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대디의 좋은 아빠 되기, 어렵지 않아요
직장 대디의 좋은 아빠 되기, 어렵지 않아요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07.25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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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중한 가족을 우선으로 두어야"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지난 일요일 문화센터에서 '케이크 만들기' 체험을 했습니다. 이런 놀이는 집에서 하기에는 재료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꽤나 만만치 않기에 차라리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쪽이 실속이 있다 싶어 시간 날 때 한번씩 신청하여 유익한 시간을 보냅니다.


나은공주의 손을 잡고 강의실에 들어가니 다른 아빠들도 벌써 와 있네요. 30대 초반의 젊은 아빠, 머리가 벗겨진 40대 아빠도 있습니다.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며 한시간 동안 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케이크 곁면에 생크림 바르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울퉁불퉁 몸매의 케이크를 강사 선생님이 능숙한 솜씨로 매끈하게 만들어 줍니다. 키디 얼굴 그리고 사탕을 올려서 완성. 다 만들고 나니 나은공주가 이렇게 묻습니다. "아빠 그런데 오늘은 누구 생일이야?" 케이크=생일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케이크 만들기 체험. ⓒ권성욱
케이크 만들기 체험. ⓒ권성욱

요근래 '아빠 육아'가 점차 대세가 되면서 엄마 없이 아빠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문화센터나 키즈카페에 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2년 전만 해도 아빠가 오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설사 오더라도 운전 기사로 마지못해 따라 왔는지, 엄마와 아이는 신나게 뛰어노는데 대부분의 아빠는 사진 몇컷 찍어주고는 뒤로 물러나 끝날 때까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더군요. 나름대로 격세지감인 셈이죠.


제가 활동하는 인터넷 아빠 카페에서는 새내기 아빠부터 나이 지긋한 아버지까지 많은 분들이 여가 시간에 자녀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를 공유합니다. 자신만의 놀이비법이나 요리, 가족 여행, 캠핑, 각종 체험 활동을 얘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녀 문제를 같이 고민하기도 합니다. 다들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직장인으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나보다 가족을 위해 배려합니다.


종종 주변의 엄마들과 얘기하다보면 가장 큰 불만이 남편이 자신만 가족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아내와 자녀들도 많은 것을 희생합니다. 하지만 내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크고 가족이 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이는 가족을 가장의 소유물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가부장적인 관념 탓입니다. 바로 이 점이 '아빠 육아'의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닐까 합니다.

 

황금같은 주말을 가족과 함께. ⓒ권성욱
황금같은 주말을 가족과 함께. ⓒ권성욱

 

현실적으로 잦은 출장과 야근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아빠들에게 가정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것은 과도한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황금같은 주말에는 나만의 여가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아빠들의 공통된 마음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나와 가족을 놓았을 때 내가 가족보다 우선인가, 가족이 나보다 우선인가. 그동안 나는 나의 희생만 중요하고 가족의 희생은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던가.


아빠가 가족을 위해 얼마나 희생하는지는 그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평소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무관심했다면 조금만 더 그들에게 눈을 돌리면 어떨까요. 내가 그들을 위해 얼마나 희생하는지 얘기하는 대신, 그들이 나를 위해 얼마나 희생하는지를 감사해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해 보세요. 나의 귀중한 여가 시간을 나를 위해서가 아닌 가족을 위해서 써보세요. 가정은 훨씬 더 행복해 질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엄마 아빠들의 즐겨찾기 베이비뉴스, 카카오스토리(바로가기)와  페이스북(바로가기)으로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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