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초록 잎 빼꼼히 고개를 든 들풀 화분 사이로 신랑 신부가 손을 맞잡고 걸어 나온다. 막 부부가 된 두 사람을 축하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하나 둘, 피로연장으로 향한다. 동네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음식이 잔칫상에 오르고 그 위로 반가운 인사가 오고 간다.
“잘 먹겠습니다.”
친근하고 정겨운 분위기다. 바로 성북구의 마을웨딩 이야기다. 성북구청장이 승인해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 2013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이 사업은 강남 위주로 편성된 획일적 웨딩 문화의 대안을 고민해온 이경재 대표가 기획에 기획을 거듭해 구성한 에코웨딩의 확장판이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는 의미의 에코웨딩은 잘 알려진 것처럼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들을 결혼식에서 최대한 배제해 꾸며진다. 화학처리 된 청첩장 대신 재생용지에 콩기름으로 인쇄한 청첩장으로 손님을 초대하고, 신부는 화학 섬유가 아닌 천연 소재의 웨딩드레스를 입는다. 곧 시들게 될 꽃이 아닌 뿌리가 살아있는 화분으로 예식 장소를 꾸며 예식이 끝난 후 하객들에게 나눈다.
마을웨딩에는 여기에 할머니들의 잔치 음식과 지역에서 공수한 만두 등 음식을 더했다. 결혼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또 가장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피로연을 친환경 식재료에 할머니들 손맛과 동네 맛집의 음식을 더해 잔치의 의미를 살린 것이다. 평소 성북구 장수마을 할머니들을 자주 접해온 이경재 대표의 고민이 녹아들었다.
“웨딩이 장사로만 여겨지는 게 안타까웠는데, 할머니들이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다보니 이분들에게 음식을 맡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례음식 교육을 시켜드리고 직접 결혼식에 오셔서 손님들에게 나눠주실 수 있게 했는데, 할머니들 뿐 아니라 하객 분들이 정말 좋아하세요” 이경재 대표의 말이다.
마을웨딩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걸림돌이 됐던 예식장은 성북구청에 공간 사용을 의뢰한 것이 흔쾌히 받아들여지면서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신랑 신부는 비용도 절감하고 개성있는 결혼식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지역사회는 경제 창출을, 환경은 자원 절감을 이루는 모두가 이로운 결혼식이 만들어지게 됐다.
요즘 신랑 신부들이 웨딩하면 흔히 떠올리는 스드메 역시 가까운 지역의 전문가들을 통해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보강 중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지금은 마을웨딩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성북구청 뿐이지만, 성북구청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만큼 앞으로 결혼식이 가능한 공공장소 역시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웨딩 수요가 강남으로만 몰리는 현상이 있잖아요. 성북구에 오래 적을 두고 지내서 그런지 성북구에 충분히 있는 일류 웨딩 전문가들이 여기서 기량 발휘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북구를 넘어서 다른 지역에도 마을웨딩을 확장하는 것까지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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