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처럼, 난임휴가 90일 필요해요
출산휴가처럼, 난임휴가 90일 필요해요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5.07.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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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은 돈도 아니야"…난임부부들 시름 "회사 일 때문에 난임 시술 시작도 못 해"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난임 문제로 속앓이를 하다가 최근 임신에 성공한 서찬휘 권정연 부부가 산책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난임 문제로 속앓이를 하다가 최근 임신에 성공한 서찬휘 권정연 부부가 산책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어휴, 시험관아기 시술 몇 번이면 집안이 거덜 나겠더라고요."

 

정연 씨가 마시던 음료 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가로질렀다.

 

만화칼럼니스트 서찬휘(37·경기도 의정부) 씨와 결혼해 임신을 계획하던 권정연(가명·34) 씨는 결혼 4년째가 되도록 아기 소식이 없자, 여느 난임 부부와 같이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등 의학적 힘을 빌려야만 했다.

 

간간히 비바람이 불던 지난 13일 경기도 의정부 호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 부부는 "시험관아기 시술에 많은 돈이 들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여러 번 손사래를 쳤다.

 

이들 부부는 난임으로 오랫동안 속앓이를 했다. 난임은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1년 이상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서 씨는 정자 수가 적고, 권 씨는 다난성난소증후군(만성적인 무배란으로 배란 장애가 일어나는 내분비 질환)이라 자연 임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진단을 받았다.

 

"4년 동안 간절히 바랐기에 포기할 수 없었어요. 아기는 부부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사실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난임부부는 아기가 갖고 싶을 거예요. 저희도 아기를 위해 인공수정 시술부터 시작하기로 했죠."

 

지난해에만 세 차례의 인공수정 시술(자궁 내 정자 이식)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때문에 인공수정 시술보다 훨씬 비싸지만, 성공 확률이 높은 시험관아기(난자를 체외로 채취해 정자와 수정시킨 후 다시 자궁에 이식) 시술로 눈을 돌려야만 했다. 불행 중 다행일까. 이들 부부는 한 번에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해 현재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아내 권 씨가 "우리는 그나마 한 번에 성공해서 정말 행운이다. 봄(태명)이가 생겨 너무 행복하다. 그런데 봄이를 얻기까지 그 한 번의 시험관 시술 비용도 만만찮았다"고 말을 하자, 옆에 있던 남편 서 씨가 "임신 후, 유산 방지 주사만 해도 매주 30~40만 원씩 청구되는 바람에 식겁했다"고 거들었다.

 

임신에 성공하기까지 소요된 비용을 따져보니 900만 원 가량이었다. 난임 진단 비용부터 인공수정 시술 세 차례, 매일 맞아야 하는 각종 호르몬 주사와 약, 질정제, 시험관아기 시술, 임신 후 유산방지 주사까지 포함해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인공수정 지원비 50만 원을 세 차례, 시험관아기 시술비용 190만 원을 한 차례를 지원받았다. 정부에서 지원받은 금액은 340만 원, 이들 부부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560만 원 가량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이들 부부처럼 운이 좋아 한 번에 성공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이들 부부가 시험관아기 시술 한 번 하는 데까지 든 비용이 이 정도라고 한다면, 한두 차례 더 시술을 시도 했을 때, 총 난임 시술에 지출하게 될 비용은 배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 "1000만 원은 돈도 아니다"

 

이들 부부와 같이 높은 시술 비용으로 고민인 난임 부부는 SNS를 통해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한 엄마는 "가진 돈, 적금, 보험 등 모든 걸 해약하고, 1000만 원을 준비해 먼 거리에 있는 병원을 다녔다"며 "1000만 원은 돈도 아니었다. 왔다갔다 경비에 약값에 정말 두 달이 지나니 돈은 마이너스였다"고 털어놨다.
 
다른 엄마는 "시험관아기 시술 준비하느라 몇 천만 원이 깨지고, 임신 성공해서도 한 달에 꼬박꼬박 100만 원씩 주사 값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엄마는 "시험관아기 시술 여러 번 하다 보니 5000만 원 넘게 들었다"며 "돈을 많이 버니까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임신하는데 다 쏟아 부으니, 돈 벌어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비용 때문에 시험관아기 시술 시도조차 엄두를 못내는 엄마도 있었다.

