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밥으로 평가되지 않는 유일한 결혼식이었다.”
서울 시민청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참석한 시민들 사이에서 자주 전해지는 후일담이다. ‘작고 뜻깊은 결혼식’을 모토로하는 시민청 결혼식. 2013년 1월 11일 첫 번째 웨딩마치가 울린 이후로 벌써 76쌍의 부부가 탄생했다. 이들의 개성있고 재밌는 결혼식 스토리들은 이들의 주변 지인들과 언론 등을 통해 퍼져 나가며 작은 결혼식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일궈 나가고 있다.
시민청 결혼식 진행 담당자인 서울문화재단 문지영 씨는 “작은 결혼식에 대한 선입견이 ‘잔치는 크게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어른들 사이에서 견고하다 보니 부모님 설득이 큰 화두”라고 말했다. 그러나 “크게 반대했던 부모들도 결혼식 이후에는 ‘이렇게 하길 잘했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예식장과 웨딩플래너에 맡겨버리는 결혼식과 달리 품도 많이 팔아야 하고, 익숙치 않은 결혼식에 대한 긴장도 감수해야 하지만 뿌듯함을 배로 느끼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 시민청 결혼식에 채워진 수많은 이야기들
“평소 지구 환경에 관심이 많으셨다는 분들이었어요. 피망, 브로콜리, 버섯 등을 엮어서 채소 부케를 만드셨고 부케 받은 친구 분은 그걸로 국 끓여 드셨다고 하더라고요. 친환경, 나눔을 콘셉트로 진행된 결혼식이라서 이것 말고도 하객 분들이 재밌어 할 만한 요소가 많았어요. 시민청이 추구하는 결혼식과 아주 잘 맞아 떨어지는 결혼식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준비과정부터 마무리까지 친환경으로 점철된 결혼식이 있었다. 문지영 씨가 기억하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결혼식 중 하나다. 지난해 하반기에 결혼한 문준기, 이혜영 부부는 ‘환경을 해치지 않는’ 결혼을 위해 친환경 콩기름 잉크로 인쇄한 청첩장으로 하객을 초대하고, 결혼식 전날 양재동 꽃시장에 들러 180개의 화분을 직접 사다가 태평홀을 꾸몄다. 유기농 음식으로 차린 뷔페로 피로연을 치른 후 하객들 손에는 재생 용지로 만든 노트와 화분을 답례품으로 들려 보냈다. 신혼여행도 공정여행으로 떠나 친환경과 나눔이 있는 결혼을 완벽하게 실천했다.
시공을 넘나든 결혼식도 있었다. 서울로 와서 결혼식을 볼 수 없는 독일의 친구들을 위해 결혼식 현장을 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결혼식이 그것이다. 지난해 가을 결혼한 강현구 이상아 부부는 독일에서 10여 년간 살며 ‘작고 뜻깊은 결혼식’ 문화가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을 직접 체험했던 커플이었다.
절반 이상이 축하 공연으로 채워진 이들의 결혼식은 독일의 친구들을 비롯해 모든 하객들이 함께 즐기는 자리가 됐다. 오랫동안 외국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동안 지원해주신 부모님에게 ‘잘 키워 주셔서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한다’는 편지를 써서 읽어드리며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온 가족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결혼식도 시민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양가 모두 다같이 입장하거나, 주례 대신 가족들이 덕담을 전하거나, 공연을 직접 해주는 등의 결혼식이 자주 펼쳐진다. “가족들이 주인공이 되는 결혼식은 가족 당사자 뿐 아니라 하객들에게 인상 깊게 남아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두고두고 좋은 소리를 듣는다는 분들이 많다”고 문지영 씨는 말했다.
◇ 나도 ‘작고 뜻깊은 결혼식’ 해볼까
시민청 결혼식은 현재 올해 말까지의 신청이 마감된 상태로, 내년 상반기(1월~6월) 결혼식 신청을 원한다면 올해 8월에 진행되는 공식 신청 접수 기간을 이용하면 된다. 하반기(7월~12월) 신청은 매년 2월에 실시한다.
기존에는 토요일 하루 한 팀으로 규정했었지만 올해부터는 매주 일요일, 하루 한 팀 네 시간 사용을 원칙으로 운영한다. 최대 150명을 정원으로 해야 하고, 시민청 결혼식의 주 모토인 ‘소박하고, 합리적이고, 개성있고, 나눔이 있는 결혼식’을 실천하는 아이디어를 담아 신청하면 선정될 확률이 높아진다.
시민청 외에 서초동 소재 서울연구원을 대관할 수도 있다. 시민청은 장소 사용료 6만 6000원을 내야 하고 서울연구원은 별도의 대관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동일한 진행 방법으로 운영하되 뒤뜰 야외 공간을 사용하고 시민청처럼 예식에 필요한 제반 사항은 신랑 신부가 기획하고 준비해 진행하면 된다.
한정된 인원을 모시고 작은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부모님 설득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그동안 사례자들의 케이스와 집안 장녀로서 개인적 고민을 버무린 문지영 씨의 조언을 덧붙인다.
“우리나라 결혼식은 부모님의 행사이기도 해서 본인들의 주장만 처음부터 밀고 나가면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본인들의 뜻을 차분히 설명 드린 후 부모님이 원하시는 사항 중 한 가지를 잘 하겠다고 약속드리고, 내가 원하는 것 한 가지를 허락받는 식으로 주고받는 게 어떨까 합니다. 미리 식당을 잡고 하객을 초대해서 ‘공간이 협소해 모두 모시지 못하는 것 죄송하다, 우리 엄마 아빠 너무 미워하지 마시라’고 설명해 부모님의 염려를 던 경우도 좋아 보였어요. 농담 반 진담 반인데, 그 자리에서 부모님 계좌번호를 공지하는 건 어떨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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