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기간 진료비 생각하니 근심과 한숨만"
"임신기간 진료비 생각하니 근심과 한숨만"
  • 기고 = 김주현
  • 승인 2015.07.03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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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임신 7주차 맞은 김주현 씨

[특별기고]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5년간의 긴 연애. 돈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하늘높이 치솟는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그렇게 주변의 우려 속에 오랜 기간 연애를 한 끝에 어렵게 몇 천의 대출을 끼고 작은 아파트를 얻어 결혼을 합니다.

 

긴 연애 기간만큼 나이는 어느덧 30대. 의학기술은 발달했지만 신체연령이 낮아질 순 없는지라 결혼을 하는 그 순간부터 2세에 대한 걱정스러운 조언들이 들려옵니다. 아이를 원하고, 아이를 사랑하지만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3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외벌이 월급. 각종 공과금에 생활비. 대출이자. 각종 지출을 정리해 나가봅니다. 우리 이렇게 언제 즈음 대출금을 다 갚고 내 집 마련을 해 볼 수 있을까. 맞벌이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러기엔 어리지 않은 나이가 혹시나 아이를 갖는데 지장이 될까 그 또한 선뜻 결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 부부는 상의합니다. 아이를 낳고 어떻게든 노력하고 아끼면 잘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이가 없으면 그 마음의 고통을 어찌 안고 가겠느냐고….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2세를 계획합니다.

 

결혼한 지 두 달…. 평소 같지 않은 몸의 변화를 느끼고 테스트기를 합니다. 두 줄…. 기쁘게 부부는 마주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찾아간 병원…. 초음파 한 번 2만 9000원. 시작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환경의 변화 탓인지 주변에서 들려오는 계류유산, 화학적 유산 소식. 불안감이 엄습하고 작은 신체의 변화에도 병원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돈이라는 물질이 발목을 잡습니다.

 

그저 아기를 믿고 2주 뒤에 방문한 병원. 보건소에서 미리 무료 산전검사를 받고 방문해 그나마 산부인과에서 진행되는 피검사 항목을 몇 가지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온 진료비 7만 8000원. 아이가 생기고 두 번 방문했을 뿐인데 11만 원 가량의 지출이 생겼습니다. 우리의 한 달 생활비의 1/4이 병원비로 빠져나가고 잘 먹어야한다니 식비의 지출 또한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 11만원의 지출이 생기고 난 후에서야 이제 임신확인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고 부부는 마주앉아 재정상태를 점검하고 미래계획을 다시 세워봅니다. 앞으로 생겨날 지출들을 예상해 봅니다. 제일 먼저 병원비.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해 대략적인 검사항목들과 비용을 추려봅니다. 꾸준히 있을 초음파 비용, 정밀초음파, 1차 기형아 검사, 2차 기형아 검사, 임신성 당뇨검사, 빈혈검사, 균 검사, 막달검사, 내진…, 그냥 대략 추려보아도 5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검사들…. 지원금이 감사하면서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금액에 원망스럽습니다. 혹시나 기형아 검사에서 고위험군이라도 나오면 니프티 검사나 양수검사만으로도 60~70만원의 검사비용이 생긴다고 합니다.

 

검사비용까지는 어느 정도 국민행복카드로 충당되니 고위험군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미리 걱정하지 말자며 부부는 서로를 안심시키지만 출산 후 병원비와 조리원 비용을 생각하니 그 부담 또한 만만치가 않습니다. 조리원은 포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봅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있을 지출을 생각해 봅니다. 지금 당장 사야 할 것들은 아니지만 앞으로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물품들을 생각해봅니다. 하나 둘 적어 내려가다가 답답한 한숨을 내쉬며 ‘내일 이야기 할까’로 마무리 합니다. 침대에 누워 서로 만의 생각에 잠깁니다. 지출은 늘고 월급은 고정. 저축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과연 우리에게 아이가 축복만으로 다가온 것이 맞는지 묻습니다. 기쁨으로 가득 해야 하는 순간 근심과 한숨이 두 배로 늘었습니다. 아이를 낳을 때까지 막을 수 없는 지출과 줄어든 저축 속에 전세만기라도 되면 그때에는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를 낳고 나서 생길 더 많은 지출들을 또 어떻게 감당을 해 나가야 할까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루하루 근심과 기쁨의 반복 속에 시간을 보냅니다.

 

시작부터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합니다. 우리가 조금 더 여유있는 부모였다면 아낌없는 축복만을 보내줄 수 있었을 텐데 돈이라는 현실 앞에서 오롯이 환영만 해줄 수 없었던 마음이 죄스럽기까지 합니다. 다시 한 번 서로를 다독입니다.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좋은 생각만 하자고 세상이 돈이 다는 아닐 거라고….

 

그렇게 우리는 태명을 정했습니다. 축복이라고. 너는 우리의 축복이고 앞으로 너의 인생에 축복이 가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노라고. 비단 우리만의 고민은 아닐 꺼라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축복이 가득해야 할 순간에 돈으로 인해 망설이고 고민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부부들이 자녀를 포기하고, 자녀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도록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것은 누구인지 다시 한 번 돌이켜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출산 시대에 대한 고민만을 반복할 때는 이미 지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인 지원 안으로 대한민국 임산부들이 행복을 안고 아이를 만날 준비를 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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