 

한 엄마는 "둘이서 살자고 했지만, 부쩍 시험관아기 생각이 간절하다"며 "맞벌이인데도, 기본 생활비며 융자금 갚느라 허리가 휠 지경인데 비용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너무 비싸다"고 한탄했다. 이어 "나 같은 사람들은 집 팔아서 해야 하나보다. 정말 서민들은 하기 힘든 거 같아 슬프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조금씩 난임부부 지원정책을 늘려고 있기는 하지만, 난임부부들은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정부가 조금씩 난임부부 지원정책을 늘려고 있기는 하지만, 난임부부들은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우리 정부의 난임부부 지원정책 수준은?

 

난임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데는 그만큼의 이유가 있다. 난임의 원인을 짚어보면, 우선 늦어지는 결혼과 늦어지는 출산연령을 들 수 있다.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시기가 늦어지는 것은 청년실업, 주택문제 등과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환경 호르몬을 들 수 있는데, 이 역시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에서 증가 요인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각종 스트레스가 난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이 또한 점차 각박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결과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난임으로 고통받고 있는 부부는 얼마나 많을까?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7만 7039명이었던 난임 진단자는 2013년 20만 1589명으로 5년 새 2만 5000여 명(14%)이나 증가했고, 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실태조사'(김승권, 2012)를 보면 15~49세 유배우부인의 난임진단 경험률은 무려 33.1%에 이르렀다. 가임기 부부 3쌍 중 1쌍은 난임 문제를 겪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속적인 난임 증가가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만큼, 난임문제를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 난제로 판단하고 난임부부에게 필요한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비 중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난임부부가 지출하는 의료비는 부담스러워서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부부가 적지 않다.

 

아이를 원하는 난임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시험관아기 시술비 지원은 2006년부터, 인공수정 시술비 지원은 2010년부터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

 

2015년 현재 난임부부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인공수정 1회당 50만 원 범위 내에서 최대 3회, 신선배아 시험관아기 시술 시에는 1회당 190만 원 범위 내에서 총 3회, 동결배아 시험관아기 시술 시에는 1회 당 60원 범위 내에서 총 3회 지원해 준다. 신선배아 시술은 몸 밖으로 채취한 난자를 정자와 수정시켜 배아를 만들고 자궁에 이식시키는 시술이다. 동결배아 시술은 신선배아 시술 시 남은 배아가 있을 경우, 이 배아를 냉동시켜서 다음에 필요할 때 이식하는 경우를 말한다. 만일 동결배아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는 신선배아를 4회까지 지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지원금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내의 나이가 만 44세 이하여야 하고 전국가구 월평균소득이 150% 이하여야만 한다.

 

2006년 난임부부 지원정책 도입 당시에는 체외수정 시술(신선배아, 동결배아 중 선택 가능)만 1회당 150만 원 범위 내에서 최대 2회까지 지원됐다. 이후 3년이 지나고 2009년에는 체외수정 시술 지원횟수가 3회로 늘었다.

 

2010년이 돼서야 인공수정 시술비가 1회당 50만 원씩 최대 3회 신규로 지원되기 시작했고, 이듬해 체외수정 시술 지원비가 180만 원으로, 지원횟수도 4회(4회째는 100만 원 이내)로 늘었다. 또 지난해에는 신선배아 3회(180만 원), 동결배아 3회(60만 원)로 체외수정 지원이 세분화 돼 지원이 확대됐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체외수정 중 신선배아 지원비가 10만 원이 늘어, 190만 원이 됐다.

