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중세를 배경으로 아이들과 역할극을 한다면 당신은 검을 누구에게 주겠는가. 남자아이? 아니면 여자아이? 영화 '검을 쥔 공주'에 나오는 여자아이는 역할극 연습 시간에 검을 갖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혼나고 친구들의 비웃음을 산다.
이 영화는 놀랍게도(?) 스웨덴 영화다. 남녀가 평등하다는, 한국 여성의 로망인 스칸디 대디가 사는 스웨덴조차 성별에 따라 역할을 차별하는 교육과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
영화 '수잔, 싱글이 되다'는 한술 더 뜬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편은 아내를 운전도 제대로 못 하는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한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조용히 따를 뿐이다. 중년 여성은 남편이 낯모르는 사람 앞에서 엉덩이를 때려도 웃고, 실없는 소리를 해도 "맞아요"하고 맞장구친다.
두 영화를 제작한 도리스필름의 이사 아세 획펠트는 "영화에 나오는 남성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영화에서는) 그런 남성들을 풍자해서 표현했다. 스웨덴 역시 성 평등을 위해 계속 노력하는 중이다"라고 말한다.
도리스필름은 여성이 영화 제작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목표 아래 여성이 영화를 제작하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프로젝트다. 1999년부터 양성평등을 주제로 극본을 공모해 2004년 처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완성한 영화는 교육기관에서 일하는 이들이 학습 자료로 활용하도록 배포했다.
도리스필름을 필두로 스웨덴은 영화 산업에서 성 평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성과를 거뒀다. 스웨덴영화진흥원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영화산업 내의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선언하고, 여성 영화인들을 지원했다. 그 결과 여성감독 비율이 현재 40%를 넘어섰다.
27일 서울 메가박스 신촌에서 개막한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는 스웨덴의 성과에 주목했다. 이번 행사의 지역특별전은 '스웨덴 여성영화의 평등한 힘'으로 정했다. 조혜영 프로그래머는 "양성평등 정책 덕분에 스웨덴 영화가 질적인 차원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냈다"고 평가한다.
이번 영화제에서 소개되는 스웨덴 영화는 총 21편이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마이 스키니 시스터' 역시 스웨덴 영화다. 앞서 소개한 영화 두 편은 28일 저녁 6시 '도리스 단편선'에서 상영됐다.
한편 제17회 서울국제영화제는 6월 3일까지 메가박스 신촌과 아트하우스 모모 두 곳에서 진행된다. 스웨덴 영화 외에도 최신 여성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물결', 페미니즘을 논하는 '쟁점#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국내 10대 여성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아이틴즈' 등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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