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양육하면 아동학대가 줄어든다고요?
가정양육하면 아동학대가 줄어든다고요?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5.01.28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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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전문가 “책임 떠넘기는 무책임한 발상”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정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가정양육 강화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부모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땜질식 처방이 근본적인 개선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 주최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행복한 보육은 어디에-왜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이렇게 처절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보육 긴급좌담회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정부가 내놓는 아동학대 대책마다 실효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어린이집 관리감독 책임, 부모에게 떠넘겨

 

첫 번째 주제는 어린이집 CCTV 의무화였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부모 대표 임정희 씨는 CCTV 의무화를 아동학대의 대안으로 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임 씨는 현재 10, 7살 자녀를 집에서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다. 

 

임 씨는 “CCTV 설치를 아동학대 대안으로 본다면 10점 만점에 최하위점이다. 인천 어린이집에 CCTV가 없어서 사건이 일어났느냐”며 “규제보다는 부모가 언제든 들어갈 수 있는 개방적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모 대표인 홍인기 씨는 “CCTV 사각지대 문제와 화면에 보이지 않는 언어폭력이나 방치, 교묘하게 괴롭히는 건 어떻게 막을 건지 궁금하다”면서 “CCTV를 부모가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하면 교사를 견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부교수는 “아동학대가 일어난 것은 본질적으로 아이가 안전한 환경에서 보육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했고, 정부가 책임을 제공하지 못한 것이 핵심인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부모-교사 상호 감시체계를 도입해서 그 안에서 해결하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CCTV 등 감시체계가 강화될수록 교사가 아이를 어떻게 건강하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격식화돼 있는 성과 중심으로 갈 것”이라며 “CCTV 의무화는 아동학대 대책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보육현장을 황폐화 시킬 것”이라고 혹평했다.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강원지회장도 CCTV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강원지회장은 “CCTV를 주장하는 이면을 보면 어린이집 보육환경 불신이 있다. 이는 보육시장 90% 이상이 민영화됐기 때문”이라며 “CCTV가 아닌 어린이집 문턱을 낮추고 관리감독 안 되는 어린이집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 맞벌이 vs 전업주부 싸움 붙이는 정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부모와 보육교사, 전문가를 초청해 '행복한 보육은 어디에-왜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이렇게 처절한가'란 보육긴급좌담회를 연 가운데 부모 대표자로 나선 두 자녀를 둔 비취업 엄마 임정희 씨가 토론을 하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우리나라 보육 현장의 실상을 공유하고 어린이집 내 CCTV 의무설치, 미취업모와 취업모의 보육차등별 지원 등이 주요 주제였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부모와 보육교사, 전문가를 초청해 '행복한 보육은 어디에-왜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이렇게 처절한가'란 보육긴급좌담회를 연 가운데 부모 대표자로 나선 두 자녀를 둔 비취업 엄마 임정희 씨가 토론을 하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우리나라 보육 현장의 실상을 공유하고 어린이집 내 CCTV 의무설치, 미취업모와 취업모의 보육차등별 지원 등이 주요 주제였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두 번째는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 제한 논란이었다. 전업주부 임 씨는 “아동학대가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에서 출발했다고 하는 데 정말 화가 난다. 일하고 싶어도 임신·육아로 일할 수 없는 환경에 있다”며 “양육자 취업 환경 등 사회기반이 제대로 조성되면 자연히 해결된 텐데 눈에 보이는 것만 해결하려 한다”고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아버지 홍 씨는 “정책 내놓은 사람이 가사노동을 해보지 않은 것”이라며 “16년간 결혼생활하면서 아내가 임용 준비할 때 2년간 집안을 돌보며 세 아이 양육을 도맡았는데 너무 힘들었다. 여기에 비하면 직장생활은 행복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보육료가 어린이집 육성을 위한 기금인지, 아이에게 교육적 투자를 하는 건지 판단이 잘 안 선다. 지금 보육료와 양육수당 금액이 다른데 집에서 키워도 그만큼 필요하다. 왜 구분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진석 부교수는 “아동학대 대책과 취업·비취업모 구별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가. 보육정책은 두 가지 정책적 효과가 있다. 보육의 사회화를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측면과 저출산 고령화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걸 나누는 순간 보육의 사회화는 후퇴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 정부는 무상보육 철회를 원하는가

 

또 다른 정부 대책들도 뭇매를 맞았다. 김호연 강원지회장은 시간제 보육 관련 “한국 구조상 아이 맡길 곳이 없다.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고 비정규직이라면 아이가 아프다고 해도 나올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며 “24시간 연장보육시설 늘리겠다, 영아전담을 늘리겠다가 아니라 부모들이 8시간만 일하고 집에서 아이와 지낼 수 있는 제도를 내놓아야 한다. 육아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국가는 환경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요구했다.

 

김진석 부교수 역시 “부모가 어린이집에 관여하지 못하는 건 부모 근로여건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돌아가면서 월차내고 일 있으면 찾아가는 게 한국 근로자들이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라면서 “정부는 부모가 못하는 거라는 논리를 펴며 그 책임을 부모에게 전가시키는데 정부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의 아동학대 대책에는 무상보육을 곱게 보지 않는 내막이 존재한다는 것. 김진석 부교수는 “정부가 학대를 넘어 무상보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무상보육은 지난 몇십 년간 시민사회가 열심히 운동해서 따낸 성과물이다. 정부는 국민의 힘에 의해 받아 들였던 무상보육을 감당하기 싫어서 어떻게든 돌리고 싶은 것”이라고 탄식했다.

 

◇ 국공립 확충, 교사 임용 공공영역으로 분리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대책은 뭘까. 아버지 홍 씨는 “국공립을 늘려야 한다. 현재 국가가 보육을 책임진다고 말할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라면서 “부모는 흩어져 있는데 이익단체는 국회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국공립 확충 정책을 펴는 사람들을 막는 로비단체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연 강원지회장은 “사실 보육료 안에는 교사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 민간에서 최저임금에 맞춰 지급하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임금을 일원화하고 초과보육금지를 넘어 어린이집 종류에 상관없이 교사대 아동비율을 낮춰야 교사들 간 서로 견제가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무상보육은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예산을 더 투여해서 국공립 30% 확보하고 이를 민간에 맡기지 말고 직영으로 관리하면서 관리감독하는 공무원을 뽑아야 한다. 제대로 된 기준 못 맞추는 어린이집은 퇴출해야 한다. 보육은 사회복지업무지 경제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김진석 부교수는 “교사 임용은 사적인 영역이다 보니 학대나 내부 비리를 대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사적 영역에 맡겨져 있는 교사 임용을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와야 한다. 국가 수준에서 보육인력을 임용하고 자격관리하고 민간에서 교사를 채용할 수 있게끔 해야 내부고발이 나오고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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