 

인공수정 시술 지원비와 시술횟수와 관련한 예산은 6년째 동결됐지만, 체외수정 시술 지원비와 횟수는 소폭이나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난임부부들은 여전히 막대한 비용 부담에 고민일 수밖에 없다. 난임의 건강보험 적용범위는 임신촉진 목적의 배란촉진제로만 제한돼 있고, 시험관아기, 인공수정 등 시술시 소요되는 검사·투약·처치 등 비용은 모두 비급여이기에 본인 부담금이 크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가임기 부부 3쌍 중 1쌍은 난임 문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가임기 부부 3쌍 중 1쌍은 난임 문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난임치료 건강보험 적용, 언제 되나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12년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분석 및 평가'(황나미, 2013)를 살펴보면, 먼저 인공수정 1회 평균 시술비용(약제비, 검사비 등 포함)은 126만 원이었다. 정부 지원금 50만 원을 제외하면 평균 76만 원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회당 인공수정 시술비용이 50만 원 이하로 발생돼 본인부담을 하지 않은 경우는 단 14.6%에 불과했다.

 

이 통계들은 모두 3년 전의 자료이고, 인공수정 시술 지원비는 계속 동결상태이기 때문에 그간 의료비 상승률을 감안한다면, 현재 인공수정 시술 본인 부담금이 더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인공수정은 임신 성공률이 낮기 때문에 여러 번 시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공수정 시술당 임신율은 12.4%다. 이미 Speroff 등의 유명 학자들은 인공수정 시술 후 임신 가능성을 7∼10%로 보고한 바 있기도 하다. 10% 정도의 낮은 성공률을 고려한다면, 난임부부는 인공수정 시술을 여러 번 받는 것과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것도 염두에 둬야한다.

 

남편 서 씨는 "인공수정은 시술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며 "만일 인공수정에서 끝낼 수 있으면 아주 행복한 경우"라고 귀띔했다. 시험관아기 시술이 인공수정 시술보다 곱절은 비싸고 몸도 힘들기 때문이다.

 

같은 연구 결과를 보면 2012년 시험관아기 시술비 총 발생 금액은 평균 394만 원. 체외수정 시술비 총 발생비용이 시술비 지원금액보다 적어 본인부담을 하지 않은 경우는 단 8%에 불과해 대부분의 난임부부들은 개인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해도 한 회당 평균 200만 원 이상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 회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데 700만 원 넘게 쓴 부부의 수도 적지 않았다.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률은 31.1%로 인공수정 시술 성공률보다 3배가량 높긴 하지만, 여전히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수치이기 때문에 이 시술 역시 여러 번 시도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난임부부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최소 수 백만 원에서 수 천만 원 이상까지 추가될 수 있다. 또 정부 지원 횟수마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횟수 제한에 가까워질수록 대부분의 난임부부들은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서 씨는 "시술비가 워낙 많이 들어 지금까지 총 얼마를 지출했는지 한 번에 가늠하기가 힘들다"며 "주변에 난임부부가 많은데, 임신을 고대하고 있는 부부에게 이런 병원비는 정말 말도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난임부부가 겪는 경제적 부담 문제를 복지부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지난 2월 난임시술 지원을 건강보험 급여 체계로 전환해 실질적 부담 경감시키겠다고 중장기 계획을 내놨다.

 

이 계획안을 보면 2017년부터 난임치료 시술비 및 시술을 위한 제반비용(검사·마취·약제 등)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이 사안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내년 6월께 다시 의논을 거쳐 최종 결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루 빨리 아이를 갖고 싶은 난임부부에게 ‘곧 정부 지원이 확대될 것이니 기다려 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모든 것이 잘 풀리더라도, 실제 정책이 적용되려면 내후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그 때까지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회사 눈치 보느라 시술 시작도 못해"

 

"내가 만약 회사원이었다면 시험관아기 시술은 정말 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정말 일상생활을 못 했어요."

서 씨 아내 권 씨는 "비용도 비용 문제이지만, 시술 당시 몸 고생도 심하게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남편 서 씨도 "옆에서 보기가 너무 안쓰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작하면 여러 개의 난자를 얻기 위해 과배란 주사를 놓는다. 권 씨는 이 호르몬 주사의 영향으로 '과배란 증후군'(정상적인 수보다 많은 난자가 배란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에 걸려 복수(배 속에 액체가 괴는 병증)가 차는 상태에 이르렀다. 다난성난소증후군인 여성이 이 주사를 맞으면 일반인보다 복수가 찰 가능성이 높다.

