이 상황에 맞게 잘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이 양육수당 금액을 올려 보육료와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것이다. 만 0세의 경우 어린이집 지원금이 77만 원, 양육수당이 20만 원인데, 양육수당 금액을 확대해 만 0~2세는 가정에서 양육하도록 유도하고, 어린이집에 대한 과잉수요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방식인 시간제 보육 활성화도 거론된다. 보건복지부는 시간제보육 서비스 제공기관을 올해 230개소로 확대할 방침이다. 시간 선택제 근로자 등 맞벌이 가구는 월 80시간 한도에서 시간당 1000원, 전업주부 등은 월 40시간 한도에서 시간당 2000원을 내면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제보육 서비스가 높은 보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린이집들이 시간제보육 서비스를 꺼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얼마나 활성화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높다.

 

가정양육을 위해 강화될 부분으로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우선적으로 꼽는 분석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여성의 육아휴직제도 이용률은 22.6%였다. 이는 OECD 회원국 24곳 중 스페인(7.2%), 영국(11%)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육아휴직 후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들이 많은 만큼 임신 중 근로시간 단축 신청제나 아빠의 달 도입, 육아휴직 사용대상 확대, 기업 문화 변화 등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인프라가 얼마나 마련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전국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전체의 5%대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민간·가정어린이집이다. 학부모나 보육 전문가들은 국공립어린이집이 확충돼야 어린이집 비리 등이 사라지고 투명성 있게 운영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여론을 감안해 27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올해 150개소 확충하는 등 2017년까지 3년간 모두 450곳을 추가적으로 늘리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계획 그대로다. 정부 계획대로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더라도 2017년 전체 어린이집 중 국공립 어린이집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국공립어린이집을 전체 어린이집의 3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의 시장 지배력이 어느 정도 확보돼야 다른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 강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국공립어린이집만 늘린다고 보육의 공공성이 강화되는 건 아니지만, 국공립어린이집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해야 공공성이 강화된 무상보육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육료는 보육의 사회화를 강화하겠다는 것이고 양육수당은 보육의 탈 사회화를 유지하겠다는 정책인데, 이 상반된 정책이 무상보육이란 이름으로 섞이며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 보육예산의 95%가 보육료와 양육수당이다. 무상보육은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없애준다는 비용 측면의 정책적 개입일 뿐, 공공 책임의 보육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이것 자체가 정책의 전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보육은 보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육정책은 사회적 함의에서 시작해서 퍼즐을 맞추듯 진행해야지, 무상보육 정책 하나만으로 저출산문제나 여성의 경력단절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일·가정 양립의 가족친화적인 사회적인 환경을 만드는 부분과 보육정책이 함께 가야만 정책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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