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지만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지만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5.03.17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혼을 후회해 본 남편과 아내의 진짜 결혼 이야기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할까, 하지 말까’의 기로에 서 본 이들은 안다. 안 하고 후회하면 미련이 남지만 하고 후회하면 절망이 남는다. 절망을 떠안는 것 보단 지질해도 미련으로 그치는 게 신변에 이로울 수 있다.


그러나 결혼한 이들 중 다수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을 가끔 후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이와 비슷한 맥락을 각각 다른 남녀의 시선에서 다룬 두 책이 최근 화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김정운 저, 21세기북스, 2015)와 ‘결혼해도 괜찮아’(박혜란 저, 나무를 심는 사람들, 2015) 이다. 두 책은 이미 미디어를 통해 어느 정도 공개돼 있는 저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내밀한 결혼 생활을 고하며 결론적으로 결혼에 긍정하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해 보면 안다고 격려하고 권장한다.


최근 '결혼'을 주제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두 책 (좌)'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우)'결혼해도 괜찮아'. ⓒ21세기북스,나무를심는사람들
최근 '결혼'을 주제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두 책 (좌)'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우)'결혼해도 괜찮아'. ⓒ21세기북스,나무를심는사람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2009년 발칙한 제목으로 화제를 모았던 책인데, 올해 새롭게 개정판이 출간됐다. 책은 아주 가끔 결혼을 후회하는 남편과 아주 가끔 결혼에 만족하는 아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행복하려고 결혼했지만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사는 보편적인 대한민국 부부의 이야기다. 저자는 ‘사는 게 행복하지 않은 남편’을 저격한다. 주체적으로 사는 방법을 모르는 남편이 행복하지 않은 가정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내 삶의 리추얼(의식)을 만들라’는 저자의 진단은 흔한 듯 하지만 실천이 제법 어려운 문장이다. 일상의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라는 것인데, 결혼할 때 돼서 결혼했고, 얼떨결에 가장 전선에 뛰어든 남편들에게 일상의 여유는 해물라면에서 다시마 두 장을 찾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부쩍 쓸쓸해진 나는 커피를 갈아 먹기 시작했다. 갓 볶은 싱싱한 원두를 사와 내 손으로 직접 갈아 먹는다. 아들을 협박해서 생일선물로 받은 커피 핸드밀의 손잡이를 돌리면, 원두가 갈리는 느낌이 참으로 상큼하다. 톱밥 정도의 굵기로 갈린 커피가루를 여과종이에 넣어 동으로 된 여과기를 얹는다. 그리고 다시 동으로 된 드리퍼 주전자로 병아리 오줌 누듯 물을 흘려보낸다. ‘커피향이 참 좋다’는 표현은 이럴 때만 쓰는 것이다. 이렇게 커피를 끓일 수 있는 아침은 정말 행복하다.

 
잊지 말자. 나이가 들수록, 이런 종류의 사소하지만 즐거운 리추얼이 우리의 삶을 구원해준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내 삶이 즐거워지지 않는다. 국회 여야의 비율이 달라진다고 우리 부부의 체위가 바꾸지 않는다. 정치인을 아무리 욕해도 내 지루한 일상이 바뀌지 않는다. 내가 정말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즐거운 느낌이 반복되는 나만의 리추얼이다.”


리추얼을 만들고 행복감을 느끼는 과정을 풀어 쓴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신의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상기할 단서를 찾을 수 있을 테다. ‘결혼하지 말걸’이라고 후회가 든다면 이 조언도 참고하는 게 좋겠다. “인간이라면 반드시 후회를 하게 돼있다.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말까를 망설인다면 일단은 저지르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결혼해도 괜찮아’는 앞선 이보다 좀 더 시간을 보낸 결혼 선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번에는 주부 45년 경력의 저자가 설파하는 ‘결혼 시금치 이론’이 고개를 들고 기다린다. 결혼은 이렇게도 무쳐 먹어보고 저렇게도 무쳐 먹어보는, 다른 점을 서로 겪어 가며 타협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결혼해도 외롭다’는 조언은 결혼에 대한 핑크빛 상상에 젖어있는 이들에게 질 좋은 양분이 된다. “하루 종일 시끄럽게 내 주위를 맴돌던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남편은 여전히 귀가하지 않은 자정 무렵이면 사라진 줄 알았던 외로움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그때도 외로움의 근원을 남편의 부재에서 찾았지만 나는 이미 그것이 핑계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고백을 통해 수없이 겪을 결혼의 외로움을 예고한다.


저자가 강연을 통해 만나온 이들이 주로 물은 것에 대한 대답도 정리했다. ‘아이 낳기 딱 좋은 때는 언제일까’, ‘알아서 척척 해주는 남자는 없을까’, ‘작은 싸움이 늘 큰 싸움으로 번진다’는 등의 고민에 살만큼 살아본, 싸울 만큼 싸워본 저자의 이야기를 섞어 독자 각자가 고민해야 할 물음표를 다시 던진다.


“결혼을 해 보기도 하고 안 해 보기도 했으면 어떤 게 더 나은 선택일지 확실히 알 수 있을 텐데. 그건 웃자는 소리고, 아무튼 난 다시 태어나면 한 번 결혼을 안 하고 살아보고 싶어요. 그럼 그 다음에는 뭐가 좋은지 분명히 알게 되겠죠.”


이렇게 프롤로그를 시작한 저자는 “알고도 결혼을 다시 한다면 이번처럼 그냥 모르고 하는 게 나은 걸 수도 있겠다”며 결국 결혼에 긍정한다. '결혼해도 괜찮아'라는 제목으로의 수렴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책을 덮는다면 모를 리 없다. 다짜고짜 결혼을 권장하는 시대착오적 위로가 아니라는 것을.

【Copyrights ⓒ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 보도자료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