 

권 씨는 체중이 10kg 가까이 늘고, 갑자기 부풀어 오른 배 때문에 등을 제대로 펼 수 없었다. 배에 대바늘을 넣어 3L의 물을 뽑아내야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물을 뽑아내도 하루 이틀 후면 다시 복수가 차는 증상이 반복됐다.

 

권 씨는 "인공수정은 정말 양반이었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인공수정 때보다 더 많은 난자 재취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과배란 증후군이 더 심했다"며 "폐까지 눌러 기침도 계속 나고 숨 쉬기도 힘들었다. 2주간 소화도 안 되고 먹을 수도 없고, 구토증세까지 있었다"고 고백했다.

 

권 씨는 병원에서 자신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들었다. 전문의들은 과배란 주사를 맞으면 두통, 오심, 구토, 현기증, 무력감, 어지럼증, 메스꺼움, 숨 가쁨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권 씨는 직업상 집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권 씨는 시술 전 충분히 일을 하고 집안일도 할 수 잇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직장인들이 시술을 하려고 하면 어휴, 말도 못해요. 회사를 다니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 저는 집에 있으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했어요. 정말 몰골이 아니었죠."

 

남편 서 씨도 "아내가 이렇게 힘들어 할 줄은 몰랐다"며 "아내를 보면서 눈물을 쏟을 뻔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육체적인 고통을 겪은 아내 권 씨는 한동안 병원에 다니는 것도 꽤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가 사는 곳은 경기도 의정부이고, 병원은 서울 노원에 위치하고 있었다. 서 씨는 아내를 위해 딱 한 번 제외하고 매번 병원에 데려다줬다. 시술 중에는 아내 몸이 힘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긴 힘들었고, 택시를 타기에도 여간 부담스러운 거리가 아니었다.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해 먼 거리를 왕복해야 했다.

 

서 씨는 "낮에는 이동시간, 대기 및 진료시간 등으로 기본 3시간, 점심시간 끼면 4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해야 하는 업무는 밤을 새서 마쳤다"며 "제가 프리랜서니까 그나마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원의 경우는 상황이 정말 지옥 같을 것"이라고 전했다.

 

"난임 시술을 받는 여사원이 회사에 있다면 동료들이 그 여사원을 어떻게 보겠어요. 이해해 주겠어요? '사장님, 제가 애를 가지고 싶어서 보름 휴가를 쓸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나중에 자리가 없어질지 몰라요."

 

실제로 난임시술은 한동안 병원 방문이 필요하고 여성은 특히 수정란의 착상을 위해 일정 기간 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난임부부를 위한 휴가제도는 없다. 이들 부부 말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시술을 병행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시술을 위해 휴가나 반차를 내려고 하면 동료와 상사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아기를 갖기 위해 수년째 노력하고 있는 장서영(가명·33·서울) 씨는 시험관아기 시술 시도를 망설이고 있다. 장 씨는 병원으로부터 난자채취 하는 날, 배아이식 하는 날 최소 2일은 쉬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장 씨는 "남편이 아기를 너무 좋아해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고 싶지만, 비용도 그렇고 회사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된다"고 속상해했다.

 

장 씨는 '하루라도 더 시간이 지체되면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장 씨는 "회사에서 혼자 기혼자고, 지금은 말을 꺼내기 어렵다. 사실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제도적으로 난임부부를 위한 휴가도 없고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원이라면 난임 치료 어려웠을 거예요."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해 임신 5개월째인 서찬휘 권정연 부부는 난임부부를 위한 휴가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난임부부 위한 휴가제도 언제 마련되나?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국회에서는 난임부부를 위한 휴가제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광온 새정치민주엽합 의원은 지난 4월 모든 근로자와 전체 공무원에게 난임 치료 휴가를 보장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난임 치료 기간이 임신과 출산처럼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일률적인 보장기간을 정하지 않고 다른 질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사 진단에 따라 결정토록 했다.

법이 통과되면 연 90일 이내로 난임휴가를 신청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나눠 사용하거나 의사 진단에 따라 30일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박 의원은 "기업이 난임휴가를 이유로 근로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근로자가 난임휴가를 마친 후에는 난임휴가 전과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저출산 해결은 대한민국 미래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난임 문제 역시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언제쯤이나 국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 난임문제 전문가들 "아이 낳을 권리 줘야"

 

전문가들은 난임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경제적 지원'이라며 이들을 위한 정책이 잘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국가는 난임이라는 것을 일종의 질환으로 보고, 치료비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부부가 임신하려는 노력은 최대한 보험 적용을 받도록 해줘야 한다"며 "또 현재 시행되고 있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범위는 다른 제도에 비해 넓다고 할 수 있지만, 좀 더 발전적으로 혜택 적용 범위가 늘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난임 치료하는 기기들이 수입품이 많아 치료 단가가 높다. 관세 인하가 돼야 한다. 그러면 건강보험의 부담이 조금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부는 아이를 가질 권리가 있다. 임신이 어려운 부부에게는 자녀를 가질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

 

계속해서 김 연구위원은 "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부에게는 장기적인 휴가도 필요하다. 치료 과정에 있다면 법적으로 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 시대에서의 난임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하는 것이 맞다"며 "난임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시간"이라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직장인들은 장시간 근로에 정시 퇴근도 어렵고, 유연근무제도 사실 사용하기 어렵다. 한국 노동현장 자체가 굉장히 긴장을 유발하고 각박하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난임 여성은 심신의 안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난임부부는 휴가가 필요하다. 이 시간을 난임부부가 잘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홍 연구위원은 "현재 90일 난임휴가를 주는 개정안이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몇 시간 타임오프제는 단기에 실현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일 난임휴가가 법제화 된다면 그 다음, 유급, 무급 등의 차원이 논의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화선 제일병원 난임·생식내분비과 교수는 "진료를 하다보면 소득 1~2만 원 차이로 아예 혜택을 못 받는 환자들이 있다. 실제로 혜택을 못 받는 환자들을 보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차등 지급을 하는 방향으로 해서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도록 해야 한다"며 "또 나이가 많다거나, 의학적으로 임신 확률이 더 떨어지는 부부에게는 무조건 횟수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구 교수는 "난임 휴가도 필요하다. 난임 시술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환자를 너무나 많이 봐왔다. 정말 안타깝다. 경력단절은 오히려 국가의 손해"라며 "눈치 보지 않고 진료를 다닐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법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난임은 사회적 문제다. 아기를 낳고 싶은 사람에게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과제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난임은 사회적 문제다. 아기를 낳고 싶은 사람에게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과제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난임부부에게 상처 주는 언행 삼가야"

 

난임부부에게는 공식적인 휴가제도와 경제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변인들의 배려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임부부 당사자들이 '난임' 진단을 받고 난 후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크다. 이들은 수많은 시도를 하고 실패를 겪으면서 몸도 지치고 마음의 상처를 입는 등 상당한 고통을 받는다. 이들에게는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도 날카로운 칼이 될 수 있다.

 

홍승아 연구위원은 "난임은 굉장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주변에서는 푸시(왜 애가 없냐는 등)를 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은 당사자"라고 말했다. 

 

"주변인들의 지원이나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나 가족 구성원이 이들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회사도 당사자 사생활에 관여를 하면 안 되고,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도 삼가야 한다."

 

구승엽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미 난임부부들은 가족 내에서도 충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왜 아기를 갖지 않느냐, 병원에 안 가느냐' 등의 가벼운 말도 상처가 될 수 있다"며 "난임 부부에게 치료에 대한 언급 혹은 관심이 오히려 부담을 크게 할 수 있으므로 조용한 배려가 더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구화선 제일병원 난임·생식내분비과 교수는 "난임부부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 주변인들은 환자가 우울감에 빠지지 않도록 '난임'과 '불임'의 단어를 잘 선택해서 말을 하고, '아직 때가 되지 않아서 아기가 오지 않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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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난임 부부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임기 부부 3쌍 중 1쌍이 난임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통계는 결코 쉬이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난임부부에겐 경제적 지원정책도 필요하지만, 충분한 휴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난임부부 휴가제도 마련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세 문제를 농담처럼, 혹은 인사치레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부터는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소 길었던 이번 기사,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원고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원고를 보내주시면, 베이비뉴스 기사로 실어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정의 원고료도 지급해드리겠습니다.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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